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딥체인지(근본적 변화)' 일환으로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물적·인적 분할 실행 및 계획을 두고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기만 하다.
SK측은 현재 116조7000억원인 그룹가치를 각종 분할로 인한 사업 재편 및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오는 42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복안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 가치보다 분할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일 SK케미칼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9.86%(2만9000원) 급락한 26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케미칼은 지난달 13일 전력·증기 등 유틸리티 공급 사업 부문을 가칭 ‘SK멀티유틸리티’로 분할하겠다고 공시한 뒤 속절없이 하락세에 있다. 공시 당일 종가 기준 32만9000원이었던 SK케미칼의 주가는 별다른 반등세를 잡지 못한 채 추락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오는 11월 SK텔레콤에서 인적 분할을 예고한 신설 법인 SK스퀘어 계열사에 편입되는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전거래일 대비 2.10%(2100원) 하락한 9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2월 26일 종가 기준 14만1500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을 거듭하며 반등의 기미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고 공급 부족 우려 전망이 불식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올해 4분기와 1분기 D램 등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돼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SK텔레콤 주가도 이날 2.14%(7000원) 빠진 32만원에 장을 종료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0.57%(1500원) 소폭 오른 26만5000원에 장을 닫았지만 물적 분할이라는 분할 방식으로 하락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기존 주주는 혜택 없이 IPO 방식에 따라 존속회사 가치 하락 위험만 남는 것이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 분사로 사실상 자체 수익 창출 사업이 없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적자 전망도 주가 반등에 악재다. 다만 1~2분기에 비해 적자 폭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분기에는 1767억원의 적자를, 2분기에는 97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3분기에 적자 규모가 640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두고 LG화학의 배터리 부분 '학습효과'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물적분할로 출범한 LG에너지솔루션의 IPO가 불투명하고 LG화학의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분할의 덫'이 갇혀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LG화학 주가는 지난 8월 20일 91만원의 고점을 기록한 뒤 전기차 배터리 화재로 인한 리콜 소식이 재점화되자 9월 3일 69만6000원으로 연저점을 찍었다. 이후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이날 기준 LG화학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2.99(2만3000원)% 떨어진 74만7000원을 기록했다.
SK측이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한 신설 회사 SK온의 IPO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도 이러한 학습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