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만원대로 주저앉은 카카오뱅크. 상장초기 10만원에 육박하던 때를 떠올리면 투자자들 박탈감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줄줄 흘러내리던 주가는 최근 하방을 더 낮춥니다. 지난 주엔 상장이후 1년여만에 처음으로 증권사 '매도' 리포트도 나왔지요. 셀(Sell)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든 증권가 관행을 감안하면 시총 수십조원짜리 카뱅에 대한 매도 리포트는 쇼크입니다. 사실 카뱅 상장직전 매도 리포트가 한 차례 있긴 했습니다. BNK투자증권이 카뱅의 적정주가를 2만4000원으로 판단, '셀' 의견을 냈었지요. 한껏 고조됐던 증시내 카뱅에 대한 들뜬 분위기에 묻히긴 했지만. 왜 이제서야 이런 매도 보고서가 나왔을까. 그것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뒤에서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증권사 46곳 중에 매도 리포트를 단 한차례도 내지 않은 증권사는 29곳에 달합니다. 외국계를 빼면 도무지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낸 보고서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내 유수의 10대 증권사들 95% 이상이 매수 의견으로 일관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살땐 매도 리포트 쓰기도 사실상 어려워요. 그런 경우 거의 없습니다. 이번 카뱅 매도 리포트도 연기금 매수가 끝났으니 나온 거죠." 다수의 증시 관계자들 전언입니다. 연기금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기금과 금융회사간 끈끈한(?) 관계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상황 파악이 되실 겁니다. 여기서 짚고 가야할 부분이 연기금의 패시브 전략입니다. 코스피200, MSCI 등 특정 지수에 편입되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매수 전략.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입니다. 연기금은 작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를 6월말 현재 3444억원 가량을 사들였는데 주가는 반대로 갑니다. 상장초기 잠깐 10만원에 육박하는듯 했으나 이후 줄줄 흘러내리며 현재 2만원선까지 주저앉았지요. 평균 매수가를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대략 시장에서 추정하는 평단가가 5~6만원대임을 가정하면 반토막 수준의 손실을 본듯 합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연기금의 6월말 현재 순매수 규모는 9416억원. 그런데 상장 초기 2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현재 공모가(9만원)를 크게 밑돌아 5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기금의 최애 종목이지요. 올해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LG엔솔입니다. 무려 4조1404억원. 2위인 LG화학(2711억원), 3위 카카오페이(2555억원), 4위 카카오뱅크(2540억원)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LG엔솔 주가는 어떨까요. 상장초 60만원에 육박하던 기세가 꺾인지 오래입니다. 최근 공모가(36만원)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이 같은 투자로 인한 손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그대로 떠안겠지요. 주가의 자유낙하에 대한 책임. 결국 우리 국민의 몫이 됩니다. 그렇다면 똑똑한(?) 연기금은 왜 이렇게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걸까요. 왜 시장 상황 좀 봐가면서, 앞뒤 살피면서 사질 않을까요. 다름아닌 패시브전략이 이유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예컨대 코스피200지수 편입, MSCI 신흥국지수 편입시 무조건 기계적으로 해당종목을 사들이게 돼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경우 공모전후에 다양한 방법으로 채워놓으며 비중조절을 해둔다지만 연기금의 경우 특정 수급주체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그것만으로는 벤치마크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상장이후 부족분을 무조건 채우는 방식입니다. 한번에 사지도 못합니다. 일일 거래량의 10% 이상을 살 수도 없거든요. 매일매일 꾸준히 채워넣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이를 미리 눈치챈 기관, 외국인은 이를 활용하기 일쑤입니다. 미리 사뒀다 연기금 매수가 어느정도 임계점에 도달하기전 팔아버립니다. 결국 연기금의 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조작된, 오버슈팅된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하겠지요. 연기금이 사면서 주가가 올라간, 혹은 하락을 겨우 버텨내던 해당 종목은 신규 매수가 끊기니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연기금 최애 종목들의 급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주 2차전지주들의 폭락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결과적으로 증시의 안전판이어야 할 연기금이 되레 시장의 합리적인 가격 기능을 해치는 꼴이 됐습니다. 투자는 미래 성장이 보일때, 조금이라도 쌀때 사는 게 합리적입니다. 가격불문 쳐올려서 사는 연기금이 있는 한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끊이질 않을테고 연기금의 투자 손실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최근 운용사 위탁을 줄이는 대신 직접운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데요. 물론 직접운용으로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패시브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운용 규모가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최대 큰 손 연기금. 이들 공무원의 면피를 위한 안일한 사고, 기계적인 투자접근방식이 우리의 연금 고갈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습니다. 연기금의 기계적인 패시브 전략. 이번 정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홍승훈의 Y] 연기금의 ‘의도치 않은’ 주가조작

홍승훈 기자 승인 2022.07.05 09:36 | 최종 수정 2022.07.08 14:09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만원대로 주저앉은 카카오뱅크. 상장초기 10만원에 육박하던 때를 떠올리면 투자자들 박탈감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줄줄 흘러내리던 주가는 최근 하방을 더 낮춥니다. 지난 주엔 상장이후 1년여만에 처음으로 증권사 '매도' 리포트도 나왔지요. 셀(Sell) 리포트를 찾아보기 힘든 증권가 관행을 감안하면 시총 수십조원짜리 카뱅에 대한 매도 리포트는 쇼크입니다.

