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사진=씨티은행) "휴전 중인 나라에 살면서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에 재산 일부를 넣어놔야하는 거 아닌가요?" 한 10년 전쯤 은행의 VVIP 고객을 취재할 때 들었던 얘기다. 예금과 투자상품 등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 사이에서 씨티은행은 이런 존재란 거였다. 편집(이미지 더블클릭) 씨티은행은 개인자산관리(PB·프라이빗 뱅킹)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국내 PB 영업의 원조격이다.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했다. 부자 고객들에게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곧 국내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 등에도 이식돼 우리나라에도 PB 영업이 보편화됐다. 한국씨티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당시 하영구 은행장이 씨티그룹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게 주선했다. 이랬던 씨티은행이 최근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수익률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다. 씨티그룹은 앞서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들 13개 국가에서 지난해 약 42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렇지만 영업비와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해 사실상 손실을 냈다는 게 구조조정의 이유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최근 몇 년간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2018년 당기순이익 3074억원을 거뒀으나 2019년 2942억원, 지난해 1875억원 등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수익률 악화에 따른 철수 결정이라고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 2017년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영업 점포 126개 가운데 90개를 폐쇄한다고 발표한 이후 본격화됐다. 국내 은행들도 같은 기간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매년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였지만 수익성은 강화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이익의 두 배인 돈을 미국 대주주에 배당했다. 3년간 순이익은 7895억원이었으나 배당금은 1조933억원에 이른다. 거칠게 말하면 빼먹을 거 다 빼먹고 이제 먹잘 것 없으니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은행업은 예금과 지급결제 기능, 자금중개 기능, 기업금융 모니터링과 부도 결정 기능 등을 담당하는 경제의 인프라다. 그런만큼 라이센스의 가치가 높고,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철저히 받는다. 어느 국가든 타국 자본에 은행업 문을 열어주는 데 소극적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에 기여할만큼 했는가 따지는 건 잠시 보류하자. 하지만 씨티은행이 철수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신의를 지켜야할 사안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하자. 소비자 보호다. 우리 국민이 맡긴 예금 보호는 물론이고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대출 고객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하다. 문형민 편집국장

[데스크 칼럼] 씨티은행과의 아름다운 이별

문형민 기자 승인 2021.11.10 13:58 의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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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씨티은행)


"휴전 중인 나라에 살면서 미국에 본사를 둔 씨티은행에 재산 일부를 넣어놔야하는 거 아닌가요?"

한 10년 전쯤 은행의 VVIP 고객을 취재할 때 들었던 얘기다. 예금과 투자상품 등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들 사이에서 씨티은행은 이런 존재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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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은 개인자산관리(PB·프라이빗 뱅킹)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국내 PB 영업의 원조격이다. 지난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을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했다. 부자 고객들에게 미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시스템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는 곧 국내 은행은 물론 보험, 증권 등에도 이식돼 우리나라에도 PB 영업이 보편화됐다.

한국씨티은행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과 미국이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에 미온적이었던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당시 하영구 은행장이 씨티그룹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게 주선했다.

이랬던 씨티은행이 최근 한국에서 소비자금융 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수익률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이다.

씨티그룹은 앞서 지난 4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들 13개 국가에서 지난해 약 42억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렇지만 영업비와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인해 사실상 손실을 냈다는 게 구조조정의 이유다.

한국씨티은행 역시 최근 몇 년간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2018년 당기순이익 3074억원을 거뒀으나 2019년 2942억원, 지난해 1875억원 등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감소했다.

수익률 악화에 따른 철수 결정이라고 해도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지난 2017년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영업 점포 126개 가운데 90개를 폐쇄한다고 발표한 이후 본격화됐다. 국내 은행들도 같은 기간 영업점을 통폐합하고, 매년 희망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였지만 수익성은 강화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당기순이익의 두 배인 돈을 미국 대주주에 배당했다. 3년간 순이익은 7895억원이었으나 배당금은 1조933억원에 이른다. 거칠게 말하면 빼먹을 거 다 빼먹고 이제 먹잘 것 없으니 버리겠다는 심산이다.

은행업은 예금과 지급결제 기능, 자금중개 기능, 기업금융 모니터링과 부도 결정 기능 등을 담당하는 경제의 인프라다. 그런만큼 라이센스의 가치가 높고,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철저히 받는다. 어느 국가든 타국 자본에 은행업 문을 열어주는 데 소극적이다.

씨티은행은 한국에 기여할만큼 했는가 따지는 건 잠시 보류하자. 하지만 씨티은행이 철수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신의를 지켜야할 사안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하자. 소비자 보호다. 우리 국민이 맡긴 예금 보호는 물론이고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개인 대출 고객에게 최대한 피해를 입히지 말아야한다. 그래야 아름다운 이별이 가능하다.

문형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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