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가칭 ‘신사업가정신 협의체’를 추진하고 오는 24일 관련 선포식을 연다. 미국 경제계의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취지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과 비슷하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한 ‘한국판 BRT’라는 취지다. 협의체에는 삼성·SK·현대차·LG·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을 비롯해 우아한형제들·마켓컬리·쿠팡 등 유니콘 기업들도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협의체는 상장사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연합체에서 나온 대기업 중심의 유리한 의견들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신기업가정신 선포…“ESG 기반 한국판 BRT” 16일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갖는다. 여기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이 함께 한다. 정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은 축사를 한다. 행사에서는 기업별로 신기업가 정신에 대한 실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5대 그룹의 임원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SV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미국 경제계가 BRT를 구성해 고객에 가치 전달, 근로자 투자, 거래기업의 공정한 대우, 지역사회 지원, 주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 등 5가지를 약속한 바 있다. 최 회장은 ESG를 기반으로 한 ‘한국판 BRT’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측은 “미국의 BRT 선언이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했다면 ‘한국판 BRT’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 기반으로 더 발전적인 실행 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지난해 4월부터 오프라인 간담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통한 국민소통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워킹그룹 간담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오는 24일 선포식을 통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달라진 기업의 역할에 따라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지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 미 BRT는 거대 기업들 이익 대변한 단체 최 회장 등의 ‘한국판 BRT’가 ESG 의무 공시를 대비해 정부에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는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는 롤모델로 삼은 미국 경제 단체 BRT도 그러한 면모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200대 대기업들의 협의체로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BRT는 미국 정부와 경제 관련 국제기구의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은행(IBRD)외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 등에도 로비 활동을 벌여 유리한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부여 법안을 논의할 당시 중국에 대한 이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거 고용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하원의원들과 행인들에게 홍보문구가 담긴 전화카드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외쳤다. 법안 통과 로비에만 1000억달러가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An ESG Reckoning Is Coming(ESG 심판의 날이 온다)’에서 마이클 올리어리와 워런 발드마니스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성명서에 서명한 기업들이 팬데믹 동안 일자리와 근로자 안전을 보호하는 데 다른 기업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기업이 진실되지 못한 약속을 하거나 변화를 과도하게 약속하면 다른 기업들이 기울이는 진짜 노력을 헛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BRT가 이러한 비판들을 받고 있기에 이를 본보기 삼았다는 ‘한국판 BRT’가 우려가 되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월 29일 상의회관에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앞열 왼쪽부터) 안철수 위원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새 정부에 ESG관련 기업 입장 강조해 ESG를 거론한 부분도 ‘ESG 의무 공시’를 앞두고 대기업들의 유리한 입장을 대변하려는 포석으로 보일 수도 있다. ESG는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06년 UN은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출범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1월 14일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은 다급해졌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대한상의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 새 정부와 만나 ESG 관련 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유리한 요구사항을 말한 점도 ‘ESG를 기반한 한국판 BRT’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게 만든다. 지난달 29일 대한상의 회관에서는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유토론을 통해 ‘ESG경영 확산 위한 세정지원 확대’ ‘글로벌 ESG공시기준 국내 적용시 기업의견 반영’ 등을 인수위에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BRT와 다른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BRT가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추구했던 것처럼 협의체가 그런 우려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상의 ‘신사업가정신 협의체’ 준비팀 관계자는 “‘신사업가정신 협의체’는 미국 BRT를 참고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에 더해 ESG의 환경 부문을 더 추가했다”며 “정치권의 참여를 배제한 만큼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국판 BRT인 ‘신사업가정신 협의체’가 아직 발족되지 않았기에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정의선 등과 ‘한국판 BRT’ 추진…“사회적 가치 지향”

대한상의, 24일 ‘신사업가정신 협의체’ 선포식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 참여
‘미 BRT’, 기업들 이익 대변 위해 로비 등 벌여
최 회장 등, 새 정부와 ESG 토론서 기업 입장 피력도 주목돼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5.16 17:15 | 최종 수정 2022.05.17 09:25 의견 0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가칭 ‘신사업가정신 협의체’를 추진하고 오는 24일 관련 선포식을 연다. 미국 경제계의 주주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하는 취지의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과 비슷하면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한 ‘한국판 BRT’라는 취지다.

