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 은행이 금융채와 코픽스 등 지표금리의 상승이 가팔라지자 스스로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에 따른 잠재적 부실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탓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지난 1일부터 하나원큐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 낮췄다.

KB국민은행도 금리인하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내달 1일까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인하한다.

KB주담대 혼합형(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는 0.4%포인트, 변동금리 상품은 0.15%포인트 내린다.

KB전세금안심대출(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상품의 금리는 0.55%포인트 낮아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KB주택전세자금대출의 금리도 0.25%포인트 인하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렸다. 카카오뱅크는 중신용대출의 금리를 0.5%포인트, 케이뱅크는 최대 0.4%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는 또 전월세보증금대출의 금리도 0.2%포인트 내렸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 인상 압박이 큰데도 시중은행은 자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선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지표로 주로 사용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2.259%에서 3.181%로 0.922%포인트 치솟은 상황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현재 3.426∼4.860%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지난해 12월 말(3.500∼4.720%)보다 하단은 오히려 0.074%포인트 떨어졌지만 상단은 0.140%포인트 높아졌다.

그럼에도 주요 시중 은행이 이처럼 대출 문턱을 낮추는데 힘쓰는 이유는 가계대출 자산이 계속해서 줄면서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이다. 이는 지난달 동기 대비 2조7436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격차)도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 기준 예대마진 2.27%p포인트였다. 이는 지난 2019년 6월 예대마진 2.28% 포인트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시중은행이 지속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추자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경계하는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첫 출근길에서 "가계대출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 총재가 되면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다시 보겠다"며 "총재가 되면 가계대출 문제를 금융위원회와 함께 다시 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