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엔 먹이가 없고 서울엔 둥지가 없어 새들이 알을 낳지 않는다.' 먹이(일자리)와 둥지(집)야말로 알을 낳고 품게하는 최소한의 기본조건이다. 저출산이 빚어낸 인구문제의 출발 지점이다.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더 급한 건 먹이다. 둥지가 많아도 먹이가 변변찮으니 지방 청년들은 서울로 날아간다. 둥지는 없어도 먹이는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이가 해결돼도 둥지가 알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먹이부터 해결할 일이다. 지방에 먹이가 많으면 둥지 없는 서울로 갈 이유가 없다.(책 202쪽)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졌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이어야하고, 1.3명은 위기선이라고 한다. 이미 위기선 한참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한민국은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꼽힌다. 북핵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인구 52%가 서울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땅 면적으로 따지면 12%에 불과한데 과도하게 몰려있다. 물론 이 곳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진학이나 구직을 위해 도쿄로 가려는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낮다. 이 차이는 로컬(지역)의 건강함이다. (사진=라의눈) 전영수 교수(한양대 국제대학원)는 '인구소멸과 로컬리즘(23년5월12일 발간, 라의눈)' 책에서 로컬리즘 즉, 지역 활성화를 통해 인구소멸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에 먹이가 많으면 지방 청년들이 둥지 없는 서울로 갈 이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지역 활성화,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2017년 경북도청이 시작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대표적이다. 사업 아이템을 가진 도시청년이 경북에서 창업할 경우 공모 과정을 거쳐 1인당 300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국가도 지원하는 사업이 됐다. 행자부가 2018년부터 지역단위와 함께하는 청년마을 프로젝트도 있다. 목포시(괜찮은마을), 서천군(삶기술학교), 문경시(달빛탐사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전통산업과 특산물에 청년들의 기획이 들어가 창업 아이테으로 재탄생시키는 실험이다. 청년마을에 선정되면 1개소당 5억원씩 지원된다. 이밖에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았다. 제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이름뿐인 사업도 적잖다. 유행처럼 번졌다 사그라드는 그저 그런 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이왕 시작했고 방향도 긍정적이면 최대한 그 흐름과 분위기를 농익혀서 한계보다는 성과를 내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지역부흥협력대만해도 총론은 호평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것. 정책만이 문제는 아니다. 청년들이 면밀한 준비 없이 상황 논리로 시골살이를 선택하면 중도 포기, 중간 이탈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어정쩡한 기대와 태도는 냉엄한 지역환경과 만나 자포자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청년이 내려온다고 지역재생이 저절로 일궈지지도 않는다. 도시청년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부리려는 태도, 자율권과 선택권을 주지않고 지자체가 모든 걸 결정하려는 관성도 문제라고 전 교수는 지적한다. 물론 방임과 무시도 도시청년의 에너지와 혁신력을 훼손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지역활성화가 단기사업형 프로젝트로 끝나서는 곤란하고, 지역 정주가 가능한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제안한다. 즉 지역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협력이 강화되는 방식, 지역 일감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관건이라는 거다. 일과 거주, 놀이를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기반을 튼실하게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저자 전영수 교수는 인구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사회경제학자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환경 변화와 인구 대전환을 위한 구조개혁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감사원 등에서 인구 관련 자문·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과 일본게이오대 방문교수(경제학부)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공저)』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대한민국 인구·소비의 미래』 『한국이 소멸한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등이 있다.

[신간] 인구소멸과 로컬리즘...지방도시 살리는 전략과 아이디어

문형민 기자 승인 2023.05.10 17:14 의견 0

'지방엔 먹이가 없고 서울엔 둥지가 없어 새들이 알을 낳지 않는다.'

먹이(일자리)와 둥지(집)야말로 알을 낳고 품게하는 최소한의 기본조건이다. 저출산이 빚어낸 인구문제의 출발 지점이다.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더 급한 건 먹이다. 둥지가 많아도 먹이가 변변찮으니 지방 청년들은 서울로 날아간다. 둥지는 없어도 먹이는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이가 해결돼도 둥지가 알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먹이부터 해결할 일이다. 지방에 먹이가 많으면 둥지 없는 서울로 갈 이유가 없다.(책 202쪽)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 문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졌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2.1명이어야하고, 1.3명은 위기선이라고 한다. 이미 위기선 한참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한민국은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꼽힌다. 북핵보다 더 무섭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인구 52%가 서울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땅 면적으로 따지면 12%에 불과한데 과도하게 몰려있다. 물론 이 곳에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젊은이들이 진학이나 구직을 위해 도쿄로 가려는 비율이 우리나라에 비해 낮다. 이 차이는 로컬(지역)의 건강함이다.

(사진=라의눈)


전영수 교수(한양대 국제대학원)는 '인구소멸과 로컬리즘(23년5월12일 발간, 라의눈)' 책에서 로컬리즘 즉, 지역 활성화를 통해 인구소멸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에 먹이가 많으면 지방 청년들이 둥지 없는 서울로 갈 이유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지역 활성화,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2017년 경북도청이 시작한 '도시청년 시골파견제'가 대표적이다. 사업 아이템을 가진 도시청년이 경북에서 창업할 경우 공모 과정을 거쳐 1인당 3000만원을 최대 3년간 지원하는 것이다. 2019년부터 국가도 지원하는 사업이 됐다.

행자부가 2018년부터 지역단위와 함께하는 청년마을 프로젝트도 있다. 목포시(괜찮은마을), 서천군(삶기술학교), 문경시(달빛탐사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의 전통산업과 특산물에 청년들의 기획이 들어가 창업 아이테으로 재탄생시키는 실험이다. 청년마을에 선정되면 1개소당 5억원씩 지원된다.

이밖에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많았다. 제대로 되는 것도 있지만 이름뿐인 사업도 적잖다. 유행처럼 번졌다 사그라드는 그저 그런 정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이왕 시작했고 방향도 긍정적이면 최대한 그 흐름과 분위기를 농익혀서 한계보다는 성과를 내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일본의 지역부흥협력대만해도 총론은 호평이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갈등이 적지 않았다는 것.

정책만이 문제는 아니다. 청년들이 면밀한 준비 없이 상황 논리로 시골살이를 선택하면 중도 포기, 중간 이탈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어정쩡한 기대와 태도는 냉엄한 지역환경과 만나 자포자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도시청년이 내려온다고 지역재생이 저절로 일궈지지도 않는다. 도시청년을 지나치게 간섭하고 부리려는 태도, 자율권과 선택권을 주지않고 지자체가 모든 걸 결정하려는 관성도 문제라고 전 교수는 지적한다. 물론 방임과 무시도 도시청년의 에너지와 혁신력을 훼손할 수 있다.

전 교수는 지역활성화가 단기사업형 프로젝트로 끝나서는 곤란하고, 지역 정주가 가능한 기반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제안한다. 즉 지역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고 협력이 강화되는 방식, 지역 일감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관건이라는 거다.

일과 거주, 놀이를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의 로컬 기반을 튼실하게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저자 전영수 교수는 인구통계와 세대 분석으로 한국사회의 변화를 읽어내는 사회경제학자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환경 변화와 인구 대전환을 위한 구조개혁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감사원 등에서 인구 관련 자문·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전문위원과 일본게이오대 방문교수(경제학부)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공저)』 『대한민국 인구 트렌드』 『대한민국 인구·소비의 미래』 『한국이 소멸한다』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피파세대 소비심리를 읽는 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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