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 성과 보상, 출퇴근 및 연차 사용 제한, 근태 및 인사평가, 결재 시스템. 일반 기업들이 기업 경영을 위해 장착한 시스템 중 어느 것 하나 없다. 감시와 통제가 사라진 자리에 자율과 소통, 자발적 참여가 대신한다.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만들어내고 유기적인 집단 지성으로 새로움에 새로움을 덧입히는 기업. 누군가가 꿈꾸는 이상이 아니다. 9년차 기업, 토스 이야기다. 국내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공화국 만세'를 뜻하는 프랑스 혁명 구호)의 토스가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토스뱅크가 출범하면서 금융시장 공기도 달라졌다. 자율과 금융. 혁신과 은행. 언뜻보기엔 어색한 조합이지만 토스가 나서니 금융권에도 새 바람이 분다. (사진=한국지식재산센터에 위치한 토스뱅크) ■ "정해진 틀은 없다"…'자율'이 뿜어내는 '효율' 평일 오후, 한국지식재산센터 14층에 위치한 토스뱅크를 찾았다. 라운지에는 '토스'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슬리퍼, 반바지 차림의 토스맨들이 커피를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홀에 마련된 '커피 사일로'에서 담당 직원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이름을 말하자 갓 내린 커피와 달달한 당근주스가 나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사일로의 맛있는 커피는 직원들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복지 중 하나"라고 귀띔한다. 사내에 마련돼 있는 카페와 편의점, 사내 미용실 등 모든 편의시설에 대한 무상 제공은 물론, 1인1법카까지. '업무 외의 모든 것은 회사가 책임진다'는 최고 수준의 토스뱅크 복지에 대한 소문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자리에서 사담과 업무대화의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이들은 오래지 않아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흩어졌다. 이들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자 미팅룸과 자유 공간 곳곳에 앉아 어느새 업무 모드로 전환한 토스뱅커들. 감시하는 사람도, 경쟁하는 사람도 없는 '노룰'의 천국에서 효율성이 폭발하는 이 신기한 마법은 뭘까. (사진=토스뱅크 직원들이 미팅룸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토스뱅크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며 원팀(One-team)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그 성과에 대해 함께 누린다. 업무를 위한 보고서도, 개인의 근태 체크를 위한 관리 시스템도 없다. 회사가 먼저 직원들을 신뢰하고 결정권까지 완전히 위임하자 그 안에서 직원들이 집중함으로써 한계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상대적인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몰두하고 경쟁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토스에는 평가와 보고가 없어요. 메신저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할 뿐이죠." (사진=토스뱅크 15층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 "경력직 직원분들 '이게 가능하냐'고 놀라세요" 달라도 너무 다른 토스뱅크의 문화. 새로운 입사자들에게 적응기는 필수 아닌 필수가 됐다. 입사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은 바로 김태현 토스뱅크 컬쳐에반젤리스트다. '소프트 랜딩'을 돕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그는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이 '토며들'기 위해 필요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에게 토스뱅크의 가장 중요한 문화 특징을 묻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정보와 자원"을 꼽았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공개채널에서 논의와 토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팀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요. 또 모두가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고 실행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하면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렇듯 기존 기업들과 문화 차이가 크다보니 경력직 입사자들의 경우 이직 첫날부터 충격 아닌 충격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고. "경력자 분들이 오시면 '와, 실제로 이런 문화가 존재하네요', '오랜 직장 생활동안 꿈꿔온 문화입니다.'라고 피드백을 주는 일도 많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신뢰하고 함께 노력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이 수평적이고 투명하다는 점에 대해 놀라면서 좋은 반응들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 김 에반젤리스트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특히 지원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존 은행앱을 보면 다소 무겁고 복잡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불편했던 경험들을 개선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뭘까' 하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사진= 김태현 토스뱅크 컬쳐에반젤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더 바라는 점이 있지는 않을까. 토스뱅크 입사 10개월차인 송관석 토스뱅크 수신 PM(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묻자 그는 "더 많은 직원들이 와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 여기에서 일하면 정말 좋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같이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이 즐거워서 스스로 이직 전도사가 되기를 자청하는 프로들이 있는 곳.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날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토뱅에 가보니-①] 슬리퍼 신은 프로들의 '노룰(no-rule)' 천국

출퇴근부터 연차, 법카까지 '신뢰'와 '자율'이 만든 마법
"업무 소통 장벽 없애고 결정권 주자 더 커진 책임감"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5.11 15:25 | 최종 수정 2022.05.11 20:05 의견 0

차등 성과 보상, 출퇴근 및 연차 사용 제한, 근태 및 인사평가, 결재 시스템.

