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게임사 3N의 한 축을 담당하는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씨가 별세했다. 뷰어스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선구자 역할과 함께 해외사업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6000만원의 자본금으로 24조원이 넘는 시가 총액의 기업을 만들기까지 김정주라는 게임업계 거인의 발자국을 쫓는다. -편집자주-

김정주 NCX 대표. (사진=넥슨)

한국 온라인게임의 개척자 역할을 한 김정주 NCX(넥슨 지주사)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 하와이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1994년 서울대학교 동기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자본금 6000만원으로 넥슨을 창업한 뒤 28년만이다.

고(故) 김정주 창업주는 넥슨 창업과 함께 주력 사업으로 온라인게임을 선택했다. 국내 온라인 MMORPG의 선조 격인 '바람의 나라'도 이때 만들어졌다. 지난 1996년부터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바람의 나라'는 현재까지도 인기리에 서비스를 이어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라이브 서비스 중인 그래픽 MMORPG 기네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고인은 '바람의 나라' 개발과 서비스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1998년 7월에는 '바람의 나라'가 북미 서버에 진출하면서 해외에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2년 뒤에는 일본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난해 25주년을 맞이한 '바람의나라'(자료=넥슨)

넥슨이 경쟁사에 비해 해외사업에 일찍이 진출한 배경에는 고인의 해외 진출 의지가 주효했다. 고인은 자서전 '플레이'에서 일본 방문 당시 닌텐도 게임기를 사려고 줄을 길게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꼭 닌텐도를 뛰어넘는 게임회사 설립을 다짐했다”고 회고했다.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정신을 가장 존경한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는 등 해외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해외서도 인정받는 넥슨 왕조를 이룩하기 위한 고인의 노력은 디즈니와 같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캐릭터와 넥슨이 가진 캐릭터의 파워 차이는 현격하다"며 넥슨의 IP(지적 재산권) 확장 초점을 캐릭터에 맞추기도 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인기를 끌 수 있는 캐릭터 사업에 대한 가능성을 꿰뚫어 봤다.

'바람의 나라' 성공 이후로도 고인은 '메이플스토리'·'마비노기'·'던전앤파이터'·'카트라이더'·'서든어택'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MMORPG에만 국한되지 않고 액션RPG와 FPS, 캐주얼 등 다양한 장르의 성공작이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서든어택'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하며 사세를 확장했다. 그 결과 지금의 국내 게임업계 최초 3조 매출 신화의 넥슨을 이룩했다.

특히 고인의 해외사업에 대한 의지는 '던전앤파이터'의 대성공으로 빛을 발했다. 지난 2005년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는 2D 도트를 활용한 그래픽을 오락실 아케이드 게임의 추억을 불러일으켰고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2009년 국산 게임 중 최초로 한국·중국·일본 3개국 동시 접속자 수 2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연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던파의 올해까지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8억 5000만 명에 달한다.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 8억 5000만 명 돌파한 '던전앤파이터'(자료=넥슨)

고인은 지난 2005년 넥슨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과 함께 지주회사 NXC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옛 넥슨재팬)과 한국법인(넥슨코리아) 등 총 6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게임 사업의 지속적인 성공 이후로 고인은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4차산업혁명 관련 미래 사업에 집중해왔다.

고인은 지난해 7월에는 NXC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주회사 전환 후 16년 동안 NXC 대표이사를 맡아왔는데 이제는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맡길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신 사내이사로 재임하며 NXC 등기이사직을 유지해왔다.

디즈니 수준까지 넥슨을 키우고 싶다던 고인의 꿈은 이제 남겨진 이들의 몫이 됐다.

넥슨 측은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며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