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투자세계의 락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다. 투자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올해도 수많은 이들이 주총장에 모여들었다. 주총 이후 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뭘 사고 팔았는지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버핏이 유명해진지 오래이다 보니 오늘날의 버핏을 만든 과거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 워런 버핏처럼 되고 싶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지금이 아니라, 과거 급성장하던 시절의 버핏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늘, 버크셔의 성과와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 S&P500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표가 나온다. 이 표는 1965년부터 시작되는데 버크셔의 자산규모가 거대해진 최근 20여년의 성과는 S&P500과 비교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 버핏이 '버핏스러운' 수익률을 낸건 초기 20년이며,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의 성과가 대단했다. 1970년대 버크셔의 성과를 보자. 1973년~74년 하락장에서 버핏은 큰 손실을 입었다. 1974년에 본 손실로 버크셔의 자산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1975년 주식시장은 반등했지만 버크셔는 시장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다 1976년부터 버크셔의 비상이 시작됐다. 1년에 100% 넘는 수익률을 내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이어가기 시작한 것. 버핏이 유명해지고 투자의 구루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정말로 워런 버핏처럼 되고 싶다면 이 시절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70년대 후반, 버크셔의 성장에는 독특한 배경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그 시절은 196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지속됐던 성장주 장세가 저물고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던 시기였다. 1972년 18배였던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 – 시가총액을 기업이익으로 나눠서 계산)은 1979년 7배까지 내려간다. 시장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회사가 성장해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저평가 가치주를 집중 투자함으로써 밸류에이션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둘째, 1970년대 후반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했던 시기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경제상황은 좋지 못해 고금리-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지속됐다. 이때 버핏이 투자한 가치주들은 단순히 싸기만한 회사들이 아니었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불황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고, 인플레이션으로 올라간 비용을 가격에 전가해 매출이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다. 가치주인 동시에 불황 속 성장주였던 셈이다. 셋째, 투자자들간 경쟁이 적었다. 아무리 좋은 투자기회라 해도 다들 알고 몰려든다면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1974년 폭락장 이후 1975년 반등장에서 버크셔는 극도로 부진했다. 시장 반등이 성장주 중심이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낙관적 전망으로 앞다투어 반등세에 동참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버핏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1976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대중의 관심을 잃기 시작했다. 얼마나 인기가 없었는지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1979년 8월 "주식의 죽음(Death of Equities)"이라는 제목을 표지에 올리기도 했다. <1979년 8월 13일자 비즈니스 위크 표지> 이번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은 "미국 경제의 놀라운(incredible) 시기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의 파트너 찰리 멍거는 "투자자들은 이제 눈높이를 낮춰 수익률 저하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으며, 덕분에 금리는 지난 1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역사의 운율(rhyme)이 1975년~1976년 즈음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경제와 시장이 그때의 운율을 따르고 있다면 투자자들은 버핏을 따라하는 것은 어떨까. 가격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으면서, 밸류에이션이 매우 저평가 돼 있고, 시장 관심에서 소외된 기업에 대한 투자 말이다. ■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강대권의 시시각각] 워런 버핏은 언제 부자가 됐을까

강대권 승인 2023.05.09 09:37 | 최종 수정 2023.05.09 09:38 의견 0

<Berkshire Hathaway Annual Meeting, 2018 필자촬영>


지난 주말 투자세계의 락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열렸다. 투자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올해도 수많은 이들이 주총장에 모여들었다.

주총 이후 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뭘 사고 팔았는지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고 한다. 다만 버핏이 유명해진지 오래이다 보니 오늘날의 버핏을 만든 과거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말 워런 버핏처럼 되고 싶다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지금이 아니라, 과거 급성장하던 시절의 버핏에 대해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차보고서 첫 페이지에는 늘, 버크셔의 성과와 미국을 대표하는 주가지수 S&P500의 수익률을 비교하는 표가 나온다. 이 표는 1965년부터 시작되는데 버크셔의 자산규모가 거대해진 최근 20여년의 성과는 S&P500과 비교해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다. 버핏이 '버핏스러운' 수익률을 낸건 초기 20년이며,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의 성과가 대단했다.


1970년대 버크셔의 성과를 보자. 1973년~74년 하락장에서 버핏은 큰 손실을 입었다. 1974년에 본 손실로 버크셔의 자산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1975년 주식시장은 반등했지만 버크셔는 시장 상승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러다 1976년부터 버크셔의 비상이 시작됐다. 1년에 100% 넘는 수익률을 내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성과를 이어가기 시작한 것. 버핏이 유명해지고 투자의 구루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정말로 워런 버핏처럼 되고 싶다면 이 시절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70년대 후반, 버크셔의 성장에는 독특한 배경이 세 가지 있다.

첫째, 그 시절은 1960년대 후반부터 10년간 지속됐던 성장주 장세가 저물고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던 시기였다. 1972년 18배였던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 – 시가총액을 기업이익으로 나눠서 계산)은 1979년 7배까지 내려간다. 시장 밸류에이션이 낮아지면 회사가 성장해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워런 버핏은 저평가 가치주를 집중 투자함으로써 밸류에이션이 위축되는 국면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둘째, 1970년대 후반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했던 시기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경제상황은 좋지 못해 고금리-역성장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지속됐다. 이때 버핏이 투자한 가치주들은 단순히 싸기만한 회사들이 아니었다.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불황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고, 인플레이션으로 올라간 비용을 가격에 전가해 매출이 꾸준히 상승할 수 있었다. 가치주인 동시에 불황 속 성장주였던 셈이다.

셋째, 투자자들간 경쟁이 적었다. 아무리 좋은 투자기회라 해도 다들 알고 몰려든다면 좋은 수익을 내기 어렵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1974년 폭락장 이후 1975년 반등장에서 버크셔는 극도로 부진했다. 시장 반등이 성장주 중심이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낙관적 전망으로 앞다투어 반등세에 동참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버핏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1976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대중의 관심을 잃기 시작했다. 얼마나 인기가 없었는지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지 '비즈니스위크'는 1979년 8월 "주식의 죽음(Death of Equities)"이라는 제목을 표지에 올리기도 했다.

<1979년 8월 13일자 비즈니스 위크 표지>


이번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은 "미국 경제의 놀라운(incredible) 시기가 끝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의 파트너 찰리 멍거는 "투자자들은 이제 눈높이를 낮춰 수익률 저하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말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경제의 성장은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물가는 쉽게 잡히지 않고 있으며, 덕분에 금리는 지난 10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역사의 운율(rhyme)이 1975년~1976년 즈음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경제와 시장이 그때의 운율을 따르고 있다면 투자자들은 버핏을 따라하는 것은 어떨까. 가격에 비용을 전가할 수 있으면서, 밸류에이션이 매우 저평가 돼 있고, 시장 관심에서 소외된 기업에 대한 투자 말이다.


강대권 대표는 현재 라이프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및 동대학원 석사(산업경제학 전공)를 마쳤고, 서울대 가치투자 동아리 '스믹(SMIC)' 출신으로도 유명하다. 가치투자 2세대 스타 펀드매니저인 강 대표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거쳐 유경PSG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역임했다. 당시 국내 운용사 최연소 CIO다. 지난 2016년, 2020년 국내 주식형 운용사 수익률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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