사실 카뱅 상장직전 매도 리포트가 한 차례 있긴 했습니다. BNK투자증권이 카뱅의 적정주가를 2만4000원으로 판단, '셀' 의견을 냈었지요. 한껏 고조됐던 증시내 카뱅에 대한 들뜬 분위기에 묻히긴 했지만.

왜 이제서야 이런 매도 보고서가 나왔을까. 그것도 추락에 추락을 거듭한 뒤에서야. 금융투자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체 증권사 46곳 중에 매도 리포트를 단 한차례도 내지 않은 증권사는 29곳에 달합니다. 외국계를 빼면 도무지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낸 보고서를 찾기 어렵습니다. 국내 유수의 10대 증권사들 95% 이상이 매수 의견으로 일관합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살땐 매도 리포트 쓰기도 사실상 어려워요. 그런 경우 거의 없습니다. 이번 카뱅 매도 리포트도 연기금 매수가 끝났으니 나온 거죠." 다수의 증시 관계자들 전언입니다. 연기금의 위탁운용을 맡고 있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기금과 금융회사간 끈끈한(?) 관계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상황 파악이 되실 겁니다.

여기서 짚고 가야할 부분이 연기금의 패시브 전략입니다. 코스피200, MSCI 등 특정 지수에 편입되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매수 전략.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입니다. 연기금은 작년 8월 상장한 카카오뱅크를 6월말 현재 3444억원 가량을 사들였는데 주가는 반대로 갑니다. 상장초기 잠깐 10만원에 육박하는듯 했으나 이후 줄줄 흘러내리며 현재 2만원선까지 주저앉았지요. 평균 매수가를 정확히 계산하긴 어렵지만 대략 시장에서 추정하는 평단가가 5~6만원대임을 가정하면 반토막 수준의 손실을 본듯 합니다. 지난해 11월 상장한 카카오페이의 경우 연기금의 6월말 현재 순매수 규모는 9416억원. 그런데 상장 초기 20만원을 넘나들던 주가는 현재 공모가(9만원)를 크게 밑돌아 5만원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기금의 최애 종목이지요. 올해 들어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 LG엔솔입니다. 무려 4조1404억원. 2위인 LG화학(2711억원), 3위 카카오페이(2555억원), 4위 카카오뱅크(2540억원)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LG엔솔 주가는 어떨까요. 상장초 60만원에 육박하던 기세가 꺾인지 오래입니다. 최근 공모가(36만원)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이 같은 투자로 인한 손실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그대로 떠안겠지요. 주가의 자유낙하에 대한 책임. 결국 우리 국민의 몫이 됩니다.

그렇다면 똑똑한(?) 연기금은 왜 이렇게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걸까요. 왜 시장 상황 좀 봐가면서, 앞뒤 살피면서 사질 않을까요.

다름아닌 패시브전략이 이유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등 연기금은 예컨대 코스피200지수 편입, MSCI 신흥국지수 편입시 무조건 기계적으로 해당종목을 사들이게 돼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경우 공모전후에 다양한 방법으로 채워놓으며 비중조절을 해둔다지만 연기금의 경우 특정 수급주체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그것만으로는 벤치마크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상장이후 부족분을 무조건 채우는 방식입니다. 한번에 사지도 못합니다. 일일 거래량의 10% 이상을 살 수도 없거든요. 매일매일 꾸준히 채워넣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이를 미리 눈치챈 기관, 외국인은 이를 활용하기 일쑤입니다. 미리 사뒀다 연기금 매수가 어느정도 임계점에 도달하기전 팔아버립니다.

결국 연기금의 매수가 끝나면 주가는 어떻게 될까요. 조작된, 오버슈팅된 주가는 폭락하기 시작하겠지요. 연기금이 사면서 주가가 올라간, 혹은 하락을 겨우 버텨내던 해당 종목은 신규 매수가 끊기니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의 연기금 최애 종목들의 급락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지난 주 2차전지주들의 폭락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결과적으로 증시의 안전판이어야 할 연기금이 되레 시장의 합리적인 가격 기능을 해치는 꼴이 됐습니다. 투자는 미래 성장이 보일때, 조금이라도 쌀때 사는 게 합리적입니다. 가격불문 쳐올려서 사는 연기금이 있는 한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끊이질 않을테고 연기금의 투자 손실은 결국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최근 운용사 위탁을 줄이는 대신 직접운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데요. 물론 직접운용으로 유입된 자금은 대부분 패시브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운용 규모가 9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 최대 큰 손 연기금. 이들 공무원의 면피를 위한 안일한 사고, 기계적인 투자접근방식이 우리의 연금 고갈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습니다.

연기금의 기계적인 패시브 전략. 이번 정부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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