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계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구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산업계는 지난 11월 월간 기준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신기원을 열었다. 반면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요소수,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뷰어스는 올 한 해 산업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달 11월 1일 창립 52주년 기념식에서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부회장이 경영진과 임원진에게 준볍경영과 ESG 실천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올해 산업계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수소산업에 미래를 준비하는 데 너나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였다.

탄소중립 기조를 명확히한 정부 정책 기조에 산업계는 고객과 공감하는 ESG 경영과 수소산업을 경영 찰학의 전면에 내세우며 수소경제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수소기업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 등 미래 산선업 경쟁에서 선두자리를 차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경제·산업계의 최대 화두는 ESG로 압축된다. 코로나19 팬데믹9(대유행)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 등이 지목된 이후 국내는 물론 유럽 등이 환경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SK, LG 등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비전을 발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 ESG 경영은 시대적 대세

기업들에게 탄소 저감은 경영화두를 넘어 이젠 현안으로 부상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가 최근 기후정상회의 등을 통해 기후대응 일환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서다.

많은 기업들은 당장 사업장 내 탄소저감 시설 확충는 물론 사내 ESG 위원회 등을 새로 만들어 규제 및 수출 등 통상 리스크 해소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바로 유럽연합(EU)이 도입을 추진 중인 '탄소 국경세'다. EU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받는 무역 관세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ESG 경영 등급에서 환경(E) A등급, 사회(S) A+ 등급, 지배구조(G) B등급을 획득하며 통합 B+ 등급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통합 B+ 등급을 받았다는 것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다소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반도체 생산공정의 불소화가스 감축설비를 운영하고 제조 공정 에너지 효율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제품 사용단계에서는 에너지 고효율 제품 개발로 사용단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전력 효율이 10% 이상 개선된 저전력 반도체를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 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서나' 쓰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은 수소기업협의체에 참여하는 15개 회원사 중 가장 큰 18조5000억원을 규모 투자한다. SK는 SK E&S와 SK㈜를 주축으로 2025년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해 세계 1위 수소 사업자가 되겠다는 목표다.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해 SK E&S는 5000억여 원을 투자, 2023년까지 연간 생산량 3만톤 규모 액화수소 생산기지를 완공할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그린수소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한다. 한화솔루션 수소기술연구센터는 기존 수전해 기술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 기술'(AEMEC)을 개발 중이다. 한화임팩트는 미국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해 LNG 가스터빈을 수소혼소 터빈으로 전환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10월 인천 청라에서 열린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대)과 그룹 총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수소산업은 미래 먹거리 창출의 핵심 분야

2021년 한 해 수소연료전지 시장은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빠른 속도로 토대를 마련해 갔다. 정책에 머물던 수소경제를 세계 최초로 법으로 제정한 데 힘입어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도 이뤄졌다. 시장의 영속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수소 연료전지와 모빌리티 등 그동안 활용 단계에 머물던 국내 수소경제는 수소 생산, 저장‧운송, 안전, 인프라에 이르는 전(全)주기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다.

산업계는 오는 2030년까지 수소생태계 조성에 50조원 이상을 투자하면서 수소경제 원팀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지난 9월 발족했다. 현대차, SK, 포스코,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두산, 효성, 코오롱, 이수, 일진, E1, 고려아연, 삼성물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민간 수소산업 지원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는 글로벌 수소산업협회 얼라이언스(GHIAA)도 설립할 예정이다. 유럽, 미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 중국, 싱가폴 등 총 13개국이 올해 9월 공동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청정에너지 정책을 견인하기 위해 올해 2월에는 국회, 산업계, 학계, 연구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그린수소포럼이 창립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의 후속조치로 구성된 조직이다.

각 기업들은 계열사 역량까지 끌어모은 수소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효성그룹은 오는 2023년까지 린데그룹과 함께 울산 용연공장 부지에 연간 생산량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전환 기술(CCUS)을 통한 블루수소와 풍력,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기술도 개발할 방침이다.

두산그룹은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최근 3년 연속 신규 수주액 1조원을 달성했으며 2023년 매출 1조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풍력발전을 이용한 그린수소를 제주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완공을 목표로 창원에 짓고 있는 수소액화플랜트에서는 블루수소(탄소배출을 최대한 줄인 공정을 통해 생산된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코오롱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사업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6년부터 수소연료전지용 분리막 기술을 연구해 온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주축이다. 코오롱글로벌은 그린수소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코오롱글로텍은 수소 저장과 운송에 필요한 압력용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ESG 경영 실천과 수소산업 활겅화는 각 그룹이 간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며 "총수들이 경영 철학으로 앞세운 만큼 향후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