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 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 현황을 살펴보니 상위 3위에 있는 주식부자 순위가 싹 바꿔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초 기준 국내 그룹 총수 주식부자 1위를 하던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은 최근 1년새 주식가치가 40% 넘게 감소하며 연말에 가서는 3위로 밀려났다. 반면 삼성전자 이재용은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초만 해도 9조원대로 2위였는데 연말에는 14조원대로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꿰찼다. 같은 기간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3위에서 2위로 순위가 변동됐다. 김 의장 역시 작년 한때 18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주식부자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세 명의 그룹 총수가 작년 한해만 1위 자리를 갈아치우며 치열한 부자 경쟁을 벌여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에서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과 KCC 정몽진 회장은 작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주식가치가 60% 넘게 불어난 반면 LG 구광모 회장은 20% 이상 줄어 대조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가 ‘2021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국내 50대 그룹 총수 주식재산 변동 분석’ 결과를 3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기업 집단 중 자연인(개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한 50개 그룹 총수 50명이다. 주식평가액 산정 기준은 총수가 상장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경우는 물론 비상장사를 통해서 실질적으로 쥐고 있는 상장사 지분 가치도 조사 범위에 포함했다. 평가액 산출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모두 합산해 올 1월 4일과 12월 30일 기준 종가를 각각 곱한 값으로 계산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내 50대 그룹 총수 중 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숫자는 38명이다. 이들 38명 그룹 총수의 작년 1월 초 주식평가액은 총 64조5545억원이었고 12월 말에는 64조6028억원으로 평가됐다.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자산이 최근 1년새 483억원(0.1%↑) 정도 오르는데 그쳤다.
■ 이건희 이후 국내 주식부자 독보적 1위 사라져…20조 넘는 주식부자 국내 전무
작년 한해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 순위와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상위 1~3위 자리가 모두 바뀌어졌다는 점이다.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은 작년 연초만 하더라도 주식가치가 17조7995억원 수준으로 고(故) 이건희 회장 다음으로 주식평가액이 높았다. 하지만 공식적인 그룹 총수 중에서는 서 명예회장이 국내 주식부자 1위로 등극했다. 지난해 1월 초 기준 서 명예회장이 직접 보유한 상장사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여기에 비상장사인 셀트리온홀딩스 등 비상장사를 통해 보유한 주식평가액까지 합치면 실제 서 명예회장 소유의 주식평가액은 18조원 수준에 육박했다.
지난해 1월 초만 해도 서정진 명예회장은 국내 그룹 총수 중에서는 주식부자 1위 타이틀을 얻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1년새 주식가치는 40% 넘게 추락하며 서 명예회장의 주식재산은 작년 연말 기준 10조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국내 50대 그룹 총수의 주식부자 순위도 작년 연초 1위에서 연말 3위로 2계단 후퇴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1월 초 기준으로 보면 9조5747억원으로 서 명예회장 다음으로 주식부자 넘버 2를 유지했다. 그러다 작년 4월 29일에 이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을 상속 받으면서 단숨에 15조8185원으로 10조원대 주식부자 대열로 단숨에 합류했다. 작년 6월 말에도 15조5612억원으로 15조원대 주식가치를 유지했다. 이때도 이 부회장은 국내 주식부자 2위를 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14조1900억원 이상의 주식가치를 보이며 같은 해 4월 말 때보다 1조6000억원 넘게 주식재산이 줄었다.
하지만 주요 그룹 총수들의 주가 하락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8조9206억원의 주식평가액으로 국내 주식부자 3위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작년 6월에 카카오 주식이 1주당 16만9500원까지 올라갈 시점의 김 의장의 주식재산은 18조원을 넘기도 했다. 한동안 국내 주식부자 1위 자리를 탈환한 적도 있었다. 그러다 연말에 가서는 12조원대로 주식평가액이 하락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보면 국내서 주식재산이 두 번째로 높은 그룹 총수에 꼽혔다. 김 의장은 작년 초 주식부자 3위에서 출발해 한때 1위를 찍고 연말에는 2위에 안착한 것이다.
■ 동국제강 장세주, 1년새 80% 넘게 증가…KCC 정몽진도 60% 넘게 불어
50대 그룹 총수 중 작년 연초 대비 연말 기준 주식평가액 상승률만 놓고 보면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 회장의 작년 1월 4일 기준 주식가치는 1154억원이었다. 12월 30일에는 2114억원으로 최근 1년새 960억원 넘게 증가했다. 주식재산이 최근 1년새 83.2%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주식가치 상승 배경에는 장 회장이 보유한 동국제강 주식가치가 크게 오른 것이 주효했다. 동국제강 주식가치는 작년 초 8680원에서 연말에는 1만5900원으로 높아졌다.
KCC 정몽진 회장의 주식평가액도 최근 1년새 67%나 폭풍 상승했다. 작년 1월 초 3281억원에서 12월 말에는 5480억원으로 주식재산만 2000억원 넘게 많아졌다. 정 회장의 경우 KCC 주식을 갖고 있다. KCC의 경우 지난해 연초 주가가 19만9000원에서 시작해 연말에 31만5000원으로 크게 올랐고 정 회장의 보유 주식수도 증가하면서 5000억원대 주식부자 대열에 진입했다.
효성 조현준 회장도 작년 초 7117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연말에는 1조1523억원으로 작년 한해 61.9%나 주식재산이 불어났다. 주식재산이 크게 증가하며 조 회장은 주식재산 1조 클럽에도 당당히 입성했다. 특히 조 회장이 보유한 7개 종목 중 3곳이나 주식가치 상승률이 최근 1년새 100%를 넘어섰다. 다른 1개 종목도 90% 이상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LG 구광모 회장의 주식가치는 작년 연초 2조6600억원 정도에서 연말에는 2조300억원 정도로 6300억원 넘게 주식재산이 쪼그라들었다. 작년 한해만 23.9% 정도로 주식평가액이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는 LG(주) 주식가치가 낮아진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 역시 작년 초 3조 400억원 수준이던 것이 연말에는 3조700억원 정도로 6700억원 넘게 주식평가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한해 17.9% 되는 주식재산이 없어진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주식가치 하락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롯데 신동빈 회장도 작년 한해 주식평가액이 13.6%(1월 초 8073억원→12월 말 6976억원) 수준으로 떨어졌고 CJ 이재현 회장도 8.8%(1조2156억원→1조1085억원)나 주식재산이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우리나라의 주식부자 1위는 한동안 삼성 이건희 회장이 독보적으로 유지해왔지만 향후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카카오 김범수 의장,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 세 명이 국내 주식부자 최고 자리를 놓고 치열한 3파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삼성전자, 카카오, 셀트리온 세 개 주식종목의 주식가치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따라 국내 그룹 총수의 주식부자 순위 판도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