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위기 장기화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공포’가 재계에 드리우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계획했던 투자들을 보류하거나 재검토 하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 카드를 내밀며 투자를 독려해보지만 기업들이 마음을 바꿀지 의문이다. 국가 재정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LG엔솔·SK하이닉스, 공장 증설 ‘보류·재검토’ 가장 먼저 투자 보류를 선언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 6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 기존 투자 비용보다 더 많은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당초 계획한 투자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투자 증가 비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 대비 약 8000억원이 늘어난 2조원대 중반이 소요 될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공장 증설을 재검토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고 재검토 하기로 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나와서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4조3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비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지난해에 세운 투자 계획은 바뀔 수가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기존 계획대로 투자하기에는 맞지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투자가 지연된다는 말이지, 안 한다는 계획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시를 확정했다는 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상황 예의 주시…미 텍사스 대규모 투자는 ‘세금혜택’ 위한 계획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혀 의아하게 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세금 혜택’을 위한 계획을 밝힌 것이지 경기침체 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같은 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투자 계획을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다. 당시에는 170억 달러로 충분할 것이라 판단했지만, 현재는 환율 상승으로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투자 보류 가능성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투자 계획 변동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생산라인 확충 투자 계획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은 투자 집행을 보류하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관련 약 2000억 달러(한화 263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주목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미국 사업 확장 실행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중장기 구상이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고 WSJ에 밝혔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 세금 혜택을 위한 조치였다. 미 텍사스주가 세금 혜택을 올해 말까지 종료하면서 삼성전자는 향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텍사스주에 요청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수요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올해 설비 투자액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약 52조~58조원)에서 400억 달러로 낮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미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 현대차, 상황 지켜보기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당장에 투자 계획을 변동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기존 미 신설 공장 투자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만, 국내외 기업들이 신설 공장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에서 눈치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계획했던 목표를 차근차근 이룬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 등이 불확실성에 어려운 경영환경은 지속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윤석열 정부, 법인세 인하 카드 내놔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 카드를 내놓으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독려했다. 하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기업 감세 방안이 담긴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인하한다. 과표도 단순화한다. 현행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3000억원 22%, 3000억원 초과 25%의 4단계로 나뉘어 있다. 이를 과표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의 2개로 개편한다. 정부안대로 개정되면 법인세는 과표 4000억원 일반기업의 법인세는 현행 905억8000만원에서 876억원으로 29억8000만원 감소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러한 법인세 인하 계획에 대해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부자감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며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계, 3高 장기화·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공포’…투자 보류·재검토 ‘눈치보기’

LG엔솔, 미국 배터리 공장 신설 재검토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보류 ‘파장’
글로벌 반도체 TSMC도 투자 규모 축소
삼성·현대차, 투자 철회 언급 없지만 ‘예의주시’
尹 “법인세 낮춰 투자 활성화”…야당 “효과 없어”

손기호 기자 승인 2022.07.24 08:00 | 최종 수정 2022.07.24 09:09 의견 0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고환율·고물가·고금리 등 3고(高) 위기 장기화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공포’가 재계에 드리우고 있다. 이에 기업들이 계획했던 투자들을 보류하거나 재검토 하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법인세 인하 카드를 내밀며 투자를 독려해보지만 기업들이 마음을 바꿀지 의문이다. 국가 재정만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LG엔솔·SK하이닉스, 공장 증설 ‘보류·재검토’

가장 먼저 투자 보류를 선언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지난 6월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1조7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전면 재검토 하기로 했다.

기존 투자 비용보다 더 많은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당초 계획한 투자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손익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투자 증가 비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기존 대비 약 8000억원이 늘어난 2조원대 중반이 소요 될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 이천 M16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공장 증설을 재검토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하고 재검토 하기로 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나와서다. 당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4조3000억원가량을 투자해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로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비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투자 보류를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태원 SK그룹·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지난해에 세운 투자 계획은 바뀔 수가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기존 계획대로 투자하기에는 맞지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은 “투자가 지연된다는 말이지, 안 한다는 계획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왼쪽)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테일러시를 확정했다는 발표 후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상황 예의 주시…미 텍사스 대규모 투자는 ‘세금혜택’ 위한 계획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 계획을 하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관련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혀 의아하게 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세금 혜택’을 위한 계획을 밝힌 것이지 경기침체 상황에서 당장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같은 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 투자 계획을 지난해 11월에 발표했다. 당시에는 170억 달러로 충분할 것이라 판단했지만, 현재는 환율 상승으로 투자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투자 보류 가능성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는 투자 계획 변동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이 생산라인 확충 투자 계획을 추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다수의 기업들은 투자 집행을 보류하는 등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관련 약 2000억 달러(한화 263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대규모 투자에 주목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미국 사업 확장 실행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중장기 구상이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니다”고 WSJ에 밝혔다.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아니라 세금 혜택을 위한 조치였다. 미 텍사스주가 세금 혜택을 올해 말까지 종료하면서 삼성전자는 향후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텍사스주에 요청한 것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수요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속도조절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올해 설비 투자액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약 52조~58조원)에서 400억 달러로 낮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마지막 날인 5월 22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눈 뒤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 미 바이든 대통령과 약속 현대차, 상황 지켜보기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당장에 투자 계획을 변동한다는 언급은 없었다. 기존 미 신설 공장 투자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만, 국내외 기업들이 신설 공장 투자를 보류하는 상황에서 눈치를 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면서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계획했던 목표를 차근차근 이룬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영향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 등이 불확실성에 어려운 경영환경은 지속될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방어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윤석열 정부, 법인세 인하 카드 내놔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인하 카드를 내놓으며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독려했다. 하지만 투자로 이어지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기업 감세 방안이 담긴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인하한다.

과표도 단순화한다. 현행 법인세는 과표 2억원 이하 10%, 2억∼200억원 20%, 200억∼3000억원 22%, 3000억원 초과 25%의 4단계로 나뉘어 있다. 이를 과표 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의 2개로 개편한다.

정부안대로 개정되면 법인세는 과표 4000억원 일반기업의 법인세는 현행 905억8000만원에서 876억원으로 29억8000만원 감소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2일 이러한 법인세 인하 계획에 대해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기업의 대외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도 활성화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지기보다 부자감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를 낮춰도 투자로 유입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며 “효과는 없고 부자 감세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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