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어닝쇼크' 맞아? 실적은 분명 증권가 컨센서스를 꽤 밑돌았는데 주가는 선방했다. 앞서 4거래일 연속 상승분을 생각하면 더 의외다. 삼성전자 주가 얘기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외국인의 폭풍 매수 영향이 컸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요즘,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지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외국인은 대체 왜 삼성전자를 살까. 증권가 안팎에서 바라보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봤다. 7일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에 가까운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놨다. 다른 건 차치하고 영업이익 10조8000억원. 전년 동기대비 31.73% 급감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낮아질대로 낮아진 컨센서스(11조8000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 가량 덜 나왔다. 이 정도 쇼크라면 최소 3% 이상 빠져야 정상이다. 허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100원(0.18%) 내린 5만6200원에 장을 마쳤다. 우선 수급측면을 보면 외국인 매수가 주가 하락을 막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관과 개인의 투매를 그대로 받아냈다. 최근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세는 심상찮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를 7265억원, SK하이닉스는 3810억원 어치 샀다. 외국인의 '폭풍매수' 배경을 두고 증권가 일각에선 '역발상'을 언급한다. 한마디로 바닥에서 IT와 반도체를 담아두겠다는 것. 당장은 어렵지만 반도체 사이클상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을 칠 것이고, 한 분기 정도 먼저 선취매하려는 의도라는 추론이다. 외국계 IB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이 최근 긍정적으로 선회한 것도 사실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일 한국 반도체업종에 대해 종전 '주의'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을 상향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선 '비중확대'를 논했다. 불과 두달전 반도체 업황에 대해 내렸던 부정적 전망을 뒤집은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선취매 전략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다수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업황이 최악일 때 삼성전자 주가가 앞서 반등했던 경우가 있다"면서도 "다만 긴축 강도의 끝이 어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분기가 아닌 두세 분기 과도하게 앞선 투자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내 기관 임원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부정적인 반도체 업황, 글로벌 긴축 상황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지금 삼성전자를 좋아서 산다기보단 낙폭과대주로서의 접근, 혹은 대형주에 대한 숏커버나 헤지 측면의 전략이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최근 감지되는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차원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IT와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 수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내년 1분기 실적부진까지 주가는 선반영하고 있지만 만일 올해 4분기와 1분기가 예상보다 더 못할 경우 주가는 소문대로 4만전자의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결국 연준의 긴축 강도에 따른 불확실성이 관건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서 감산에 돌입한 점은 향후 반도체 가격 경쟁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가 여타 산업과 다른 점 중 하나가 생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이 감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공급 감소로 인한 반도체 업황 개선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내리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부진이 예상되는 실적과 별개로 낮아진 밸류에이션, 내년부터 진행될 메모리 반도체 공급축소 이슈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감축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내년 설비투자도 50%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가량 줄이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감산 계획은 없다"는 고수한다. 결국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을 통한 승자독식의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극적인 투자 발표, 주주경영 선언 등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안팎에서 나온다. 한편 외국인의 선물 매수 포지션이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을 예측하는데 또 다른 팁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한번쯤 귀기울일 만하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는 만기일(13일)을 앞두고 선물매수차익을 위해 지수 방어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면서 "현재 외인의 선물 포지션이 3만 계약 수준인데 여기서 차익을 내려면 삼성전자 반등을 통한 지수 반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승훈의 Y] ‘어닝쇼크’ 삼성전자, 외국인은 왜 샀나

홍승훈 기자 승인 2022.10.08 00:37 | 최종 수정 2022.10.08 00:41 의견 0

'한국의 월스트리트' 여의도 금융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들. 다시 한번 살펴야 할, 중요하나 우리가 놓친 이슈들을 '왜(why)'의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어닝쇼크' 맞아?