협의체에는 삼성·SK·현대차·LG·롯데그룹 등 5대 그룹을 비롯해 우아한형제들·마켓컬리·쿠팡 등 유니콘 기업들도 대거 참여할 전망이다. 하지만 협의체는 상장사들의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연합체에서 나온 대기업 중심의 유리한 의견들을 정부에 요구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 신기업가정신 선포…“ESG 기반 한국판 BRT”

16일 대한상의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오는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갖는다.

여기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이 함께 한다. 정 회장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CJ 회장)은 축사를 한다. 행사에서는 기업별로 신기업가 정신에 대한 실행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5대 그룹의 임원인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SV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2019년 8월 미국 경제계가 BRT를 구성해 고객에 가치 전달, 근로자 투자, 거래기업의 공정한 대우, 지역사회 지원, 주주 위한 장기적 가치 창출 등 5가지를 약속한 바 있다.

최 회장은 ESG를 기반으로 한 ‘한국판 BRT’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 측은 “미국의 BRT 선언이 주주 중심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주의로 전환했다면 ‘한국판 BRT’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ESG 기반으로 더 발전적인 실행 아이템을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지난해 4월부터 오프라인 간담회와 온라인 의견 수렴을 통한 국민소통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워킹그룹 간담회를 가졌다고 전했다. 오는 24일 선포식을 통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달라진 기업의 역할에 따라 기업들이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지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 미 BRT는 거대 기업들 이익 대변한 단체

최 회장 등의 ‘한국판 BRT’가 ESG 의무 공시를 대비해 정부에 유리한 입장을 관철시키는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는 롤모델로 삼은 미국 경제 단체 BRT도 그러한 면모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200대 대기업들의 협의체로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BRT는 미국 정부와 경제 관련 국제기구의 보호를 받고 있다.

특히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은행(IBRD)외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 등에도 로비 활동을 벌여 유리한 입장을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는 미국 하원에서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 부여 법안을 논의할 당시 중국에 대한 이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 학생들을 대거 고용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하원의원들과 행인들에게 홍보문구가 담긴 전화카드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외쳤다. 법안 통과 로비에만 1000억달러가 쓰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An ESG Reckoning Is Coming(ESG 심판의 날이 온다)’에서 마이클 올리어리와 워런 발드마니스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성명서에 서명한 기업들이 팬데믹 동안 일자리와 근로자 안전을 보호하는 데 다른 기업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서 “기업이 진실되지 못한 약속을 하거나 변화를 과도하게 약속하면 다른 기업들이 기울이는 진짜 노력을 헛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BRT가 이러한 비판들을 받고 있기에 이를 본보기 삼았다는 ‘한국판 BRT’가 우려가 되는 이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4월 29일 상의회관에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앞열 왼쪽부터) 안철수 위원장과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 새 정부에 ESG관련 기업 입장 강조해

ESG를 거론한 부분도 ‘ESG 의무 공시’를 앞두고 대기업들의 유리한 입장을 대변하려는 포석으로 보일 수도 있다.

ESG는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ESG 평가 정보를 활용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 공시 의무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06년 UN은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출범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나섰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1년 1월 14일 금융위원회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하면서 기업들은 다급해졌다.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대한상의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달 말 새 정부와 만나 ESG 관련 회의를 열고 기업들의 유리한 요구사항을 말한 점도 ‘ESG를 기반한 한국판 BRT’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게 만든다.

지난달 29일 대한상의 회관에서는 당시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초청해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자유토론을 통해 ‘ESG경영 확산 위한 세정지원 확대’ ‘글로벌 ESG공시기준 국내 적용시 기업의견 반영’ 등을 인수위에 건의했다.

대한상의는 미국 BRT와 다른 점이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BRT가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추구했던 것처럼 협의체가 그런 우려는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상의 ‘신사업가정신 협의체’ 준비팀 관계자는 “‘신사업가정신 협의체’는 미국 BRT를 참고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에 더해 ESG의 환경 부문을 더 추가했다”며 “정치권의 참여를 배제한 만큼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국판 BRT인 ‘신사업가정신 협의체’가 아직 발족되지 않았기에 그 진정성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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