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사진=연합뉴스) "하루에 30만명이 이용해야 하는 GTX를 과연 누가 무슨 자격과 권리로 이를 막는단 말이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과 관련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3일 간담회를 열고 한 말이다. 정부에서 그동안 제기된 공사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는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참가하지 않았다. 추진위는 꾸준히 단지를 관통하는 GTX 노선 반대 목소리를 낸 곳이다. 추진위는 국토부와 소통 대신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 압박에 나서고 있다. 오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을 벌이고 있다. 실력행사에 나선 셈이다. 추진위는 'GTX 관통 반대 은마주민 걷기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참가자들에게는 참가비 5만원 지급까지 약속했다. 중간에 낀 현대건설만 난처한 입장이다. 추진위는 현대건설이 향후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을 고려했을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위는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집회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추진위가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 재건축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현대건설은 인근 거주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으며 원 장관이 이에 대해 사법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추진위는 안전이라는 명분대로 현 노선대로 아파트 밑을 지나간다면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와 진동, 여기에 소음 피해까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추진위의 '아집'에 불과하다. 다수의 철도 전문가들은 이미 대심도 고속전철에 발파없는 TBM공법을 사용한다면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에도 GTX 공사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추진위는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간담회 자리도 보이콧하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국책사업 협의 주체도 아닌 기업 회장 자택을 찾아간 부분도 난센스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업과 무관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사옥도 아닌 자택에서 집회를 벌이면서 인근 주민들은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더 나아가 교통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 거주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추진위의 압박에 예정된 내년 착공 일정이 미뤄진다면 이에 따른 비용 발생도 간과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수도권 교통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시민들에게도 기약없는 기다림만 남길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끌어들이면서까지 GTX 노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비난을 받기도 했던 은마아파트다. 이와 맞물려 추진위가 그룹 오너 자택에서 집회를 벌이는 무리수까지. 추진위의 간담회 불참과 집회 영향으로 국토부와 현대건설은 대화 채널까지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가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며 추진위 대신 대표성 확보에 나선 탓이다.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이재성 은마 소유자협의회 공동대표는 "교차불가 구간이 없어졌기 때문에 노후된 은마아파트를 통과하지 않아도 속도도 빨라지고 구간도 1㎞ 줄어드는 경제성도 개선할 방법이 있다. 바뀐 부분에 대해 철저한 타당성 검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원 장관은 "심도있는 이야기는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보자"며 "40층, 50층이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단지로 재건축해야 하니 희망적인 방향으로 가자"고 화답했다. 협상은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하는 게 아닌 테이블에서 이뤄져야 한다. 추진위의 자택 앞 집회는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한 것도 아닌 생떼에 불과하다. 대화 자리는 이미 마련됐다. 추진위의 그동안 행보는 지역이기주의라는 자충수가 됐다. 이는 GTX 노선 원안 강행 추진 명분 제공과 공사 속행 원동력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현대건설 향한 은마아파트의 무리수…지역이기주의 자충수

정지수 기자 승인 2022.11.29 12:44 의견 0
서울 강남구 대모산 전망대서 바라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사진=연합뉴스)

"하루에 30만명이 이용해야 하는 GTX를 과연 누가 무슨 자격과 권리로 이를 막는단 말이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과 관련해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지난 23일 간담회를 열고 한 말이다.

정부에서 그동안 제기된 공사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한 설명을 위해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는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참가하지 않았다. 추진위는 꾸준히 단지를 관통하는 GTX 노선 반대 목소리를 낸 곳이다.

추진위는 국토부와 소통 대신 우선협상 대상자인 현대건설 압박에 나서고 있다. 오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집회을 벌이고 있다. 실력행사에 나선 셈이다. 추진위는 'GTX 관통 반대 은마주민 걷기대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참가자들에게는 참가비 5만원 지급까지 약속했다.

중간에 낀 현대건설만 난처한 입장이다. 추진위는 현대건설이 향후 강남권 도시정비사업을 고려했을 때 자신들의 목소리를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위는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집회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추진위가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사실 재건축 사업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현대건설은 인근 거주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으며 원 장관이 이에 대해 사법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놓았다.

추진위는 안전이라는 명분대로 현 노선대로 아파트 밑을 지나간다면 지반 약화로 인한 붕괴와 진동, 여기에 소음 피해까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추진위의 '아집'에 불과하다. 다수의 철도 전문가들은 이미 대심도 고속전철에 발파없는 TBM공법을 사용한다면 안전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은마아파트에도 GTX 공사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그럼에도 추진위는 이 같은 의견을 무시하고 간담회 자리도 보이콧하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국책사업 협의 주체도 아닌 기업 회장 자택을 찾아간 부분도 난센스다.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업과 무관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지역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사옥도 아닌 자택에서 집회를 벌이면서 인근 주민들은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더 나아가 교통난을 겪고 있는 수도권 거주민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추진위의 압박에 예정된 내년 착공 일정이 미뤄진다면 이에 따른 비용 발생도 간과할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수도권 교통 개선이 이뤄지길 바라는시민들에게도 기약없는 기다림만 남길 수 있다.


'이태원 참사'를 끌어들이면서까지 GTX 노선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비난을 받기도 했던 은마아파트다. 이와 맞물려 추진위가 그룹 오너 자택에서 집회를 벌이는 무리수까지. 추진위의 간담회 불참과 집회 영향으로 국토부와 현대건설은 대화 채널까지 바꿀 것으로 보인다.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가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며 추진위 대신 대표성 확보에 나선 탓이다.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이재성 은마 소유자협의회 공동대표는 "교차불가 구간이 없어졌기 때문에 노후된 은마아파트를 통과하지 않아도 속도도 빨라지고 구간도 1㎞ 줄어드는 경제성도 개선할 방법이 있다. 바뀐 부분에 대해 철저한 타당성 검토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원 장관은 "심도있는 이야기는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서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해보자"며 "40층, 50층이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이 부러워하는 단지로 재건축해야 하니 희망적인 방향으로 가자"고 화답했다.

협상은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하는 게 아닌 테이블에서 이뤄져야 한다. 추진위의 자택 앞 집회는 대화 채널을 열기 위한 것도 아닌 생떼에 불과하다. 대화 자리는 이미 마련됐다. 추진위의 그동안 행보는 지역이기주의라는 자충수가 됐다. 이는 GTX 노선 원안 강행 추진 명분 제공과 공사 속행 원동력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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