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를 믿고 서비스를 사용해주시는 고객님들께 장애로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10월 25일 오전 11시 20분부터 40~85분간 전국적으로 KT 유·무선 인터넷망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망 일체가 마비되는 등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했다.
오류가 발생한 다음날 구현모 KT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틀 후 구 대표는 서울 종로구 KT혜화타워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의원 등과 간담회에서도 머리를 숙여 재차 사과했다.
먹통사태 이후 두 달여가 다 돼가지만 구 대표가 약속한 피해자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협력업체에게 맡긴 기업망 라우터(네트워크 설정 경로) 교체 작업 중 설정 오류로 밝혀졌다. 작업을 감독해야 할 KT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등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을 받았다.
KT 내부 규정상 주요 장비 교체작업은 새벽시간에 해야 하고 KT 직원이 이를 관리·감독하도록 돼 있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그동안 공공연하게 새벽시간 작업 규정을 지키지 않고 낮시간에 작업하는 관행이 있어 왔다"며 "규정이 없어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있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토로했다. KT 직원들이 새벽 작업이 싫어 협력업체에 주간시간 작업을 유도해왔다는 의미다.
인터넷 먹통사태 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새벽시간 작업, 시스템 자동화, 작업 후 오류를 미리 발견해 수정할 수 있는 가상 테스트 베드(시험공간) 마련 등은 이미 KT 내부 규정상 적시돼 있는 내용이었다.
있는 규정만 지켰어도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난 2018년 아현 화재사태를 비롯한 초고속 인터넷 속도 지연 등 KT에서 끊이지 않은 문제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KT 내부에 만연한 무사안일주의와 도덕적 해이에서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KT는 내부적으로 네트워크부문에 '네트워크운용혁신담당'을 신설하고 기존 플랫폼운용센터는 '보안관제센터'로 이름을 바꿨다.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 이·삼중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등에 예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모호한 상태다.
피해자 보상액도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원성을 사고 있다. KT는 약관과 관계없이 350억~400억원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문제는 개인으로 환산하면 보상액이 '밥값' 수준도 안 된다는 점이다. 전국에서 피해를 당했다는 호소는 넘쳐났지만 KT의 보상안은 1인당 1000원, 소상공인에 8000원씩 돌아가는 꼴이다. 피해자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수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KT가 '디지코(DIGICO)'에 속도를 내며 '본업'인 통신 사업을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미래 먹거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본업인 통신 부문을 소홀히 하면 아현 화재사태, 올해 인터넷 먹통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것이다."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지 않고 외면하는 조직은 언제든 무너질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물론 KT 직원들까지도 경고와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구 대표를 포함한 KT 경영진은 이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