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사옥(왼쪽), 위메이드 사옥.(사진=각 사)
북미를 포함한 서구권과 아시아 시장을 주요 공략지로 삼았던 국내 게임업계가 중동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블록체인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돈은 기업을 부른다. 블록체인 기술 사업 확대를 모색하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중동은 최선의 시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승헌 네오위즈홀딩스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경제사절단에 동행 중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유일하다.
네오위즈의 이번 경제사절단 동행은 P2E(Play to Earn) 게임을 포함한 블록체인 사업 전개 차원에서다. 오 대표는 블록체인 사업을 담당하는 네오플라이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네오플라이의 자회사 네오핀은 디파이(탈중앙화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게임과 메타버스, NFT(대체불가능 토큰) 등 블록체인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중동 국가들은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 혁신 산업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생태계와 가상자산 서비스에 과감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UAE의 수도 아부다비는 2018년 디지털자산 규제를 도입하는 등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을 통해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UAE로부터 300억달러(약 37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아낸 점도 블록체인 사업 추진 게임사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정부와 UAE는 지식재산 분야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보호하고 정보 교환 확대에도 나섰다.
UAE가 한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하기로 나선 가운데 이미 UAE에 지사를 세운 위메이드도 주목받고 있다. 위메이드는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사업 확장을 위해 위믹스 메나(WEMIX MENA LTD)를 아랍에미리트(UAE)에 설립했다.
위메이드는 비교적 블록체인 사업에 우호적인 중동 지역에서의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거래가 정지되는 등 블록체인 사업 전개에 발목이 잡혔다.
위메이드는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MENA지역에 법인을 추가 설립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다각도의 협업을 진행하는 등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2022' 위메이드 기자간담회에서도 UAE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블록체인 사업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UAE 아부다비에 법인 설립을 통해 사우디의 네옴시티에도 블록체인 도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장 대표는 "네옴시티 관련 한국 기업들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블록체인 기업은 없었다"며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이코노미가 구축돼야 네옴시티라는 도시가 완성된다고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바이낸스, 크립토닷컴을 비롯한 대형 크립토 거래소 및 관련 기업들이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하고 있다"며 "위메이드는 위믹스 메나를 통해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의 MENA 지역 진출에 앵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넷마블과 컴투스는 중동 지역 진출을 특별히 염두에 두기보다는 글로벌 공략 자체에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공략 계획에 자연스럽게 중동 시장도 포함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컴투스 관계자는 "중동 시장을 콕 집어서 공략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 전체를 공략한다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에서 투자를 유치하고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블록체인 활용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게임사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