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업계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앞세운 반도체 업계는 호황을 구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예고했다. 반도체를 필두로 한 산업계는 지난 11월 월간 기준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600억달러를 넘어서며 신기원을 열었다. 반면 자동차 업계를 중심으로 요소수,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뷰어스는 올 한 해 산업계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이슈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K배터리' 3사는 생산능력을 늘리는 것뿐 아니라 차세대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LG·삼성·SK그룹은 각 배터리 계열사 수장을 총수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거물급 인사들로 채우며 높은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나타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1.6%를 점유하고 해외 기업들도 손을 내밀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탄소 배출 감축이 글로벌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내연기관차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전기차로 대신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각국에서는 전기차 육성을 위한 정책들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교체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전기차에는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FC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등이 포함된다.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는 전기차 충전소 구축 비용 75억달러가 책정됐다.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와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 기준 강화로 앞으로 9년간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다.

유럽연합(EU) 역시 적극적으로 친환경차 전환을 추진중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 '핏 포 55'를 발표하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2035년까지만 허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과 일본 역시 2035년 이후부터는 내연기관차를 팔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승승장구했다. 올해 전세계 전기차 10대 중 3대는 K배터리를 썼다. 에너지 전문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올해 1~10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31.6%를 점유했다.

한·중·일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패권전쟁을 펼쳐왔는데 K배터리는 이들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며 순항했다.

국내 대표 배터리사인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포드, GM과 합작공장을 발표했다.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 투자규모를 기존 60GWh(기가와트시)에서 129GWh로 2배 이상 확대키로 했다.

SK온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블루오벌SK 등을 포함해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시켜 가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 대한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합작법인의 생산능력을 80GWh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폴란드, 중국 등의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해 2025년까지 430GWh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번 합작법인 설립으로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은 국내 울산을 비롯해 헝가리, 중국 서안까지 총 4곳으로 확대된다. 합작법인은 2025년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최초 연산 23GWh 규모로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하기로 했으며, 향후 40GWh까지 확장할 수 있다.

LG·SK·삼성 그룹 차원에서도 배터리 사업 부문을 집중 조명하는 모습이다. 2022년도 임원인사에서 그룹 내 핵심 인물들을 전진배치하며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었다. 전기차 시대 전환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외 투자 경쟁도 격화하는 등 중요한 국면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먼저 임원 인사를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은 LG 권영수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맞았다. 권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며 LG그룹의 실질적 2인자라는 평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은 내년 1월 예정된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과제를 직접 챙기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 수행을 위해 열의를 보이고 있다.

SK온은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최 수석부회장의 취임으로 SK온은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이 함께 회사를 이끄는 기업으로 운영된다. 최 수석부회장은 성장 전략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맡고 지동섭 대표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투톱 시스템이다.

삼성SDI는 전영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최윤호 삼성전자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삼성SDI는 창사 51년만에 처음으로 부회장급이 탄생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중 유일한 부회장 인사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SDI의 그룹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SK온은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고 가장 오래가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갈 것”이라며 “시장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 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전기차 배터리 산업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