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는 분주하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다각도로 안전사고 예방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졸속·과잉 처벌 논란 속에서도 하소연으로 일관하기보다 실질적인 해법 찾기에 분주하다. 단순히 안전 관련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스마트 기술·장비 도입을 서두르고 협력사·근로자에게 긴밀한 협조 요청 등 현장에서도 답을 찾아나서고 있다. -편집자 주-
건설업계가 다각도로 안전을 강조하고 나서고 있지만 현장 내 사고를 원천적으로 근절시키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사람인 까닭이다. 이에 각 건설사들은 고위험 작업군에 한해 노동자의 직접 투입이 아닌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목숨이 달린 위험 상황에 대한 대비 교육도 안전한 메타버스 기반 세계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기존 이론 중심에서 벗어나 실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 혁신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건설이 최근 국내 최초로 ‘포천~화도 고속도로 4공구’ 터널공사에 고성능 측정장비를 탑재한 자율보행 로봇을 적용해 시공 안전·품질 관리에 나서고 있다(사진=포스코건설)
■ 작업자 안전, 이제 로봇이 책임진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터널공사에 무인으로 작동하는 자율보행로봇 이용에 나섰다.
터널공사는 굴착 등 토목공사 과정에서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고 위험도도 높으며 구조도 쉽지 않아 다수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다가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포스코건설은 자율보행로봇에 레이저로 지형을 측정하는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와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해 터널 내부의 시공오류, 균열 등을 확인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 로봇은 발파 작업 직후 인력이 투입되기 전에 낙하위험이 있는 암반 등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확인한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건설은 ‘포천~화도 고속도로 4공구’ 현장의 터널공사에 자율보행 로봇을 시범 투입해 작업자의 안전성을 높이는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플로어 로봇(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액세스 플로어(Access Floor) 시공 로봇(이하 플로어 로봇)을 상용화했다. 플로어 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무게 10kg의 상부패널을 설치한다.
이 로봇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업자 추락 등의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엑세스 플로어는 바닥으로부터 최대 6m 이상 높이에서 시공하는 경우가 있어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할 위험성이 있다.
이외에도 내화뿜칠과 드릴 타공, 앵커 시공 등 단순·고위험 작업을 수행할 로봇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내화뿜칠은 건물의 철골 기둥과 보에 내화재(耐火材)를 덧칠해 높은 열에도 견딜수 있게 하는 필수 작업이지만 근로자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또 고공 작업이 많아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자체 개발한 내화뿜칠 작업 로봇이 이 같은 위험 작업을 대신할 수 있도록 상용화했다. 이를 통해 현장 근로자들이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상황을 줄여나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메타버스 플랫폼 기반 스마트 안전보건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식’ 최수환 GS건설 안전혁신학교장(사진 오른쪽)과 전우열 벤타브이알 대표가 메타버스에서 각자의 캐릭터로 등장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GS건설)
■ "연습도 실전처럼" 메타버스 기반 위험 작업 예방 교육
올해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건설 현장 풍속도도 바꿨다.
그동안 현실적인 문제로 위험 작업 예방 교육을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론 중심 교육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현실(VR)교육은 실제 상황과 꼭 닮은 가상현실 구현에 성공했다.
메타버스 활용 안전교육에 나선 대표 건설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 9월 메타버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안전보건교육 콘텐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벤타브이알과 체결했다.
GS건설은 해당 협약으로 건설 재해 예방을 위한 위험작업 특별교육·GS건설 필수안전수칙·사고 유형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VR기술을 활용해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티 체험하는 모습(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도 장비안전 가상훈련 프로그램 '스마티(SMAR'T)'를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무선 VR 기기를 활용한 교육으로 실제 사고가 발생한 작업 상황과 유사한 환경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양중, 하역, 고소작업, 타설 등 공종과 장비의 종류에 따라 사고 시나리오를 구성해 현장 근로자들에게 100여 차례 이상 교육을 실시했다. 장비운전원은 물론 유도자와 신호수들 등 다양한 작업군에서 활용했다.
대형건설사들은 자체적인 메타버스 기술 개발 외에도 전문 기업과 손을 잡고 안전 계획 수립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은 건설 드론 데이터 솔루션 서비스 업체 엔젤스윙의 힘을 빌려 메타버스 환경 내에서 안전한 작업계획을 수립하는데 힘쓰고 있다.
엔젤스윙 안전관리 솔루션은 드론으로 촬영한 현장 데이터를 메타버스 환경에서 해당 현장을 구현한다. 가상화된 현장에서 실제 규격의 장비를 배치하고 동선 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위험한 작업에 대한 예방 교육으로 전문강사를 초청하고 해봤지만 아무래도 몰입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라며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 교육은 안전에 대한 하나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