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만 디지털 콕핏 (사진=삼성전자 하만)
자동차가 전동화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부문이 순항하고 있다.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도 쏠쏠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등 공급망 문제가 해소되고, 전기차 보급대수가 확대되는 시점에 전장분야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계속할 전망이다.
■ 삼성 하만, 매출 증가했지만 수익성 줄어
26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만은 자동차 디지털 콕핏(자동차 운전석) 시장이 상반기 24.8%의 점유율을 달성하며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만의 상반기 매출은 5조64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조7867억원보다 증가했다. 디지털 콕핏 분야의 상반기 판매대수가 395만2000대로, 지난해 상반기 342만6000대보다 늘어서다.
다만 수익은 주춤했다. 원재료 비용이 3조612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조8710억원보다 늘고, 자동차 생산의 중단과 소비 감소 등 영향이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자동차 생산의 중단과 소비 감소, 소매점의 영업 중단 등 부정적인 영업환경을 초래했다”며 “오디오 솔루션 사업은 대규모 모임과 이벤트 축소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디지털 콕핏, 5세대 이동통신(5G) 텔레매틱스, 오디오분야 등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전장 텔레매틱스 공급 계약을 1000억원 내외로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는 BMW와 전기차 5G 텔레매틱스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수익성 하락도 점차 개선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하만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다양한 비용 절감 방안을 도입했다”며 “비용을 절감한 분야에 대해선 향후 재투자를 통해 효율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만의 전장 분야 추가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3월 하만은 미국 자동차사물통신(V2X) 기업 ‘사바리’를 인수했다. 올해 들어서는 독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기업 ‘아포스테라’를 사들이며 관련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LG전자 콕핏 콘셉트 (사진=LG전자)
■ LG전자, 올 2분기 영업이익 ‘흑자전환’…“올해 말까지 70조원 수주 잔고”
LG전자의 전장사업 분야인 VS사업본부는 상반기 매출 3조908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3조7784억원보다 3.43% 증가한 것. 영업이익은 올해 상반기 43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3417억원 손실을 냈으나 이익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2분기에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까지 26분기 연속 적자에서 탈출한 것.
LG전자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와 자동차용 조명, 파워트레인 등에서 매출 성장이 꾸준히 이뤄졌다”며 “지속적으로 원가 구조를 개선하면서 호실적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전장사업을 지난 2013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앞으로 실적 효자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다.
전망이 밝은 이유는 LG전자는 지난해 말 60조원의 수주 잔고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여기에 8조원이 추가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올해 말에는 70조원의 수주 잔고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 물량이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보통 2~3년이 걸린다”며 “이에 내년부터는 폭발적인 실적 상승이 기대가 된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수주 물량의 60%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특히 이 분야에서 텔레매틱스는 세계 시장 점유율 22.6%를 기록하고 있다.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 분야도 12.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 조명 분야와 동력계 분야도 효자다. LG전자 자동차 조명 자회사 ZKW는 하반기 약 10%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 동력을 담당하는 자회사 LG마그나도 큰 폭의 성장이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인포테인먼트 제품의 경우 차량용 5G 관련 연결성 기능 확대와 통신 수요 증가로 텔레매틱스 시장 성장이 예상된다”며 “ 스마트폰 연계 요구 확대와 계기판, 디스플레이 제품들의 통합과 대형화 등으로 디스플레이 AVN 시장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 모바일 사업의 통신 역량과 차량용 5G 기술 선제 대응 등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AVN 영역에서는 LG의 디스플레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활용해 제품 차별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겸 호서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자동차 전장 분야는 올해와 내년까지는 코로나19와 경기침체 등의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수요와 반도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시점인 2024년부터 전장 분야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전장뿐 아니라 배터리 사업까지 포함한다면 삼성보다는 LG가 확실히 두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