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센트블록이 야심차게 선보인 이태원 새비지가든이 참패했다. 1호 안국 다운타우너 당시 2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던 루센트블록은 지난달 1일부터 진행된 새비지가든 공모를 23일까지 연장한 끝에 겨우 68억원의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시세 대비 15% 저렴’, ‘최소 20억 이상 매각 차익 기대’ 등 투자자들을 혹 하게 만드는 마케팅 문구에도 불구하고 공모 2회만에 위기를 만난 루센트블록. 이태원의 새비지가든을 직접 찾아가봤다. 루센트블록의 공모 2호 건물인 이태원 새비지가든 전경 (사진=박민선)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이태원 경리단길을 따라 100여미터 걷다보면 주택가로 이어지는 계단의 끝에 새비지가든이 있다. 다가구 주택이었던 건물의 본래 외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내부는 식물관 컨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들을 판매하는 새비지가든의 카페는 언뜻보면 식물관이라고 해도 될 법했다. 실험실 컨셉의 공간이나 테이블로 응용한 수족관, 수중식물실 등 젊은세대들의 ‘인스타 감성’을 자극할 만한 포인트였다. ■ 주변 대비 낮은 시세, 안정적 임대 수익 루센트블록은 공모 당시 ‘시세 대비 15%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말일까. 지난 2020년 이후 경리단길 인근 건물의 평당 거래가는 약 8000만원. 도로를 끼고 있는 쪽은 상업용지의 경우 호가가 1억원도 웃돌았다. 반면 루센트블록이 매입한 대지의 매입 가격은 평당 6900만원. “용도제한, 도로 유무 차이, 면적 등에 따라 모두 다르고 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수익률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도로에 인접해 있는 다가구 주택 건물인 만큼 시세 대비 15% 가량 저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 이사 부동산 시세 측정상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주변 건물조성 환경 등을 감안했을 때 높지 않은 가격의 메리트가 있었단 얘기다. 특히 안 이사는 최근 금리인상 이후 경리단길 상권의 시세에 미친 영향 역시 “아직 크지 않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변동을 바로 반영하는 반면 부동산시장의 임대료는 후행하는 만큼 금리 상승분을 임대료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새비지가든의 임대차 계약기간은 5년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성도 확보했다. 지난 2일(금요일) 오후, 새비지가든 카페 내부 모습 (사진=박민선) ■ 낮은 브랜드 인지도+주변 상권 몰락 그렇다면 경리단길, 그리고 새비지가든의 상업 전망은 어떨까. “아무래도 도로와 직접적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목적성을 갖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상권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알려진 곳은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지만 아직은 그런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금리가 오르다보니 서둘러 진행하게 된 건데 시장을 좀 더 만들어서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1호(안국 다운타우너)가 너무 잘 돼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판단도 하고 있습니다.” 안 이사는 조심스럽게 올해 말, 내년 쯤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작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리단길의 상권 전반이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은 금요일 점심 무렵, 경리단길 주변은 물론 새비지가든 내부는 한산했다. 주변의 한 부동산 중개소 사장은 “상권이 살아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문의 자체가 없어요. 주말에나 조금 있는 정도지 주변이 한산합니다. 식당들이 다 문을 닫고 임대인 구하는 안내문만 붙어 있어요. '제2의 가로수길'이니 해서 활성화시켰었는데 지금 보증금이 다 소진되고 나가는 시기입니다. 상권이 살아날 기미요? 아직안보여요.” 새비지가든 내부가 수중식물원 컨셉으로 꾸며져있다. (사진=박민선) 한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중 오피스와 상점 임대를 비교한다면 경기침체 국면에서 상업 목적의 임대인을 두는 것은 상권에 따라 안정성이 더 낮을 수 있다”며 “투자 결정시 부동산의 용도와 임대 주체, 도로와의 인접성, 주변 상권 등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또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블이 새비지가든과 비슷한 시기 진행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1호'가 공모 2일만에 조기 완판된 것은 매력적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사례. “내부적으로 엄중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테니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상품들을 선보일 수 있을지 라인업을 재정비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으로 우리에게 맞는 틈을 잘 찾아갈 생각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공모를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됐다는 루센트블록.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는 앞으로 조각투자 시장에 어떤 상품들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조각투자ABC] 새비지가든은 왜 흥행에 실패했나

루센트블록, 공모 2호 흥행 실패
무너진 '경리단길' 상권, 단기 회복 기대감 낮아

박민선 기자 승인 2022.09.06 14:27 의견 0

루센트블록이 야심차게 선보인 이태원 새비지가든이 참패했다. 1호 안국 다운타우너 당시 2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던 루센트블록은 지난달 1일부터 진행된 새비지가든 공모를 23일까지 연장한 끝에 겨우 68억원의 목표액을 채울 수 있었다. 내부에서조차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

‘시세 대비 15% 저렴’, ‘최소 20억 이상 매각 차익 기대’ 등 투자자들을 혹 하게 만드는 마케팅 문구에도 불구하고 공모 2회만에 위기를 만난 루센트블록. 이태원의 새비지가든을 직접 찾아가봤다.

