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홈시스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사진=쿠쿠홈시스)
가전제품 기업 쿠쿠홈시스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회사의 무책임한 방치를 지적하고 나섰다.
쿠쿠홈시스 중앙기술연구소에 근무하는 직원이 경기도 시흥시 사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지난 5일이다. 이후 사망한 직원의 동료들이 ‘이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쿠쿠 제보합니다. 고인이 된 동료직원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측을 비난하는 댓글이 잇따랐다.
A씨는 블라인드를 통해 “사내 업무관계나 평판이 매우 좋은 편이던 고인이 숨지기 직전까지 근무한 부서로 이동 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결국 정신과 치료, 우울증 약 복용, 수면제 처방까지 이르렀다”고 고인의 사망 전 상황을 알렸다.
그러면서 “해당 팀의 팀장과 부서장은 사람을 내보내기로 이미 사내에서 유명하다. 사내 사건을 외부로 알리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쉬쉬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글 작성 계기도 전했다.
실제 중학생 자녀를 둔 고인은 사내 동료들의 평판은 좋았지만 오랫동안 상사의 지적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 B씨는 고인의 말투까지 지적했다는 동료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블라인드 쿠쿠홈시스 라운지 화면에는 “직원의 노동력만 갈아 넣는 회사 아니고, 직원의 목숨까지 갈아 넣는 회사” “천인공노할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등의 글들이 줄잇고 있다. 지난 2020년에 가해 직원에 대한 고발이 이어진 글도 눈에 띈다. 직원들은 “이때만 조치를 했어도…”라며 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쿠홈시스 측은 10일 본지에 “고인이 사망 후 장례 절차에 집중했다”면서 “지난 7일 발인을 마친 직 후 직원들의 주장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맞는지 조사를 위해 내부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중에 있다”고 전했다.
쿠쿠 측은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팀장은 지난 8일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이 되면 추후 추가 징계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사내에서는 내부진상조사위원회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외부 전문가인 노무사를 구성원에 포함 시켰으며, 사내에서 자원하거나 추천하는 직원들도 구성 인원에 포함 시켜 최대한 객관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에서 이번 사건을 조용히 덮으려는 것 같다는 일부 직원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고인 사망 후 장례와 애도에 최선을 다했다”면서 “발인이 7일이었다. 발인 직후 곧바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되고 있다. 구본학 대표도 나서서 직원 전체 메일을 통해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을 철저히 할 것과 재발방지를 위한 소통 창구 마련 등에 대한 계획을 공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직장 내 괴롭힘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범죄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일어난 사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산업재해로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