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사진=삼성중공업)
수주는 대박인데 반해 16개 분기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해법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수익성을 높이는 거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미션을 보란 듯이 완수했다. 그 결과 유임에 성공했고, 곧 흑자 전환의 꿈도 실현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진택 사장이 이끄는 삼성중공업은 올해 100억달러가 넘는 수주액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 이후 14년만에 100억달러를 넘었다.
정 사장은 취임과 함께 장기화된 적자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수지 개선이라는 만만치 않은 숙제를 떠안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이 규모가 1조549억원에 이르렀다. 염가에 수주한 선박, 원자재 가격 상승, 재고자산 평가손실 등으로 좀처럼 영업수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주 실적에서는 웃었다. 지난 10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2448억원 규모의 LNG운반선 1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 총 79척 120억달러를 거둬들였다.
정 사장은 당초 올해 수주 목표로 78억달러를 제시했다. 하지만 LNG선 발주량 증가에 따른 수주 랠리에 자신감을 얻고 목표를 91억달러로 높였다. 올해 수주 실적은 추가로 높인 목표도 훌쩍 뛰어넘었다.
조선업의 특성상 수주가 매출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더딘 수주와 낮은 선가로 다음해까지 실적 부진을 이어갈 것"이라며 "오는 2023년부터 외형 확대와 선가 상승, 인력 숙련도 증가분이 반영되면서 흑자전환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 이사회는 적자 늪을 탈출할 수 있을 적임자로 정 사장을 선택했다. 정 사장은 일리노이 주립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지난 1984년 삼성중공업 입사 후 영업팀장, 리스크관리팀장, 기술개발본부장을 거쳐 작년초부터 조선소장을 역임했다. 그는 조선업 불황시기인 2014~2017년 RM(리스크 관리)팀장을 맡아 회사의 경영구조 개선을 이끌었다.
지난해 말 삼성중공업 이사회는 "(정 사장은) 리스크 관리 전문가로서 향후 경영위기 극복과 사업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정 사장도 자신에게 주어진 흑자전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비용 고효율 조선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부가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전체 수주 실적 중 LNG를 추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비중은 70%에 달한다. 고부가 선박 위주로 수주 잔고를 안정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드릴십 5척 중 1척을 245만달러에 처분하는데 성공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도 동시에 꾀했다. 드릴십은 고정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원유 및 가스 시추작업을 하는 배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 따라 인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삼성중공업이 그대로 5척을 떠안게 됐던 것이다. 저비용 고효율 조선사 변신을 위해서는 남은 드릴십 재매각도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중국 내 생산 법인인 '영파 유한공사'에서도 철수하고 생산성이 높은 또 다른 생산 법인 '영성 법인'으로 일원화를 통해 해외사업장 운영 효율도 개선하고 있다.
배진한 삼성중공업 경영지원실장(사진 오른쪽)이 이지은 한국MS 대표와 스마트SHI 추진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사진=삼성중공업)
정 사장은 스마트조선소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9년부터 ‘스마트SHI'로 명명한 디지털 전환 전략을 수립했다. 3대 디지털 혁신 과제 ▲스마트생산 ▲스마트설계 ▲스마트워크 등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글로벌 IT기업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통한 반복 사무 자동화 등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 사장은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내후년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시점까지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을 기르는데도 역량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은 유상증자였다. 유상증자룰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자본총계가 2조9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까지 늘었다. 부채비율도 낮아졌다. 상반기 말 322%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증자 이후 198%로 낮아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정진택 사장 체제에서 고부가 가치 위주의 선박 수주와 함께 스마트조선소 전환 가속화 등 기술개발과 수주 측면 등 전방위적으로 저비용 고효율 조선사로 거듭나고 있다"라며 "향후로는 더욱 LNG선박 기술력을 강화하고 더 나아가 차세대 스마트십이나 저탄소·무탄소 선박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