실적은 분명 증권가 컨센서스를 꽤 밑돌았는데 주가는 선방했다. 앞서 4거래일 연속 상승분을 생각하면 더 의외다. 삼성전자 주가 얘기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외국인의 폭풍 매수 영향이 컸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한 요즘, 더욱이 내년 상반기까지 전망이 암울한 상황에서 외국인은 대체 왜 삼성전자를 살까. 증권가 안팎에서 바라보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봤다.

7일 삼성전자는 어닝쇼크에 가까운 3분기 잠정 실적을 내놨다. 다른 건 차치하고 영업이익 10조8000억원. 전년 동기대비 31.73% 급감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낮아질대로 낮아진 컨센서스(11조8000억원)에 비해서도 1조원 가량 덜 나왔다. 이 정도 쇼크라면 최소 3% 이상 빠져야 정상이다.

허나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100원(0.18%) 내린 5만6200원에 장을 마쳤다. 우선 수급측면을 보면 외국인 매수가 주가 하락을 막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기관과 개인의 투매를 그대로 받아냈다.

최근 외국인의 반도체 매수세는 심상찮다.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반도체 대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1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삼성전자를 7265억원, SK하이닉스는 3810억원 어치 샀다.

외국인의 '폭풍매수' 배경을 두고 증권가 일각에선 '역발상'을 언급한다. 한마디로 바닥에서 IT와 반도체를 담아두겠다는 것. 당장은 어렵지만 반도체 사이클상 내년 1분기를 저점으로 바닥을 칠 것이고, 한 분기 정도 먼저 선취매하려는 의도라는 추론이다.

외국계 IB의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이 최근 긍정적으로 선회한 것도 사실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4일 한국 반도체업종에 대해 종전 '주의'에서 '매수'로 투자의견을 상향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선 '비중확대'를 논했다. 불과 두달전 반도체 업황에 대해 내렸던 부정적 전망을 뒤집은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선취매 전략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다수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업황이 최악일 때 삼성전자 주가가 앞서 반등했던 경우가 있다"면서도 "다만 긴축 강도의 끝이 어딜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 분기가 아닌 두세 분기 과도하게 앞선 투자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내 기관 임원은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부정적인 반도체 업황, 글로벌 긴축 상황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지금 삼성전자를 좋아서 산다기보단 낙폭과대주로서의 접근, 혹은 대형주에 대한 숏커버나 헤지 측면의 전략이 아닌가 싶다"고 해석했다.

최근 감지되는 미국 연준의 긴축 완화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를 대비한 차원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IT와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 수급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내년 1분기 실적부진까지 주가는 선반영하고 있지만 만일 올해 4분기와 1분기가 예상보다 더 못할 경우 주가는 소문대로 4만전자의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결국 연준의 긴축 강도에 따른 불확실성이 관건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나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앞서 감산에 돌입한 점은 향후 반도체 가격 경쟁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반도체가 여타 산업과 다른 점 중 하나가 생산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마이크론과 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들이 감산에 나서기로 하면서 향후 공급 감소로 인한 반도체 업황 개선 여지가 높아질 수 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내리면서도 "내년 1분기까지 부진이 예상되는 실적과 별개로 낮아진 밸류에이션, 내년부터 진행될 메모리 반도체 공급축소 이슈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감축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국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의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고, 내년 설비투자도 50%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키옥시아도 이달부터 웨이퍼 투입량을 30% 가량 줄이기로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감산 계획은 없다"는 고수한다. 결국 삼성전자는 치킨게임을 통한 승자독식의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적극적인 투자 발표, 주주경영 선언 등이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안팎에서 나온다.


한편 외국인의 선물 매수 포지션이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 변동성을 예측하는데 또 다른 팁일 수 있다는 주장에도 한번쯤 귀기울일 만하다. 시장 한 관계자는 "최근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수는 만기일(13일)을 앞두고 선물매수차익을 위해 지수 방어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면서 "현재 외인의 선물 포지션이 3만 계약 수준인데 여기서 차익을 내려면 삼성전자 반등을 통한 지수 반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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