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수송사옥 (사진=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다음 달 중 상장을 위한 주관사단을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IPO 준비를 위해 지난해 사명까지 바꾸고 친환경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며 대표환경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다만 SK에코플랜트와 유사한 친환경사업 전략을 펼친 현대엔지니어링이 최근 IPO 시장에서 철수한 사례가 있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형국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가 오는 2023년 상장을 목표로 내달 주관사단을 최종 선정한다.
SK에코플랜트는 장기간 IPO를 준비했다. 지난 2018년 SK건설이라는 사명을 쓰던 당시에도 상장 절차를 검토했으나 해외 건설 현장에서의 사고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장 리스크가 아니더라도 대형건설사의 상장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 상장은 최근 10년 동안 4곳 입성에 그쳤으며 지난 2001년 상장한 대우건설 이후로는 10대 건설사 중 IPO를 성공적으로 마친 곳이 전무하다.
증권시장에서 건설업은 통상적으로 안정된 주가 흐름을 이어가는 '가치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성장주'로 증권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IPO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SK에코플랜트는 먼저 사명을 바꾸기 전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친환경 관련사업을 목적사업에 추가했다.
SK에코플랜트가 추가한 친환경 사업은 ▲하수처리시설 설계·시공업 ▲폐기물 수거·분류·소각 및 매립사업 ▲탄소의 포집·저장 및 이용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된 자원의 매매업 등이다.
이어서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바꾸는 결정까지 단행했다. 단순한 건설사가 아닌 아시아 대표환경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출사표였다.
SK에코플랜트가 주력하고 있는 신사업은 폐기물 사업과 수소연료전지 사업이다. 지난해 폐기물 소각기업 총 6곳을 인수했으며 올해는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업체인 테스의 인수까지 마쳤다.
수소연료전지사업은 미국 블룸에너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친환경 수소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사진=SK에코플랜트)
다만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사업이 증권 시장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폐기물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폐기물 발생을 지속적으로 줄려는 기조를 가지면서 폐기물 산업 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여기에 경기변동에 따른 폐기물 발생량이 감소한다면 수익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폐기물 사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해상풍력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폐기물 사업에 대한 수익성 악화 전망도 나오고는 있으나 전반적인 친환경사업을 영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통해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려되는 지점은 SK에코플랜트와 같이 친환경 사업을 내세운 현대엔지니어링이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으며 올해 IPO 시장에서 철수했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과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상황은 다소 결이 다르다. 업계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IPO 포기 이유에 대해 ▲건설업 악재 ▲어려운 국내 증시 상황 ▲구주매출 반발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건설업 악재와 국내 증시 상황은 여전하지마 구주 매출 반발은 SK에코플랜트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속한다. 구주매출이란 기존 주주가 상장시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신규 사업에 쓰이지 않고 기존 주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당시 상장을 통해 공모하려고 했던 주식 물량은 1600만주다. 이 중 1200만주(75%)는 구주 매출, 400만주(25%)는 신주 모집이다. 구주매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기관 수요예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SK에코플랜트가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례를 미리 본 만큼 구주매출 비중 설정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볼트온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친환경 사업 기업을 인수하면서 높은 확장성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인수 자금 마련으로 인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 과도기를 버티기 위한 주택사업에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SK에코플랜트는 새 주택 브랜드 론칭과 함께 리모델링 사업에도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신용등급, 부채비율 등 재무안정성 개선에도 각별한 주의를 쏟고 있다"며 "특히 올해부터는 환경·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의 실적 성장세가 본격화되면서 회사 영업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