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새해에 취임 5년차를 앞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구광모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전자는 올해도 그 기세를 이어간다.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전장 부문까지 본 궤도 오를 경우 LG그룹은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의 LG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불필요한 대립을 피하고 화합을 추구한다는 '인화(人和)'의 전통에 변화를 추구하며 '공격 경영'의 행보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등 수익이 나지 않거나 주력이 아닌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면서도 미래 성장 사업에는 기회 때마다 통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주요 계열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리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가전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70조원을 돌파했다. 4분기 매출도 분기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 74조7219억원, 영업이익 3조867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이며 직전 년도 대비 28.7% 증가했다. 연간 매출액이 7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전년도 대비 1% 감소했다.
LG전자가 부문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가전(H&A사업본부)에서 매출 27조원 영업이익 2조원 안팎, TV(HE사업본부)에서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대를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체 영업이익이 4조원을 넘지 못한 건 전기차 배터리 충당금 이슈, 가전 물류비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 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조주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조 대표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권봉석 대표를 이을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내정된 바 있다.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표이사로 유임되면서 LG전자는 조주완 사장과 배두용 대표 투톱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전열정비를 마친 LG전자는 조주원-배두용 콤비의 시너지효과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조주완 대표가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신사업 육성으로 돌파구를 찾고, 배두용 대표가 이에 필요한 투자자금 마련 및 배분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대급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 입성을 앞두고 이번주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을 시작한다.
증권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적정 시가총액을 100조원까지 보고 있어 공모가 역시 희망 범위 상단인 30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공동주관사 7곳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후 적정 시총을 112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등은 100조원으로 산정했다.
전례 없는 공모 규모에 따라 증시 자금도 출렁이고 있다. 작년 카카오뱅크 IPO 공모 때 청약 증거금이 58조3000억원이 몰린 것을 고려하면 최근 대출 규제 영향을 반영하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 증거금은 3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후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코스피200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MSCI 지수는 상장 직후 시총 6조원, 유통 시총 3조원 이상이면 조기 편입된다. FTSE 지수 조기 편입도 비슷한 기준에서 결정된다. 코스피200에는 3월 10일 특례 편입이 예상된다.
2018년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은 전통적 제조기업에서 배터리, 전장,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미래 성장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그룹의 변신에는 실용주의를 앞세운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있었다. 구 회장은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미래 성장사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10여건을 성사시키면서 M&A에 소극적이었던 LG그룹의 경영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전 세계 임직원을 향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혁신'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것은 양질의 제품뿐 아니라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이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가치 있는 고객 경험에 우리가 더 나아갈 방향이 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선대 회장들의 기업 경영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의 체질을 이 정도로 개선했다는 점만으로도 경영 능력은 충분히 입증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