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 등은 물적분할(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소유하는 분할 방식)과 관련 있다. 분할을 통해 탄생했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아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모기업의 미래 전략이 불투명해져 애써 키워 남좋은 일만 시켰다는 반발도 있다. 뷰어스는 물적분할의 허와 실의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DL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게 신규 상장 기념패를 전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기업공개(IPO) 역사의 각종 기록을 새로 썼다. 그럼에도 모기업인 LG화학 주주들과 근로자들은 반발한다.
LG화학 경영진은 물적분할을 강행했다. 그 결과 LG화학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이튿날인 지난 28일 10.89% 내린 4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0만원)에 비해서는 50% 웃도는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05조원대로 SK하이닉스를 누르고 코스피 2위에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294조원)의 5% 규모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MSCI 지수에 조기편입에 성공했지만 FTSE 조기편입엔 탈락했다. MSCI 지수 편입 시점은 2월 14일 장마감 후에 정해질 전망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기업 분할의 방식이다. 소위 '돈이 되는' 부문을 떼내 '실탄'을 마련하는 셈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기존 주주들에게는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IPO로 10조2000억원(4250만주)을 마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최대주주인 LG화학은 2조5500억원을 확보했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은 81.84%로 줄었다. LG화학은 사실상 단독주주 수준의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이번 IPO로 배터리 및 소재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이 105조원에 이르렀지만 LG화학 시가총액은 43조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지난해 초 105만원이던 주가가 61만원으로 급락했다. 이러니 LG화학 주주들이 반발한다. 여기에 LG화학 직원들은 “LG엔솔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먹여 살렸는데, 성과 보상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렸다.
포스코는 2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법인)로 분리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의결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수 기준 75.6%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출석주주 89.2%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물적 분할 안건은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압도적인 찬성으로 지주사 전환이 확정되긴 했지만 이날 포스코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일부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해 불만을 쏟아냈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 및 투자관리를 전담하고, 포스코는 본업인 철강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지주사와 자회사는 오는 3월 2일 출범한다.
그룹 지배구조는 포스코홀딩스가 최상단에 있고 포스코(철강)를 비롯해 포스코케미칼(이차전지 소재), 포스코에너지(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식량), 포스코건설(건축·인프라) 등 다른 자회사가 그 아래 놓이는 형태로 바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이날 주주 메시지를 통해 "경영구조를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해 철강과 신사업 간의 균형성장을 가속화하고 사업 정체성 또한 친환경·미래소재 기업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회사의 성장 노력이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아베스틸도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추진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투자 사업 부문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지주 산하에 특수강 제조 등을 영위하는 세아베스틸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세아베스틸 측은 지주회사 전환 배경에 대해 경영 효율성 제고, 기업 가치 재평가 등을 언급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분위기다. 이날 세아베스틸 주가는 13% 이상 폭락했다.
이를 의식한 듯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IPO에 대해 현재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은 지난해 10월 1일부로 물적분할해 출범했는데 이같은 분할 의사결정은 특정 시점의 IPO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다"며 "SK온의 IPO에 전혀 검토되지 않고 있다는 점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SK온의 성장성과 수익 개선 속도에 따라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자회사 상장과 지주사 디스카운트 논란 등으로 인해 정부·정치권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지는 데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그런 의견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제도화될지 예측이 어렵다”며 “결론적으로 (이같은 제도 개선 논의는) IPO 관련 회사의 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를 우선 배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시장은 물론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