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삼성전자가 또다시 국제 특허소송에 휘말렸다. 두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외국 기업과 로펌들의 공격은 거세지고 있다.

특허소송 특성상 소송 기간이 길고 승소를 하더라도 관련 비용과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 소송 도중 합의를 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의도적으로 다른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유도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때문에 미국과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 내에서 '소송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영상·음향 기술 업체인 돌비의 특허권 남용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임시 금지 명령과 예비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돌비가 AC-4 오디오 코덱 특허기술 제공을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돌비는 디지털 오디오 코딩기술 표준인 AC-4 등의 특허권을 보유한 표준필수특허권자다.

표준특허란 관련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기술에 대한 특허를 의미한다.

돌비의 특허기술은 국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방송 관련 최종제품에 필수다. 해당 특허기술 없이는 관련 제품 생산이 불가능하다. LG전자는 1995년부터 TV, 사운드 바 등 다수의 주력 제품군에 돌비의 영상·음향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돌비가 이번에 기술 사용 승인을 거절한 것을 놓고 업계에서는 특허권 남용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돌비는 로열티 지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감사하는데 사용 업체간 의견 충돌이 생기면 기술사용 승인을 거절한 뒤 협상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국내 로펌 관계자는 "LG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자 의도적으로 싸움을 걸게 한 것 같다"며 "로열티를 높이려는 뻔한 술책으로 LG전자로서는 아주 고약한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후 해외에서 여러 특허소송에 당했다. 데이터 라우팅 관련 특허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개인부터 알람전송 등 자사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기업까지 글로벌 특허 분쟁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달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특허관리금융회사(NPE) ‘시너지IP’에게 특허 침해 소송을 당했다. 시너지IP를 설립해 미국 전자업체 스테이턴 테키야 LLC와 손잡고 10건의 특허소송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지난해 12월 미국 특허상표국에 테키야가 보유한 특허 9건에 대해 지식재산권 무효심판을 신청했고 나머지 1건에 대해서도 무효심판을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너지IP가 무단침해를 주장하는 특허기술은 '올웨이즈온 헤드웨어 레코딩 시스템', '오디오 녹음용 장치', '다중 마이크 음향 관리 제어 장치' 등으로 주로 무선 이어폰과 음성 인식에 관련된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 갤럭시S20 시리즈와 갤럭시버즈, 갤럭시버즈 플러스, 갤럭시버즈 프로, 빅스비 플랫폼 등에 적용됐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마구잡이식 특허소송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허괴물'들이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특허소송으로 위협을 가하며 돈을 뜯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건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492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NPE 사건은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840건으로 전체 소송에서 56.3%를 차지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개 기업은 2017년 이후 5년간 미국에서 707건의 특허 소송을 당했다. 특허소송 주체는 해외 NPE가 530건으로 75%를 차지했다. 이어 해외 제조업체가 177건으로 25%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특허 침해 피소 건수가 가장 많은 국내기업은 삼성전자로 총 413건에 달했다. 이중 NPE가 315건, 제조업체가 98건이었다. 이어 LG전자가 199건으로 NPE가 168건, 제조업체가 31건을 제소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무리한 법정 다툼보다 소송 기업과 특허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 퀄컴, MS,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 대부분과 상호특허 사용계약을 맺고 지속적으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다.

특허법률사무소의 한 변리사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만 원천적으로 특허괴물의 소송을 막을 수는 없다"며 "선제적으로 특허를 먼저 매입하거나 기술이나 특허를 보유한 기업을 좀 더 제값을 주고 매입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