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시절과 닮은꼴로 흘러가면서 건설사들의 줄도산 우려가 커지면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내년 1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동산 PF 보증 5조원 확대와 함께 5조원 규모의 미분양 PF 보증 신설을 조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또 만기 3개월인 PF ABCP를 장기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사업자보증을 통해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 지원 구상안도 내놓았다.

정부의 이 같은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건설사 줄도산 우려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건설사가 신용보강리스크를 제2금융권과 증권사 등과 분담한 상황에서 건설사의 도산은 금융권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구조다.

정부에서 PF 시장에 유동성 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이미 건설사 부도 위험은 현실화됐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한건설협회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부도가 난 건설사는 총 5곳이며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는 182건으로 나타났다. 부도를 낸 건설사 중에 시공능력평가 202위인 우석건설과 388위인 동원건설산업도 포함됐다.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일 납부기한 내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면서 지난 9월말 1차 부도 처리됐다.

문제는 내년 자금난이 더욱 심해지면서 부도 처리되는 건설사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더불어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 전반에 신용위험 리스크 확대가 건설업계 위기를 계속해서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경색으로 건설사의 ABCP 차환이 어려워졌고 CP(91일물) 금리는 지난 9월초 3.1% 수준에서 이달초에 5.5%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023년 주택시장 전망'에서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거의 중단되는 등 건설업체의 자금난이 커지고 있다"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내년 상반기 중 보유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에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의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산연은 현재의 건설업계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주산연은 "금융위기 때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평균 38% 수준으로 낮았고 PF 조달비율도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사 신용·유동성 공여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잔액은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13조 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건설사의 재무부담을 짓누르는 미분양 주택 증가세도 지속적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4.2만세대로 지난해 동기 1.4만 세대 대비 3배가 증가했다. 한기평은 경기 침체와 높아진 주택원가를 감안할 경우 단기간 내 수요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분양 전망도 어둡다. 업계에서는 내년 분양물량이 올해 대비 15%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서울 및 수도권 중심에서 최소한의 분양만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분양 우려가 높은 지방 사업지에서는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과 함께 부동산 경기 회복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금 PF를 통한 자금조달 어려움은 일부 문제일뿐이다"라며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다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문제로 지나치게 경직된 부동산 시장이 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급격하게 어두워진 부동산 시장 전망에 시장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섰다.

내년 초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 잔존한 규제지역을 해제될 전망이다. 또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을 기존 보금자리론에 통합한다. 지원 대상을 주택가격 6억원에서 9억원 이하로 상향하고 대출한도는 3억6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7000만원 이하에 소득제한 조건도 폐지한다.

직방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을 좀 더 선제적이고 과감한 정부규제 완화 조치로 판단된다"며 "규제 완화 조치가 침체된 시장의 단기 방향 전환과 빠른 회복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제한적이겠지만 일부 급매물 소화와 시장 연착륙에는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