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생활경제부장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한 젊은이가 매우 소중히 여기는 칼을 가지고 양자강을 건너기 위하여 배를 탔다. 젊은이는 가다가 강 한복판에서 실수로 소중하게 쥐고 있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란 그는 얼른 주머니칼을 꺼내서 칼을 빠뜨린 부분의 뱃전에 자국을 내어 표시를 해 놓았다. 그는 ‘칼이 떨어진 자리에 표시를 해놓았으니 찾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배가 언덕에 닿자 뱃전에서 표시를 해 놓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칼은 없었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그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었다.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같은 물에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흘러간 물은 그저 유유히 흘러갈 뿐 그 흐름을 역행해 돌아와 주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의 융통성 없는 고집은 기회를 놓치게 되어 있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후회한 들 득이 없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산업을 지켜보고 있자니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유래가 절로 떠오른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마저 나온다. 올해 7월, 대한민국은 국제연합(UN) 산하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것도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얻어낸 성과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며 자부심을 갖길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저마다 힘들 때 대한민국의 선진국 지위 부여 소식은 국민들 가슴을 뜨겁게 했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충분했지만 최근 NFT가 주목받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제로 인해 국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찬물을 끼얹는다. 게임업계와 콘텐츠, 문화 산업 전반에 걸친 NFT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콘텐츠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방탄소년단 기획사 하이브, 박진영 사단인 JYP, SF9 등 아이돌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FNC엔터테인먼트 등은 벌써 NFT로 사업 확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술·예술품 시장에서 NFT 거래는 이미 활발하다. 이 분야에서 NFT 열풍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미술·예술품의 NFT 도입으로 이제는 일반인들의 예술품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질 만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옥션의 주가도 폭등했다.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NFT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지난 8월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동시접속자 130만을 훌쩍 뛰어 넘었다. 두 배 가까운 서버증설도 당연한 이야기다. ‘미르4’는 NFT를 적용한 게임으로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도 하고 돈도 버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들어서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어떤가? 내년 1분기 NFT를 결합한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것만으로 그간 주춤했던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사에서도 목표주가는 올려 잡는 등 NFT 사업에 따른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게임사들 중 NFT를 염두에 두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게임 속의 돈을 드레이코라는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게임 캐릭터는 NFT로 바꿔서 다른 유저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게 ‘미르4’ 글로벌 버전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으로 그간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아이템의 개인 간 현금 거래를 기술로 대체했다고도 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게임사 중에서도 발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해 왔다. 작년에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가상화폐 위믹스를 출시하는 등 가상 자산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하고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독 한국 내에서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 규제 탓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글로벌 흥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글로벌 버전을 접할 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28조에 의하면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 된다. 동일법 32조에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성,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그간 리니지 등의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한 개인들은 모두 범법자다. 업계에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정부만 눈을 감고 있다. NFT 거래는 개인 간 현금 거래보다 안전하다.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에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지만 게임산업법이 굳이 안전장치를 해체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달 부산에서 열린 ‘G-STAR 2021’에 참석해 “NFT가 적용된 게임이 등급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게임위의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NFT를 적용한 게임에는 등급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위메이드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NFT 적용 게임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글로벌 시장의 선두를 향해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정부만 흐름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국내 게임 업계가 규제에 발목 잡혀 좌불안석 하고 있는 사이 개발도상국인 베트남 게임사 스카이마비스는 엑시인피니티로 글로벌 게임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이미 2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해당 게임은 동명의 가상화폐로도 발행되어 활발히 거래 중이다. 엑시인피니티는 지난 10월 미국 벤처캐피탈 안데르센호로위츠의 펀딩 시리즈B에서 1억5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최대 30억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선두를 잡고 나아가는 개발도상국의 게임사를 IT 강국이자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게임사가 따라잡아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 번 놓친 선두는 탈환하기 힘든 법이다.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IT 강국이라는 명예도 정부의 규제일변도 앞에서는 무력하다. 게임업계가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유연한 사고보다 “NO”를 외치는 정부의 꼿꼿한 태도가 초나라의 어리석은 젊은이와 다르지 않다.

[데스크칼럼] NFT 산업 규제는 각주구검(刻舟求劍), 개도국에 선두 내줄 텐가?

