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 등은 물적분할(분할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모회사가 소유하는 분할 방식)과 관련 있다. 분할을 통해 탄생했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끌어모아 성장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모기업의 미래 전략이 불투명해져 애써 키워 남좋은 일만 시켰다는 반발도 있다. 뷰어스는 물적분할의 허와 실의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상장과 소액주주보호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2년(2020~2021년) 사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진행된 물적분할 건수는 113건에 달한다. 이는 직전 같은 기간(2018~2019년) 77건에 비해 약 50% 늘어난 수치다. 특히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 중 직접 물적분할을 결정한 곳은 같은 기간 2곳에서 6곳으로 급증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이같은 행위가 재작년 LG화학을 기점으로 잇따르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없이 자회사 상장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이라는 리스크에 노출된다. 핵심 사업을 떼어감에도 기존 주주가 신설법인 지분을 받지 못하는 구조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큰 우려는 중복 상장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다. LG화학을 비롯해 한국조선해양, CJ ENM, 한화솔루션 등 물적분할 여파로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물적분할 이후 지난해 초 105만원까지 상승했던 주가가 60만원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많은 자회사를 최근 무더기로 상장시킨 카카오도 더블카운팅 여파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 이모씨는 “아무리 주식이 미래 가치를 반영해 결정된다지만 어떻게 물적분할한 회사의 가치가 모회사 가치를 뛰어넘는 건지 아직도 이해 못하겠다”면서 “그래도 다들 좋다면서 주식을 사니 (한국 기업들이) 다들 물적분할을 하려고 하나 보다”고 말했다.

LG화학 소액주주들만 속상한 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직원들도 “LG에너지솔루션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먹여 살렸는데 성과 보상에서는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며 불만이다.

우리사주 850만주를 배정받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은 향후 수억원대 주식 차익 대박이 예상되고 있다. 최근 LG화학 노조가 본사에 항의 방문해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따른 수익 분배를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사업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거의 10년간 LG화학의 석유화학사업이 돈 벌어 쏟아부었다. 그동안 LG화학 직원들이 성과급으로 받았어야 하는 돈이 새나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잘 키워놨더니 이제 이익으로 돌아서는가 싶으니 물적분할하고 기업공개(IPO)하면서 LG화학 직원들에겐 우리사주를 주지 않고 어떤 보상도 없었다"는 취지다.

포스코도 지난 2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 분할 안건을 최종 승인했다. 포스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물적 분할에 찬성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철강회사 포스코와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이자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 체제로 전환된다.

일부에선 철강회사가 아닌 수소 등의 신성장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에 대한 상장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물적분할 발표 당시 “향후 지주사 산하에 새롭게 설립되는 법인들의 상장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라고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관을 통해 비상장을 못 박은 철강회사와 비교하면 다소 수위가 낮은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세아베스틸 역시 오는 3월 말 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의결한다. 세아베스틸은 존속법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신설법인 사업회사 세아베스틸로 분리할 계획이다.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3586만주)의 3분의 1(1195만주) 이상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세아베스틸은 모회사 세아홀딩스가 지분 61.72%(2213만5633주)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지분은 전체 주식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33.02%(1184만4422주)다. 세아홀딩스 지분이 높아 주총에서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지만 추후 원활한 경영을 위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이유는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형태다. 기존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얻지 못한다. 물적분할이 되면 지주사가 존속법인이고 신설 사업회사가 신설법인이 돼 기존 주주들은 핵심 사업 사업 주주의 지위를 잃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의 주주 무배당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주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당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알릴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재작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주주 배당을 건너뛴 데다 지난해에는 배터리와 석유개발 사업을 물적분할한 데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 '주주 달래기' 카드가 필요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모회사 주주들에겐 불리하다.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 그만큼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낮아지고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며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지배 주주의 보유 주식 비중이 줄어들어 불리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돈은 돈대로 유치하면서 모회사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어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물적물할 자체가 기업을 둘러싼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