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을 보고 있으면 '답정너'가 떠오른다. 건설사는 피 튀기는 수주전은 피하려고 하고 조합 측은 일방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등 서로 상대를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는 모양새다. 조합 입장에서는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에 수의 계약이 늘어나는 추세가 달갑지 않다. 특정 건설사의 단독 입찰 이후 수의계약 수순은 조합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의계약을 밟지 않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설 수도 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선택하는 게 안정적이다. 사실상 답은 정해진 셈이다. 또 조합 입장에서 더욱 난감한 경우는 최근 불거진 코오롱글로벌의 들러리 입찰 의혹과 같은 것들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노량진3구역과 월계동 동신아파트 정비사업에서 2차 입찰에 투찰했다가 들러리 입찰 의혹에 휩싸였다. 경쟁사는 각각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이 해당 사업지에 들러리로 나섰다는 의혹을 보내는 이들은 코오롱글로벌의 입찰 참여 자체가 뜬금 없다고 보고 있다. 통상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나서기 위해 건설사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조합과 스킨십을 하면서 눈도장을 찍는다. 사업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다. 치열한 수주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코오롱글로벌은 깜짝 참여라고 불릴 정도로 이 같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합 측에 제출한 사업 제안서가 부실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합은 결국 말이 경쟁입찰이지 선택해야할 시공사는 정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연히 경쟁사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코오롱글로벌은 800명의 투표 참여 조합원으로부터 49표를 얻으며 참패했다. 조합에서도 무리한 '답정너'식 요구로 건설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막무가내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 시공권을 인질로 삼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DL이앤씨는 8곳의 정비사업지에서 잇따라 시공권이 해지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공사비 증액과 특화 설계 문제는 과거부터 시공사와 조합 간의 단골 갈등 요소였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신당8구역이 대표적이다. 신당8구역은 DL이앤씨의 기존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DL이앤씨가 난색을 표하자 갈라섰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조합 측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걸맞지 않은 공사비로 진행할 것을 바라며 갈등이 일기도 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정비시장은 수주경쟁에 따른 과도한 홍보전으로 혼탁했다면 이제는 '답정너' 소통이 새롭게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답정너'식 수주와 사업 요구가 자리잡게 되면 시장의 폐쇄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도 대형 건설사의 독식이 심해지는 도시정비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건설사의 수의계약이나 조합의 일방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에 따른 적정치 못한 공사비 선정은 갈등의 불씨로 원만한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건강한 도시정비시장은 결국 수요 측인 조합과 공급 측인 건설사가 발을 맞춰나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 공급자간의 건전한 경쟁과 수요자의 합리적인 요구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 어느쪽으로든 한 방향만을 강요하는 시장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답정너’ 돼가는 도시정비시장

정지수 기자 승인 2022.03.14 15:58 의견 0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최근 도시정비사업 수주 과정을 보고 있으면 '답정너'가 떠오른다. 건설사는 피 튀기는 수주전은 피하려고 하고 조합 측은 일방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 등 서로 상대를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는 모양새다.

조합 입장에서는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에 수의 계약이 늘어나는 추세가 달갑지 않다. 특정 건설사의 단독 입찰 이후 수의계약 수순은 조합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수의계약을 밟지 않고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 나설 수도 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수의계약을 선택하는 게 안정적이다. 사실상 답은 정해진 셈이다.

또 조합 입장에서 더욱 난감한 경우는 최근 불거진 코오롱글로벌의 들러리 입찰 의혹과 같은 것들이다.

코오롱글로벌은 노량진3구역과 월계동 동신아파트 정비사업에서 2차 입찰에 투찰했다가 들러리 입찰 의혹에 휩싸였다. 경쟁사는 각각 포스코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코오롱글로벌이 해당 사업지에 들러리로 나섰다는 의혹을 보내는 이들은 코오롱글로벌의 입찰 참여 자체가 뜬금 없다고 보고 있다.

통상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나서기 위해 건설사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조합과 스킨십을 하면서 눈도장을 찍는다. 사업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서다. 치열한 수주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러나 코오롱글로벌은 깜짝 참여라고 불릴 정도로 이 같은 준비가 부족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조합 측에 제출한 사업 제안서가 부실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합은 결국 말이 경쟁입찰이지 선택해야할 시공사는 정해진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연히 경쟁사를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 월계동신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코오롱글로벌은 800명의 투표 참여 조합원으로부터 49표를 얻으며 참패했다.

조합에서도 무리한 '답정너'식 요구로 건설사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막무가내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 시공권을 인질로 삼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DL이앤씨는 8곳의 정비사업지에서 잇따라 시공권이 해지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공사비 증액과 특화 설계 문제는 과거부터 시공사와 조합 간의 단골 갈등 요소였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신당8구역이 대표적이다. 신당8구역은 DL이앤씨의 기존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 대신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 적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DL이앤씨가 난색을 표하자 갈라섰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조합 측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하면서도 이에 걸맞지 않은 공사비로 진행할 것을 바라며 갈등이 일기도 하고 있다.

그동안 도시정비시장은 수주경쟁에 따른 과도한 홍보전으로 혼탁했다면 이제는 '답정너' 소통이 새롭게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답정너'식 수주와 사업 요구가 자리잡게 되면 시장의 폐쇄성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도 대형 건설사의 독식이 심해지는 도시정비시장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건설사의 수의계약이나 조합의 일방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요구에 따른 적정치 못한 공사비 선정은 갈등의 불씨로 원만한 사업 진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건강한 도시정비시장은 결국 수요 측인 조합과 공급 측인 건설사가 발을 맞춰나가는 관계가 돼야 한다. 공급자간의 건전한 경쟁과 수요자의 합리적인 요구가 동반될 필요가 있다. 어느쪽으로든 한 방향만을 강요하는 시장은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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