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을 제2의 중동으로 삼으면서 신도시개발은 물론 호텔사업, 수처리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16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건설사 아시아지역 수주액은 86억75373만달러다. 국내 건설사의 전통적인 텃밭이라 불리는 중동지역에서 수주액이 88억192만달러인 것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해외사업에서 신시장 개척을 통한 새거점 확보에 나선 건설사들이 최근 베트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아시아에서 이 같은 수주성과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 김형 사장(오른쪽)이 하이즈엉성 당서기장을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 대우건설, 베트남 시장 개척 선구자 역할

베트남 시장 개척은 대우건설이 앞장섰다. 지난 1991년 최초로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뒤 1996년부터 하노이스타레이크시티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베트남과 지속적인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 스타레이크시티 개발사업은 베트남 하노이시청 북서쪽에 56만 평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은 대우건설이 100% 지분을 소유한 베트남 THT법인이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22억 달러(한화 약 2조 6000억원) 규모다. 지난해 1단계 부지조성사업과 아파트, 빌라 건축이 완료됐다.

하노이스타레이크 재개발 사업 관련 수주창구는 여전하다. 국내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총 4억 달러 규모의 B3CC1블록 복합개발사업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현지 탄아다이탕 그룹과 푸꾸옥 주거개발사업 1단계 공동개발 협약 및 도급 계약도 체결하는 등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투자처 확대를 위해 지속적인 협력관계도 만들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13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베트남 브엉 딩 후에 국회의장 등 베트남 주요정부인사들과 만나 베트남 내 신규 도시개발사업 재투자 협력 MOU를 맺으며 경제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또 하이즈엉성과 산업단지 및 배후부지 개발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베트남 사업에 대한 증권가 평가도 좋다. 김세련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하노이 THT 사업에 이어 베트남 푸꾸욱 주거개발사업 수주를 통한 성장성 확보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GS건설 임병용 부회장(왼쪽)이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오른쪽)에게 기념품을 전달하고 있다(사진=GS건설)

■ GS건설, 주택부터 수처리까지…베트남서 사업 영역 확장

지난 2004년 베트남 시장에 처음 진출한 GS건설은 호찌민시 내부 간선도로 건설사업(TBO)을 시작으로 올해까지도 다양한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GS건설도 방한한 베트남 주요정부인사들을 지난 14일 만났다. 최고 경영진이 직접 베트남 주요정부인사들과 경제개발 협력 투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면담에서 GS건설은 현재 추진 중인 베트남 사업과 향후 신규 사업에 대한 베트남 중앙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GS건설 임병용 부회장은 “향후 베트남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고용 창출뿐만 아니라 선진 기술 이전을 통해 베트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GS건설은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건설자재 제조설비, 도로, 철도, 교량 및 주택과 신도시, 환경 수처리설비 등 산업 인프라 구축 작업에 한 축을 담당하며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시 신도시 자체개발사업은 물론 GS건설의 자회사 GS이니마가 베트남 수처리 업체 인수를 추진 하는 등 현지에서의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롯데몰 하노이 조감도 (사진=롯데건설)

■ 롯데건설, 주택·호텔은 물론 복합몰까지

롯데건설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랜드'를 설립하면서 베트남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주택사업은 물론 대규모 복합몰과 호텔 등 다양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수도 하노이에 대규모 복합몰 ‘롯데몰 하노이’를 시공 중이다. 지난해에는 스타레이크 신도시에 3500억 원 규모의 호텔 신축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투자개발형 사업도 활발히 전개해 호치민 투티엠지구에 대형 복합개발 사업인 롯데에코스마트시티를 진행하고 있다.

주택 분야에서는 현지 디벨로퍼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호치민에 4개, 하노이에 1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호치민시에는 아파트 1031가구와 오피스텔 231가구를 건설하는 ‘더 그랜드 맨하탄 프로젝트’ 개발을 베트남 부동산 업체인 노바랜드그룹과 합작해 공동 추진하고 있다.

당분간 건설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 러시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동에 이은 새로운 시장 거점이 필요한 건설사에게 베트남이 매적인 사업지인 탓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수주에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한데 장기적으로는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도 고려하고 있을 것이다"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거리적인 문제도 있어 중단기적으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중국의 경제체제를 고려했을 때 갖는 리스크와 자국 내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진출이 쉽지 않고 투자 매력도 떨어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