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의지를 드러내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뉴삼성'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기대하고 있다. 이달 말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에서 성사 가능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로봇, 차량용 반도체, 전자장비 분야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해외 반도체 기업 NXP, 인피니언 등이 M&A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11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등이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17년 차량용 범용플래시저장장치(UFS)를 선보였다. 곧바로 독일 자동차 아우디에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8890’을 공급했다. 2019년에도 아우디에 ‘엑시노스 오토 V9’를 납품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그래픽 D램 등을 해외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한다.
올해 삼성전자가 M&A를 성사하면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자장비 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지 6년 만에 이루는 대형 M&A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279조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1조5700억원으로 역대 3번째로 큰 규모를 달성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내 유보금이 100조원을 넘어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로봇 역시 M&A 유력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첨단 로봇 기술을 보행 보조, 서빙, 가정생활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등 로봇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최근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해 사업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매우 신중하게 M&A를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며 "그간 미래 방향성에 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느라 주요 결정이 지연됐지만 지금은 방향성이 어느 정도 결정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우선 차량용 반도체와 로봇, 전장 등의 분야에서 M&A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치는 304조981억원, 59조4735억원이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인 매출액 301조7532억원, 영업이익 55조8278억원에 비해 상향 조정된 수치다.
국내 대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전문 기업인 텔레칩스, 칩스앤미디어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삼성 M&A 소식에 수혜주로 부상헸다.
다만 공급망 경쟁이 삼성전자 M&A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자 자국 우선주의가 심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인피니언이나 NXP를 다른 나라 회사에 매각하는 데 꺼려 할 수 있다”며 “반도체가 부족한 마당에 이런 회사를 팔면 유럽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아울러 "로봇산업이 각국의 미래 먹거리 주요 분야로 떠오른 만큼 M&A에 따른 각 기업의 몸값은 크게 뛰어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