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만년 저평가주', '덩치 큰 공룡'으로 불리며 소외됐던 지주회사들로 자금의 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는 동안 자회사들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이들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며 재평가 국면 진입의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의 시가총액은 12조6627억원을 기록 중이다. LG가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의 지분가치(33.3%, 13조6280억원)만 계산하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수준. 여기에 LG생활건강(34%), LG전자(33.7%), LG유플러스(37.7%) 등 이미 상장된 자회사는 물론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는 LG CNS의 기업가치까지 감안한다면 할인율은 70%대까지도 벌어진다. LG화학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데 지분의 80%를 보유 중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41조원에 불과하다. LG화학 고유의 화학산업과 생명과학 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할인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들의 이같은 부진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상현상이라면서도 투자 매력도가 높은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좋은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 바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으로 인해 지주회사는 항상 소외돼 저평가 받아왔다"며 "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자회사들이 상장은 안 한 지주회사를 제외하고는 10여년 째 디스카운트 현상이 이어져왔다"고 했다. B 자산운용사 대표도 "평균적으로 자회사들의 순자산 가치 대비 60~70% 디스카운트 돼 있는 것이 우리나라 지주회사들의 현실"이라면서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 등으로 인해 지주회사들이 유난히 저평가받고 있는데 사실 최대주주와 동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서 지주회사들에 대한 투자 전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외국인·기관 앞장서 매수세…'우상향' 그린다 실제 이같은 시각이 우세해지자 주가 흐름도 반등 흐름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들 종목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관과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LG는 전거래일보다 0.5% 오른 80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0일 6만9600원 대비 15.95% 오른 수준으로 실제 최근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LG주식은 총 8624억원 규모에 달한다. 동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7998억원 가량 매도했다. LS, HD현대 등도 상승 흐름에 함께 올라타고 있다. LS는 최근 1년간 하향세를 그려왔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2월 기록했던 저점(4만7250원) 대비 45% 이상 오르며 6만9000원대까지 올라섰다. HD 현대도 연초 4만5500원에 저점을 찍은 이후 6만5000원대를 회복하며 42%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HD주식은 8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최근 SK와 LG 등이 주주환원정책을 새롭게 내놓은 것도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유효했다는 평이다. 배당 확대는 최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합치되는 영역인 만큼 이들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포인트라는 것. 김한이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당배당금(DPS) 3100원 기준 배당지급액은 4970억원으로 경상 순이익 대비 70% 수준의 여유가 있는 규모"라며 "주주 이익을 위해 추가 상향 여력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B자산운용사 대표는 "과거 지주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해 배당 성향이나 배당 수익률을 높게 제공하지 못했었지만 최근 지주회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실적장세가 마무리된 만큼 향후 몇년간 지주회사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재벌과의 ‘동업’…성장주 버린 기관, ‘지주회사’ 담는다

국내 지주회사, 자회사 상장 가치 감안시 과도한 할인율 적용돼
주주환원정책 등 투자 매력 높이는 방안도 매력적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6.09 06:00 의견 0

기관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만년 저평가주', '덩치 큰 공룡'으로 불리며 소외됐던 지주회사들로 자금의 이동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성장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지는 동안 자회사들의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이들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투자 비중을 확대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증시에서는 관련주들의 움직임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며 재평가 국면 진입의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의 시가총액은 12조6627억원을 기록 중이다. LG가 보유하고 있는 LG화학의 지분가치(33.3%, 13조6280억원)만 계산하더라도 이를 뛰어넘는 수준. 여기에 LG생활건강(34%), LG전자(33.7%), LG유플러스(37.7%) 등 이미 상장된 자회사는 물론 하반기 중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는 LG CNS의 기업가치까지 감안한다면 할인율은 70%대까지도 벌어진다.

LG화학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데 지분의 80%를 보유 중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41조원에 불과하다. LG화학 고유의 화학산업과 생명과학 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할인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들의 이같은 부진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이상현상이라면서도 투자 매력도가 높은 대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좋은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 바로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투자자들의 판단으로 인해 지주회사는 항상 소외돼 저평가 받아왔다"며 "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자회사들이 상장은 안 한 지주회사를 제외하고는 10여년 째 디스카운트 현상이 이어져왔다"고 했다.

B 자산운용사 대표도 "평균적으로 자회사들의 순자산 가치 대비 60~70% 디스카운트 돼 있는 것이 우리나라 지주회사들의 현실"이라면서 "재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견제하고자 하는 심리 등으로 인해 지주회사들이 유난히 저평가받고 있는데 사실 최대주주와 동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점에서 지주회사들에 대한 투자 전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외국인·기관 앞장서 매수세…'우상향' 그린다

실제 이같은 시각이 우세해지자 주가 흐름도 반등 흐름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들 종목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관과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LG는 전거래일보다 0.5% 오른 80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10일 6만9600원 대비 15.95% 오른 수준으로 실제 최근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LG주식은 총 8624억원 규모에 달한다. 동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7998억원 가량 매도했다.

LS, HD현대 등도 상승 흐름에 함께 올라타고 있다. LS는 최근 1년간 하향세를 그려왔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지난 2월 기록했던 저점(4만7250원) 대비 45% 이상 오르며 6만9000원대까지 올라섰다. HD 현대도 연초 4만5500원에 저점을 찍은 이후 6만5000원대를 회복하며 42%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달간 외국인과 기관이 사들인 HD주식은 8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최근 SK와 LG 등이 주주환원정책을 새롭게 내놓은 것도 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데 유효했다는 평이다. 배당 확대는 최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합치되는 영역인 만큼 이들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포인트라는 것.

김한이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당배당금(DPS) 3100원 기준 배당지급액은 4970억원으로 경상 순이익 대비 70% 수준의 여유가 있는 규모"라며 "주주 이익을 위해 추가 상향 여력도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B자산운용사 대표는 "과거 지주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적극적이지 못해 배당 성향이나 배당 수익률을 높게 제공하지 못했었지만 최근 지주회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실적장세가 마무리된 만큼 향후 몇년간 지주회사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단계로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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