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 CEO들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며 한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안전과 디벨로퍼, 새로운 먹거리 발굴이라는 측면에서 다수 CEO가 같은 목소리를 냈다. 뷰어스는 건설업계를 리드하는 10대 건설사의 신년사를 통해 업계 경영 비책을 엿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유병규(사진=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지난해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 창사 이래 최대 실적 등이 쏟아졌지만 건설업계는 마냥 웃지 못했다. 도시정비 실적 양극화는 물론 토지 자원 한계 도달 등을 근거로 국내 건설 산업 성장 둔화과 같은 위기론이 계속해서 부각된 까닭이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부문 리모델링이 건설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긴 했으나 이 또한 전통적인 단순 도급 사업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의 신년사에서도 이는 잘 드러난다. 한 대표는 디벨로핑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면서 "단순도급은 더 이상 적정 수익 확보가 어려워 자체·개발사업과 민간 투자사업 확대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위해 사업성 분석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우량 사업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 간 디벨로퍼 진출로 사업 활로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왔다. 디벨로퍼 사업은 단순 도급형 사업과 달리 사업 기획과 자금 조달, 건설 및 운영관리 등 부동산 관련 사업을 총망라하면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올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최고의 디벨로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관련 사업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마곡 MICE 전체 조감도 (자료=롯데건설)
■ 롯데건설, 조단위 사업 줄줄이 따내면서 디벨로퍼 존재감 '쑥'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에도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하 대표는 "글로벌 경제전반의 성장세 둔화 및 수익성 하락 등의 우려가 교차한다"라며 "거시적으로는 팬데믹 장기화 가능성과 함께 금리인상, 원자재가격 상승, 글로벌 경제상황 등 경영여건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첫번째로 꼽은 것은 디벨로퍼 역량 강화다.
하 대표는 "복합개발 수주와 금융모델 발굴, 우량자산 투자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야 한다”며 “자산운영과 실버주택, 친환경사업 등 운영사업 확대를 통해 중장기적은 성장모델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대규모 복합개발사업 수주전 곳곳에 뛰어들면서 일감 확보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이 따낸 복합개발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이스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2조 5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인천 서구 검단 신도시 101역세권 개발(1조 2000억원), 하남 복합문화단지 H2 프로젝트(1조6000억원) 등 조단위 사업을 줄줄이 따냈다. 이외에도 6100억원 규모의 구의역 KT부지 첨단복합개발사업 등을 품에 안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롯데건설의 복합개발사업 역량이 통했다. 대형 복합개발사업인 베트남 호찌민 에코 스마트시티 수주가 대표적인 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캡스톤자산운용과 '부동산개발 및 자산운용 업무 협약'을 맺는 등 디벨로퍼 역량 강화 제고에도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도 하 대표는 신년사에서 수익성 개선에 방점을 두면서 성과를 냈다. 지난해 롯데건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186억원이며 영업이익률은 10.1%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60.3%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3.0%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디벨로퍼 역량 강화 전략도 수익성 개선 전략과 맞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스마트 마이스 파크 컨소시엄이 제안한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조성 민간투자사업 조감도(자료=HDC현대산업개발)
■ HDC현대산업개발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최강 디벨로퍼 출사표
HDC현대산업개발 유병규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Only 1 최강 디벨로퍼로가 될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유 대표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는 본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주택부문 위주의 사업 구조는 경기 변동에 민감해 불황이 찾아오면 수익성이 곧장 악화가 된다.
이에 따라 유 대표는 건설산업의 근원적이고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극대화해 디벨로퍼로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 ▲광운대역세권 ▲용산철도병원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등 새로운 융복합개발사업을 맡으면서 복합개발의 강자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에 선보이는 의료와 주거, 교육기관 융복합 '청라의료복합타운'과 서울 강남권의 새로운 중심축이 될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조성 민자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존의 디벨로퍼로서 발휘한 역량에 더해 양질의 대규모 랜드마크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등 디벨로퍼 경쟁력 제고에 집중한다.
유병규 대표는 "상품기획 능력 강화, 개발사업과 금융의 접목, 원가관리 리스크 대응 체제 구축 등을 통해 본원적이고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며 "개발관리·운영 역량에 기반해 사업방식을 다각화하며 이종 산업과의 융합과 전략적 제휴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