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인내하십시오. 시장을 인정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어느때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이른 바 ‘3고 시대’가 열리면서 갈곳 잃은 자금들은 늘고 있지만 마땅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추천하는 최선호 자산은 무엇일까.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채권 투자 매력적…단, 의미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계는 필요" 27일 뷰어스가 국내 주요 은행 및 증권사 23곳의 프라이빗뱅커(PB),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 시점에 추천하는 최우선 확보 자산은 채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답한 총 24명의 PB들 중 33.3%(8명)는 채권 보유를 추천했고, 25%가 예금, 20.8%는 현금 보유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주식을 추천한 응답자는 4명에 불과해 아직까지 증시를 둘러싼 변동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인 것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센터 상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재는 장단기물 채권이 모두 상승 중이지만 내년이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끌이 보일 것"이라며 "올해 가을부터는 채권 시장에 빅사이클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가 4%대까지 조정된다고 해도 올해 말, 내년까지 한두차례 더 인상한 뒤 스태크플레이션만 심하지 않다면 장기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다만 그는 "정말 의미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인지에 대한 경계는 항상 필요하다"며 "겉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 시장이 모두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9% 수준을 찍고 내려오는 장기 시나리오 안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전망은 다소 어두운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장기 국채의 경우 현재 금리는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미국 리츠의 배당수익률이 3% 수준인데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히려 3%를 넘고 있는 데에서 나타나듯 자산으로서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의 경우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 불안정한 반면 높은 인플레이션 프리미엄과 낮은 리스크 선호도는 현재 장기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단기적 이슈? 미국 통화정책 살펴라" 아울러 단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시장의 이벤트와 관련한 질문(중복 선택 가능)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미국의 물가지표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가 얼마나 안정될지 결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꽤 좋지 않게 나왔는데 특히 세부지표 가운데 생산 부문에서 부진한 것으로 확인돼 일련의 우려들이 실물 경제로 반영되어 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무래도 월초에 발표되는 미국의 제조업지수(ISM)가 상징성이 있는데, PMI지수와 지역 연은 제조업지수들의 부진한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내달 1일 유럽 물가지표도 발표되는데 같은 날부터는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APP)도 종료되는데 물가 상승률이 더 치고 가는 걸로 확인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행보를 다시금 부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과 에너지(원유)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명으로 집계됐다. 하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많이 빠졌는데 이것이 일시적 변동성 때문인지, 추가 하락이 이뤄질지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만일 원자재 가격이 더 빠진다면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금융환경 회복, 중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편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두되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환경이 회복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6개월, 최대 2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며 긴 싸움이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6개월에서 1년이라고 답한 비율은 37.2%로 가장 높았고 1년에서 2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30.2%에 달했다. 그 외 2년 이상(2.3%)과 예측하기 어렵다(2.3%)는 답변도 있었다. 때문에 섣부른 시장 진입보다는 경기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당분간은 악순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시간을 갖고 봐야 하는 국면"이라며 "현재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고 성급하게 저점 매수에 나섰다가는 질 수 있는 싸움이므로 느긋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불투명하고 변동의 여지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연준조차 쓸 수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기존에 보여왔던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지표들이 보이는 시그널을 확인한 뒤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3高 위기를 넘자] PB들 “현금보다 채권…빅사이클 온다”

뷰어스 시장 전문가 44명(은행/증권 PB,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교수 등) 설문
최우선 확보 자산에 비주식 비중 압도적
"미국 물가지표, 금리인상 폭과 속도 결정 포인트"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6.27 11:00 의견 0