일반 기업들이 기업 경영을 위해 장착한 시스템 중 어느 것 하나 없다. 감시와 통제가 사라진 자리에 자율과 소통, 자발적 참여가 대신한다. 원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만들어내고 유기적인 집단 지성으로 새로움에 새로움을 덧입히는 기업. 누군가가 꿈꾸는 이상이 아니다. 9년차 기업, 토스 이야기다.

국내 대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비바리퍼블리카('공화국 만세'를 뜻하는 프랑스 혁명 구호)의 토스가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토스뱅크가 출범하면서 금융시장 공기도 달라졌다. 자율과 금융. 혁신과 은행. 언뜻보기엔 어색한 조합이지만 토스가 나서니 금융권에도 새 바람이 분다.

(사진=한국지식재산센터에 위치한 토스뱅크)

■ "정해진 틀은 없다"…'자율'이 뿜어내는 '효율'

평일 오후, 한국지식재산센터 14층에 위치한 토스뱅크를 찾았다. 라운지에는 '토스' 문구가 새겨진 검은색 슬리퍼, 반바지 차림의 토스맨들이 커피를 마시며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홀에 마련된 '커피 사일로'에서 담당 직원에게 메뉴를 주문하고 이름을 말하자 갓 내린 커피와 달달한 당근주스가 나왔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사일로의 맛있는 커피는 직원들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복지 중 하나"라고 귀띔한다. 사내에 마련돼 있는 카페와 편의점, 사내 미용실 등 모든 편의시설에 대한 무상 제공은 물론, 1인1법카까지. '업무 외의 모든 것은 회사가 책임진다'는 최고 수준의 토스뱅크 복지에 대한 소문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자리에서 사담과 업무대화의 장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이들은 오래지 않아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흩어졌다. 이들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가자 미팅룸과 자유 공간 곳곳에 앉아 어느새 업무 모드로 전환한 토스뱅커들.

감시하는 사람도, 경쟁하는 사람도 없는 '노룰'의 천국에서 효율성이 폭발하는 이 신기한 마법은 뭘까.

(사진=토스뱅크 직원들이 미팅룸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토스뱅크 사람들은 '서로를 신뢰하며 원팀(One-team)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누군가에게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그 성과에 대해 함께 누린다.

업무를 위한 보고서도, 개인의 근태 체크를 위한 관리 시스템도 없다. 회사가 먼저 직원들을 신뢰하고 결정권까지 완전히 위임하자 그 안에서 직원들이 집중함으로써 한계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내는 것이다.

"수직적 구조에서는 상대적인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몰두하고 경쟁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토스에는 평가와 보고가 없어요. 메신저를 통해 서로 정보를 공유할 뿐이죠."

(사진=토스뱅크 15층에서 직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업무를 하고 있다)

■ "경력직 직원분들 '이게 가능하냐'고 놀라세요"

달라도 너무 다른 토스뱅크의 문화. 새로운 입사자들에게 적응기는 필수 아닌 필수가 됐다.

입사자들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사람은 바로 김태현 토스뱅크 컬쳐에반젤리스트다. '소프트 랜딩'을 돕기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그는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이 '토며들'기 위해 필요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에게 토스뱅크의 가장 중요한 문화 특징을 묻자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정보와 자원"을 꼽았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공개채널에서 논의와 토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팀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고 질문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요. 또 모두가 스스로 필요한 일을 찾고 실행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한계로 인해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하면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이렇듯 기존 기업들과 문화 차이가 크다보니 경력직 입사자들의 경우 이직 첫날부터 충격 아닌 충격에 빠지는 일도 생긴다고.

"경력자 분들이 오시면 '와, 실제로 이런 문화가 존재하네요', '오랜 직장 생활동안 꿈꿔온 문화입니다.'라고 피드백을 주는 일도 많아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신뢰하고 함께 노력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이 수평적이고 투명하다는 점에 대해 놀라면서 좋은 반응들을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일까. 김 에반젤리스트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특히 지원을 많이 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기존 은행앱을 보면 다소 무겁고 복잡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한 불편했던 경험들을 개선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신다고 하더라고요. '꼭 이렇게 해야 하나?',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뭘까' 하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개인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사진= 김태현 토스뱅크 컬쳐에반젤리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더 바라는 점이 있지는 않을까.

토스뱅크 입사 10개월차인 송관석 토스뱅크 수신 PM(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묻자 그는 "더 많은 직원들이 와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 여기에서 일하면 정말 좋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같이 즐겁게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일이 즐거워서 스스로 이직 전도사가 되기를 자청하는 프로들이 있는 곳.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날들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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