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기업 총수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5년간 450조원 투자. 현대차그룹, 4년간 63조원 투자. 한화그룹, 5년간 37조6000억원 투자. 롯데그룹, 5년간 37조원 투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통큰' 투자 보따리를 풀고 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그룹들도 조만간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측면에서 분명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물가 금리 환율 등이 치솟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 투자 타이밍이 맞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코드 맞추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날 한꺼번에 6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내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5년간 관계사와 함께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보다 120조원 많은 규모다. 총 투자액 450조원 가운데 360조원은 국내에 쓰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전동화·친환경 사업 촉진,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20조원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3개 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SK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조만간 '역대급' 국내투자 발표가 유력한 상황이다.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어려울 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SK도 곧 (투자·고용) 발표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기업들의 투자 발표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통해 조율한 재계 전반의 집단적 투자 발표였다. 이번 발표는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업정책에 부응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숫자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실탄 확보'가 될 전망이다. 새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한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그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방안보다 산적한 과제가 큰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횡보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없다. 이는 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보다 더 큰 고민거리는 당분간 금리상승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이미 0.75%포인트 금리인상론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빅스텝(0.50%포인트)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나온다. 업계는 26일 금통위에서 현재 1.50%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전세계적인 고물가와 유동성 축소 기조에 따른 미 연준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 연준은 이달 초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며 추가 빅스텝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한국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등을 고려해 금리를 인상하고 자연스럽게 시중은행도 금리를 올린다. 문제는 금리변동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대기업의 상당수가 한계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금리가 3%포인트 인상되면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이 35.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3개가 넘는 대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막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재계로서는 고민거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각 기업들이 내놓은 투자방안을 보면 기존의 투자처와 중첩될 뿐 새로운 영역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울러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가 그룹의 인력 확보와 양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녹록지 않는 문제다. 투자 방향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를 운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 일단 투자계획을 질러놓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실제 투자는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 관계자는 "재계 1,2위 그룹이 먼저 나섰기 때문에 따라서 뭔가를 내놓아야한다"며 "하지만 그룹마다 사정이 달라 속앓이를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재계, 발등에 떨어진 ‘투자’ 불똥...내놓긴 해야하는데 R의 공포

장원주 기자 승인 2022.05.25 16:36 의견 0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며 기업 총수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앞줄 왼쪽부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5년간 450조원 투자.

현대차그룹, 4년간 63조원 투자.

한화그룹, 5년간 37조6000억원 투자.

롯데그룹, 5년간 37조원 투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통큰' 투자 보따리를 풀고 있다. 아직 발표하지 않은 그룹들도 조만간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경기 활성화와 고용 창출 측면에서 분명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물가 금리 환율 등이 치솟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 투자 타이밍이 맞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코드 맞추기용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전날 한꺼번에 6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내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로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은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및 차세대 통신과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향후 5년간 관계사와 함께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보다 120조원 많은 규모다. 총 투자액 450조원 가운데 360조원은 국내에 쓰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사는 전동화·친환경 사업 촉진,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2025년까지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롯데는 바이오와 모빌리티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국내 사업에 3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그룹도 향후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20조원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3개 사업 분야에 집중된다.

SK그룹과 LG그룹 등 다른 대기업들도 조만간 '역대급' 국내투자 발표가 유력한 상황이다.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경제가 어려울 때 투자와 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SK도 곧 (투자·고용) 발표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기업들의 투자 발표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통해 조율한 재계 전반의 집단적 투자 발표였다. 이번 발표는 '민간 주도 성장'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업정책에 부응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숫자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실탄 확보'가 될 전망이다. 새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한 상황에서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그 뒷감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결방안보다 산적한 과제가 큰 상황이다. 국내 증시가 횡보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유상증자나 기업공개(IPO)에 나설 수 없다. 이는 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보다 더 큰 고민거리는 당분간 금리상승이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 이미 0.75%포인트 금리인상론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빅스텝(0.50%포인트)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나온다.

업계는 26일 금통위에서 현재 1.50%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서는 이유는 전세계적인 고물가와 유동성 축소 기조에 따른 미 연준의 움직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 연준은 이달 초 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으며 추가 빅스텝도 시사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한국도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등을 고려해 금리를 인상하고 자연스럽게 시중은행도 금리를 올린다.

문제는 금리변동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대기업의 상당수가 한계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금리가 3%포인트 인상되면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이 35.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중 3개가 넘는 대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막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것도 재계로서는 고민거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각 기업들이 내놓은 투자방안을 보면 기존의 투자처와 중첩될 뿐 새로운 영역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울러 이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전문가 그룹의 인력 확보와 양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세계적으로 인재 확보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녹록지 않는 문제다. 투자 방향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를 운용하는 것도 결국 사람의 귀결되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초기 일단 투자계획을 질러놓고 보자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실제 투자는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그룹 관계자는 "재계 1,2위 그룹이 먼저 나섰기 때문에 따라서 뭔가를 내놓아야한다"며 "하지만 그룹마다 사정이 달라 속앓이를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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