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대 은행이 약 2년간 코로나19 지원책의 일환으로 상환 등을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원금과 이자만 1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원이 시작된 이후 올해 1월 말까지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은 139조4494억원이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129조694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은 2020년 초부터 정부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 연장과 함께 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지원은 당초 2020년 9월로 시한을 정해 시작됐지만, 이후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자 지원 종료 시점이 6개월씩 3차례나 연장됐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9조6887억원도 받지 않고 미뤄줬고(원금상환 유예), 같은 기간 이자 664억 원도 유예됐다.
이자 유예액은 664억 원 뿐이지만, 한은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의 평균 대출 금리(연 3.14%)를 적용하면 이 이자 뒤에는 약 1조573억원(664억 원/0.0314/2년)의 대출 원금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5대 은행은 코로나19와 관련해 140조5067억원(139조4494억+1조573억 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더이상 연장은 없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말 4번째 재연장 가능성에 대해 일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9일 “만기 연장·상환유예 조치는 3월 말 종료를 원칙으로 하되 종료 시점까지 코로나 방역상황, 금융권 건전성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직후 정치적 결정에 따라 다시 재연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금융권과 당국은 지원 종료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오는 7일 비공개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기업은행·신한카드·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기관의 고위 중소기업 담당자들과 함께 ‘소상공인 비(非)금융 지원 방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연다. 금융기관들은 현재 운영 중인 비금융 지원 특화상품, 프로그램 현황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향후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당국과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와 별개로 금융위는 다음 주부터 6개 안팎의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부행장급)과 비공개로 ‘코로나19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 지원 방안’과 관련해 개별 면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각 은행은 3월 말 지원 종료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종료될 경우 시작할 연착륙 방안들도 당국과 논의한다.
은행들은 이미 지원 대상 소상공인·중소기업들에 유선 또는 SMS(문자서비스) 등을 통해 유예 종료일과 납입기일 등을 안내한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사내 공문으로 3월 말 실제 지원 종료를 가정하고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이후 지원방안 프로세스’ 안내문이 게시됐다”며 “지원 종료 이후 대상 차주의 휴·폐업과 연체 여부, 고객관리 활동 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