루센트블록의 공모 2호 건물인 이태원 새비지가든 전경 (사진=박민선)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이태원 경리단길을 따라 100여미터 걷다보면 주택가로 이어지는 계단의 끝에 새비지가든이 있다.

다가구 주택이었던 건물의 본래 외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내부는 식물관 컨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들을 판매하는 새비지가든의 카페는 언뜻보면 식물관이라고 해도 될 법했다. 실험실 컨셉의 공간이나 테이블로 응용한 수족관, 수중식물실 등 젊은세대들의 ‘인스타 감성’을 자극할 만한 포인트였다.

■ 주변 대비 낮은 시세, 안정적 임대 수익

루센트블록은 공모 당시 ‘시세 대비 15%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말일까.

지난 2020년 이후 경리단길 인근 건물의 평당 거래가는 약 8000만원. 도로를 끼고 있는 쪽은 상업용지의 경우 호가가 1억원도 웃돌았다. 반면 루센트블록이 매입한 대지의 매입 가격은 평당 6900만원.

“용도제한, 도로 유무 차이, 면적 등에 따라 모두 다르고 운영 초기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수익률을 예상하기 어렵지만 도로에 인접해 있는 다가구 주택 건물인 만큼 시세 대비 15% 가량 저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 이사

부동산 시세 측정상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주변 건물조성 환경 등을 감안했을 때 높지 않은 가격의 메리트가 있었단 얘기다.

특히 안 이사는 최근 금리인상 이후 경리단길 상권의 시세에 미친 영향 역시 “아직 크지 않다”고 했다.

금융시장은 기준금리 변동을 바로 반영하는 반면 부동산시장의 임대료는 후행하는 만큼 금리 상승분을 임대료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면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새비지가든의 임대차 계약기간은 5년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성도 확보했다.

지난 2일(금요일) 오후, 새비지가든 카페 내부 모습 (사진=박민선)


■ 낮은 브랜드 인지도+주변 상권 몰락

그렇다면 경리단길, 그리고 새비지가든의 상업 전망은 어떨까.

“아무래도 도로와 직접적 접근성이 떨어지다보니 목적성을 갖고 브랜드를 만들어야 상권이 살아날 것 같습니다. 알려진 곳은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가기도 하지만 아직은 그런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진행하면서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금리가 오르다보니 서둘러 진행하게 된 건데 시장을 좀 더 만들어서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1호(안국 다운타우너)가 너무 잘 돼서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는 판단도 하고 있습니다.”

안 이사는 조심스럽게 올해 말, 내년 쯤 주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정작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리단길의 상권 전반이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기자가 찾은 금요일 점심 무렵, 경리단길 주변은 물론 새비지가든 내부는 한산했다. 주변의 한 부동산 중개소 사장은 “상권이 살아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전했다.

“문의 자체가 없어요. 주말에나 조금 있는 정도지 주변이 한산합니다. 식당들이 다 문을 닫고 임대인 구하는 안내문만 붙어 있어요. '제2의 가로수길'이니 해서 활성화시켰었는데 지금 보증금이 다 소진되고 나가는 시기입니다. 상권이 살아날 기미요? 아직안보여요.”

새비지가든 내부가 수중식물원 컨셉으로 꾸며져있다. (사진=박민선)


한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상업용 부동산 중 오피스와 상점 임대를 비교한다면 경기침체 국면에서 상업 목적의 임대인을 두는 것은 상권에 따라 안정성이 더 낮을 수 있다”며 “투자 결정시 부동산의 용도와 임대 주체, 도로와의 인접성, 주변 상권 등을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또다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인 펀블이 새비지가든과 비슷한 시기 진행한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1호'가 공모 2일만에 조기 완판된 것은 매력적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살아있음을 증명한 사례.

“내부적으로 엄중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를테니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상품들을 선보일 수 있을지 라인업을 재정비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접근법으로 우리에게 맞는 틈을 잘 찾아갈 생각입니다.”

지난 두 차례의 공모를 통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게 됐다는 루센트블록.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는 앞으로 조각투자 시장에 어떤 상품들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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