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사진=왼쪽), 남궁훈 카카오 대표이사 (사진=각 사)
국내 IT 공룡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글로벌 공략 비전과 목표를 밝혔다. 그동안 내수용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이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든 키워드는 메타버스와 콘텐츠다.
14일 IT업계에 따르면 전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네이버 제2사옥인 ‘1784’에서 ‘NAVER Meetup’ 행사를 열고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네이버의 향후 방향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각 사업과 기술 간 멀티플 시너지를 통해 새로운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3.0’으로 불리는 이 비전에 따라 ‘팀네이버’는 5년 내로 10억 글로벌 사용자를 모으고 15조원 매출 돌파를 목표로 제시했다. 네이버의 현재 글로벌 이용자는 7억명이며 지난해 일본 라인을 제외한 연결기준 매출은 15조원이다.
최 대표와 함께 행사에 자리한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네이버 포트폴리오를 보면 ▲검색·쇼핑·페이 ▲웹툰·UGC창작자 플랫폼 ▲AI·클라우드 기술 솔루션 등 3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잘 짜여 있어 성장성과 가치신장 여력이 상당하다”면서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내 IT 업계의 또 다른 공룡인 카카오도 지난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전략 강화로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내로 30%대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카카오의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은 10% 내외다.
카카오는 단기적으로 카카오 공동체 해외 매출을 작년 대비 4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시너지 TF'를 조직한다. 공동체 간 콘텐츠, 인프라, 네트워크 등 상호 협력 접점을 발굴하고 글로벌·미래·핵심사업 분야의 M&A, 지분 투자,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 체계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 네이버와 카카오의 같지만 다른 메타버스 활용법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해외 시장 공략에 내세운 것은 메타버스 관련 사업이다. 다만 네이버는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추고 카카오는 블록체인 연계에 주력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는 커뮤니티가 메타버스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팀네이버는 이미 제페토나 아크버스로 메타버스 화두에서 많이 앞서 있는 것은 물론, 네이버가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경쟁력을 보유해 온 ‘커뮤니티’ 서비스가 바로 메타버스의 본질”이라며, "우리는 카페, 밴드, 브이라이브 등 대표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이며, 가장 깊고 넓게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형 메타버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대목이다.
네이버가 제페토 이외에 가까운 시일 내 선보일 커뮤니티형 메타버스 적용 분야는 스포츠 서비스 부문이다. 향후 웹툰과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버티컬 메타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버티컬 메타버스는 해외 시장 공략에서도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에서 우수한 기술력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네이버랩스 유럽은 네이버가 구축한 SME 생태계와 콘텐츠 IP 밸류체인 구축 노하우를 유럽의 버티컬 커머스와 콘텐츠 사업 분야에 접목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를 중심으로 게임, 메타버스, VR 분야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와 글로벌 사업 확대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는 블록체인 사업과 메타버스의 연계를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크러스트에서 운영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클레이튼’을 메타버스 용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달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올해 콘텐츠, 블록체인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본격화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배재현 카카오 CIO(최고투자책임자)는 “클레이튼은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모를 꾀할 예정”이라며 “전세계 기업과 협업해 클로벌 탑티터 메인넷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하는 등 카카오의 해외 공략 사업에 블록체인 사업이 빠지지 않을 것을 임을 강조했다.
클레이튼은 국내 굴지의 게임사인 넷마블과 가상화폐 관련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위메이드가 메인넷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다. 가상자산정보제공사이트 코인마켓캡 가상자산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클레이튼은 45위에 머물고 있다.
카카오는 향후 다양한 서비스 측면에서 클레이튼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인 목표는 업비트 상장이다. 클레이튼의 업비트 상장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 IT공룡 기업의 해외 공략 실질적 공격수 역할 맡은 ‘콘텐츠 사업’
네이버와 카카오의 메타버스 연계 사업이 결국에는 당장의 해외 매출 발생에 큰 도움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실상 두 기업의 믿을 구석은 콘텐츠 사업이다.
네이버는 북미 시장에서 글로벌에서 가장 강력한 창작자 보상 모델을 가진 웹툰을 중심으로 콘텐츠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한다. 네이버웹툰은 창작자 친화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로컬 전략’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 시장 진출 7년만에 월간활성화수(MAU) 14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심상치 않은 흥행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달 31일에 네이버웹툰 일본 계열사인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을 인수하면서 일본 디지털 만화 시장의 정점에 올라섰다. 라인 망가와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의 지난해 합산 거래액은 약 8000억원이며 MAU는 2,000만명에 달한다.
네이버웹툰은 유럽 총괄 법인 설립을 통해 유럽 시장 1위 굳히기에도 들어갔다. 북미 시장과 마찬가지로 현지 작가 발굴에 힘쓰는 ‘로컬 전략’을 내세운다. 네이버웹툰의 유럽 총괄 법인이 신설되면 네이버웹툰은 북미 본사를 중심으로 일본,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에 모두 진출하게 된다.
네이버웹툰은 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웹툰(WEBTOON)’ 프랑스어 서비스는 지난 2월 기준 프랑스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웹툰/만화 앱 중 월간 활성 이용자 수(Monthly Active User)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독일어 서비스도 월간 활성 이용자 수와 매출 모두 현지 양대 앱마켓 내 웹툰/만화 앱 중 1위다.
이외에도 네이버는 왓패드와 함께 글로벌 IP 벨류체인을 확대하고, 최 대표와 김 CFO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위한 M&A도 적극 지원한다. 또한 하이브와 함께 협업하고 있는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는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늘린다.
카카오도 콘텐츠를 앞세운다. 카카오픽코마의 온라인 만화앱 ‘픽코마’는 일본에서 2016년 4월 서비스 시작 이후 4년만인 2020년 7월 글로벌 만화앱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9월 유럽 법인을 세우고 지난 3월 프랑에서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M&A를 통해 국내 콘텐츠 업계를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k팝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미디어 사업 측면에서는 제작 역량을 갖춘 탑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글로벌을 겨냥한 프리미엄 콘텐츠 IP로 해외 시장의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웹툰·웹소설 저력도 네이버에 뒤지지 않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중화권과 인도시장에서 웹툰·웹소설 플랫폼 사업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을 본격 공략하며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현재 대비 3배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미 태국과 대만에서는 웹툰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북미 시장은 타파스와 래디쉬, 우시아월드의 삼각편대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거래액을 5000억원으로 증대한다는 목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올해도 역량 있는 IP 발굴과 작품 라이프사이클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