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논현동 두산건설 본사. (사진=두산건설)

지난해 새 주인을 맞은 후 정상화에 속도를 내던 두산건설이 암초를 만났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인천 숭의5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긴급대의원회를 열고 두산건설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과 조합의 홍보지침을 위반했다고 보고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100억원에 달하는 보증금 몰수 조치를 가결했다.

조합은 시공사 입찰에 나선 건설사가 3회 이상 홍보 규정을 위반하면 시공사 입찰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전날 이코노미스트 단독 보도에 따르면 두산건설 홍보직원 다수가 홍보물과 선물을 들고 조합원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모습의 동영상과 사진이 제보되는 등 불법 홍보 행위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같은 불법 행위에 조합이 직접 홍보지침 준수를 부탁했으나 두산건설은 이를 어겼다. 조합이 대의원회를 통해 시공사 입찰 자격을 박탈하려하자 두산건설 측은 회의장에 난입을 시도하는 등 진행을 방해했다.

조합 측은 두산건설이 지속적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방해한다면 관계기관에 고발 조치까지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의 무리수라는 반응이다. 두산건설은 지난 1월 서림구역재개발사업(818억원 규모)으로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한 뒤 ▲제물포시장재개발사업(734억원 규모) ▲안양 삼신6차아파트재건축 사업(830억원 규모) ▲광주 북구 용봉동 소규모재건축사업(447억원 규모)등 다수의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주택사업에서 재미를 본 두산건설인만큼 공격적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나섰다가 탈이났다는 것이다.

100억원의 입찰 보증금 몰수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두산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833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전체 영업이익의 12%에 해당한다.

소송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두산건설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73억원을 거두며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흑자달성에 성공했다. 매출액은 1조3986억원,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각각 전년도 대비 23% 감소, 178% 상승했다. 두산건설의 매출 70% 이상은 주택사업에서 나왔다. 정비사업에서 발생한 잡음은 주택사업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별도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 성남FC 후원금 뇌물공여죄 적용 여부 촉각

두산건설의 또 다른 소송 리스크는 성남FC 후원금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16일 경기도 성남시 두산건설과 성남FC 구단 사무실 등 20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 13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성남시장 재임 시절 두산건설로부터 청탁을 받고 성남FC에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제3자 뇌물공여죄(형법 제 130조)는 공무원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약속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이재명 대표의 뇌물공여죄 인정으로 두산건설 전 대표이사 이 씨도 뇌물공여죄 혐의로 함께 검찰로 송치됐다.

성남FC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성남FC 구단주로 있던 2014~2016년 두산건설에서 50억 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했다. 후원금 유치와 함께 성남시는 2015년 7월 두산그룹 소유 병원부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을 허가했다.

두산건설은 2014년 10월 성남시에 ‘두산 신사옥을 건립할 수 있도록 분당의 한 병원 부지 용도를 변경해주면 성남FC에 대한 후원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성남시가 후원금을 유치하고 두산건설에게 부지 용도변경이라는 특혜를 줬으므로 대가성이 있었다는 게 수사 요지다.

두산건설 현재 경영진은 이번 사건으로 직접적인 수사를 받지는 않지만 지난 5월에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특히 매각 이후 재도약을 위해 힘쓰던 중 정치권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구설수에 오르는 일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특혜를 받았냐 아니냐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가깝다"며 "다만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정상화에 속도를 내던 중에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은 두산건설 입장에서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