‘쓰리고(3高)’가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와 회복을 꿈꾸던 한국 경제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물가, 금리, 환율이 주범이다. 이른바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은 국제 유가와 곡물가 등 원자재 가격을 높였다. 이는 그대로 수입돼 국내 소비자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려야했다. 전세계가 같은 고통을 겪는 사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인기가 높아져 원화 환율은 1300원 목전까지 올랐다. 7월 2일 창간 7주년을 맞는 뷰어스는 [3高 위기를 넘자]라는 주제로 창간기획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인내하십시오. 시장을 인정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어느때보다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 이른 바 ‘3고 시대’가 열리면서 갈곳 잃은 자금들은 늘고 있지만 마땅한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이 현 시점에서 추천하는 최선호 자산은 무엇일까.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채권 투자 매력적…단, 의미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계는 필요"

27일 뷰어스가 국내 주요 은행 및 증권사 23곳의 프라이빗뱅커(PB),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 시점에 추천하는 최우선 확보 자산은 채권인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에 응답한 총 24명의 PB들 중 33.3%(8명)는 채권 보유를 추천했고, 25%가 예금, 20.8%는 현금 보유가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주식을 추천한 응답자는 4명에 불과해 아직까지 증시를 둘러싼 변동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인 것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센터 상무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현재는 장단기물 채권이 모두 상승 중이지만 내년이면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끌이 보일 것"이라며 "올해 가을부터는 채권 시장에 빅사이클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의 금리가 4%대까지 조정된다고 해도 올해 말, 내년까지 한두차례 더 인상한 뒤 스태크플레이션만 심하지 않다면 장기금리는 떨어질 수 있다는 것. 다만 그는 "정말 의미있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것인지에 대한 경계는 항상 필요하다"며 "겉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 시장이 모두 붕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9% 수준을 찍고 내려오는 장기 시나리오 안에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전망은 다소 어두운 가능성이 있는 반면 장기 국채의 경우 현재 금리는 매력적인 수준”이라며 “미국 리츠의 배당수익률이 3% 수준인데 10년물 국채금리는 오히려 3%를 넘고 있는 데에서 나타나듯 자산으로서 채권의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의 경우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어 불안정한 반면 높은 인플레이션 프리미엄과 낮은 리스크 선호도는 현재 장기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이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단기적 이슈? 미국 통화정책 살펴라"

아울러 단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시장의 이벤트와 관련한 질문(중복 선택 가능)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을 포함한 통화정책을 먼저 살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한 미국의 물가지표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가 얼마나 안정될지 결정되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안영진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꽤 좋지 않게 나왔는데 특히 세부지표 가운데 생산 부문에서 부진한 것으로 확인돼 일련의 우려들이 실물 경제로 반영되어 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무래도 월초에 발표되는 미국의 제조업지수(ISM)가 상징성이 있는데, PMI지수와 지역 연은 제조업지수들의 부진한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내달 1일 유럽 물가지표도 발표되는데 같은 날부터는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APP)도 종료되는데 물가 상승률이 더 치고 가는 걸로 확인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행보를 다시금 부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종식과 에너지(원유) 가격 안정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명으로 집계됐다.

하 애널리스트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단기적으로 많이 빠졌는데 이것이 일시적 변동성 때문인지, 추가 하락이 이뤄질지에 대해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만일 원자재 가격이 더 빠진다면 금리 인상 기조가 예상보다 빨리 꺾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료=뷰어스 설문조사 결과)

■ 금융환경 회복, 중장기적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편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두되고 있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금융환경이 회복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최소 6개월, 최대 2년까지 소요될 수 있다며 긴 싸움이 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6개월에서 1년이라고 답한 비율은 37.2%로 가장 높았고 1년에서 2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도 30.2%에 달했다. 그 외 2년 이상(2.3%)과 예측하기 어렵다(2.3%)는 답변도 있었다.

때문에 섣부른 시장 진입보다는 경기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신중한 투자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당분간은 악순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시간을 갖고 봐야 하는 국면"이라며 "현재 주가가 낮은 수준이라고 성급하게 저점 매수에 나섰다가는 질 수 있는 싸움이므로 느긋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시장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불투명하고 변동의 여지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연준조차 쓸 수 있는 카드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면서 “기존에 보여왔던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기보다는 지표들이 보이는 시그널을 확인한 뒤 접근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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