박진희 기자 승인 2021.11.25 15:34 | 최종 수정 2021.11.26 00:07 의견 2
박진희 생활경제부장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한 젊은이가 매우 소중히 여기는 칼을 가지고 양자강을 건너기 위하여 배를 탔다. 젊은이는 가다가 강 한복판에서 실수로 소중하게 쥐고 있던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놀란 그는 얼른 주머니칼을 꺼내서 칼을 빠뜨린 부분의 뱃전에 자국을 내어 표시를 해 놓았다. 그는 ‘칼이 떨어진 자리에 표시를 해놓았으니 찾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배가 언덕에 닿자 뱃전에서 표시를 해 놓은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칼은 없었다. 이것을 보고 사람들이 그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웃었다.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같은 물에는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 흘러간 물은 그저 유유히 흘러갈 뿐 그 흐름을 역행해 돌아와 주지 않는다. 어리석은 자의 융통성 없는 고집은 기회를 놓치게 되어 있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후회한 들 득이 없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체불가토큰(NFT) 산업을 지켜보고 있자니 ‘각주구검(刻舟求劍)’의 유래가 절로 떠오른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마저 나온다.

올해 7월, 대한민국은 국제연합(UN) 산하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로부터 선진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것도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얻어낸 성과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피와 땀으로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라며 자부심을 갖길 당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로 저마다 힘들 때 대한민국의 선진국 지위 부여 소식은 국민들 가슴을 뜨겁게 했다. 선진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기 충분했지만 최근 NFT가 주목받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규제로 인해 국내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찬물을 끼얹는다.

게임업계와 콘텐츠, 문화 산업 전반에 걸친 NFT 적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K콘텐츠에 자부심을 갖게 하는 방탄소년단 기획사 하이브, 박진영 사단인 JYP, SF9 등 아이돌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FNC엔터테인먼트 등은 벌써 NFT로 사업 확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술·예술품 시장에서 NFT 거래는 이미 활발하다. 이 분야에서 NFT 열풍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류층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미술·예술품의 NFT 도입으로 이제는 일반인들의 예술품 재테크 수단으로 여겨질 만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서울옥션의 주가도 폭등했다.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NFT다. 국내 게임사 위메이드가 지난 8월 출시한 블록체인 기반 ‘미르4’ 글로벌 버전은 동시접속자 130만을 훌쩍 뛰어 넘었다. 두 배 가까운 서버증설도 당연한 이야기다. ‘미르4’는 NFT를 적용한 게임으로 유저들 사이에서는 “게임도 하고 돈도 버는 게임”이라는 인식이 들어서면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어떤가? 내년 1분기 NFT를 결합한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것만으로 그간 주춤했던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사에서도 목표주가는 올려 잡는 등 NFT 사업에 따른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게임사들 중 NFT를 염두에 두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게임 속의 돈을 드레이코라는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게임 캐릭터는 NFT로 바꿔서 다른 유저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게 ‘미르4’ 글로벌 버전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흥행으로 그간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던 아이템의 개인 간 현금 거래를 기술로 대체했다고도 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게임사 중에서도 발 빠르게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해 왔다. 작년에는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가상화폐 위믹스를 출시하는 등 가상 자산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생성하고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유독 한국 내에서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 규제 탓이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글로벌 흥행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글로벌 버전을 접할 수 없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28조에 의하면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하여 사행성을 조장하면 안 된다. 동일법 32조에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성,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그간 리니지 등의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한 개인들은 모두 범법자다. 업계에 이미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정부만 눈을 감고 있다. NFT 거래는 개인 간 현금 거래보다 안전하다. 사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시장에 일종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셈이지만 게임산업법이 굳이 안전장치를 해체하고 있는 셈이다.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달 부산에서 열린 ‘G-STAR 2021’에 참석해 “NFT가 적용된 게임이 등급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게임위의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NFT를 적용한 게임에는 등급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위메이드를 비롯해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NFT 적용 게임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글로벌 시장의 선두를 향해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정부만 흐름에 역행하는 게 아닌가.

국내 게임 업계가 규제에 발목 잡혀 좌불안석 하고 있는 사이 개발도상국인 베트남 게임사 스카이마비스는 엑시인피니티로 글로벌 게임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이미 2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는 해당 게임은 동명의 가상화폐로도 발행되어 활발히 거래 중이다. 엑시인피니티는 지난 10월 미국 벤처캐피탈 안데르센호로위츠의 펀딩 시리즈B에서 1억52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최대 30억 달러에 이른다.

이처럼 선두를 잡고 나아가는 개발도상국의 게임사를 IT 강국이자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게임사가 따라잡아야 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 번 놓친 선두는 탈환하기 힘든 법이다. 선진국이라는 자부심도, IT 강국이라는 명예도 정부의 규제일변도 앞에서는 무력하다. 게임업계가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와중에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유연한 사고보다 “NO”를 외치는 정부의 꼿꼿한 태도가 초나라의 어리석은 젊은이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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