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주민들이 점포 폐쇄에 반발하며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급격하게 증가한 은행 점포 폐쇄가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1분기에만 100곳이 넘는 은행 지점이 문을 닫는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오지 않아 갈등만 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하거나 통합하는 점포는 110개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폐점 수(251개)의 절반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점포 통폐합은 1월에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KB국민은행이 36곳의 영업점을 정리하고 신한은행 42곳, 우리은행 1곳, 하나은행이 2곳을 폐점한다. 신한은행은 올해 2분기부터 점포 통폐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 “통폐합 지점들은 사실상 지난해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올해 2분기부터 올해 점포 운영계획 본격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200곳이 넘는 지점을 합치거나 영업을 종료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이 98곳의 점포를 줄였고 ▲경기 62곳 ▲부산 17곳 ▲경북 12곳 ▲경남 12곳 ▲대구 9곳 순이었다. 가장 적게 줄어든 지역은 전북과 세종으로 각각 1곳의 지점이 문을 닫았다.
은행들은 지역 내 상권이 쇠퇴하거나 경제성이 떨어진 곳을 위주로 지점 정리를 시작했다.
SK텔레콤이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지오비전’을 통해 취합한 ‘2021년 대한민국 100대 상권’에 따르면 전년 대비 순위가 10단계 이상 하락한 곳은 총 11곳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2곳, 부산이 2곳, 전남이 1곳으로 나타났다. 지역 상권 쇠퇴가 은행 점포 축소 수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서울의 경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었고 임대료 감당이 힘들어지면서 점포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명품상권 메카로 불리는 강남구청 인근에서만 신한은행(강남구청지점), 우리은행(언주역지점), NH농협은행(학동역지점) 영업점이 지난해 사라졌다.
부산을 대표하는 중심 상권인 동래역 인근에서는 지난해 4개의 은행 점포가 철수했다. 하나은행 사직 중앙점과 지방은행 점포 3곳이 문을 닫았다.
대안 점포로 떠오르고 있는 편의점 뱅크 ‘CU마천파크점’ (사진=뷰어스)
■ 생존 전략이지만 소외 계층 배려는 부족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이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운영 효율화를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하지만 1년에 점포를 수백개씩 폐쇄하면서 현실성 있는 대안은 내놓지 않아 갈등만 키우고 있다. 특히 디지털금융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농어민·장애인 등의 은행 업무는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이다.
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마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명확한 대안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계속된 항의와 지적에 일부 은행은 폐점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진행 예정이었던 서울시 노원구의 한 지점의 폐점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디지털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지난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등을 의무화했지만 형식적 절차로 운영된 탓에 적절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의 디지털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점 수 축소는 효율적인 점포 운영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필수 생존전략이라고 항변한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안착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은행권은 고육지책으로 올해부터 고령층 ATM 사용 수수료 면제하거나 화상 서비스 및 편의점 내 기기를 통한 은행 서비스 확대 등 소비자불편 해소 방안을 마련 중이다. 또 편의점과 은행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대안 점포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서비스 진출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점 축소는 불가피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점포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금융소외 계층을 방치할 경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과 시장의 적절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