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형건설사 마케팅 담당 직원과 미팅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건설사를 상대로 한 장소 섭외 요청이 많다는 것. 또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거절한다는 거다. 이 직원은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장소를 활용할지 얘기가 오가지 않더라도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진다"며 "건설사 전반에 퍼져있는 어떤 선입견과 편견 등으로 뻔하디 뻔한 모습이 연출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절 후 해당 드라마를 지켜보니 건설 현장에서 범죄가 벌어지거나 작당 모의 등이 이뤄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다루는 건설업계의 부정적인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개봉해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영화 '부당거래'의 메인 악역 중 한명인 장석구(유해진 분)는 조폭 출신으로 '해동건설'이라는 가상의 건설회사 회장으로 나온다. 주양(류승범 분) 검사의 스폰서인 태경그룹 김양수(조영진 분) 회장도 부동산 '큰손'이다. 건설현장은 느와르 영화의 단골 소재로도 등장하며 비리와 범죄 등이 난무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쯤 되면 마케팅 담당 직원이 건설현장 장소 섭외 요청을 거절하는 이유도 알만하다. 단순히 공기 지연 문제를 떠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게 눈에 훤한데 장소를 빌려줄 이유야 없다. 건설사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 '허물고 때리고 부수는' 과격한 이미지를 벗어나 사명 변경을 통해 친환경과 연관 짓는 '착한' 건설사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과 안전관리 및 현장 감리도 강화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더욱 더 고급스러움을 입는다. 주거의 고급화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산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거다. 말하자면 명품 브랜드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단편적이지만 치명적인 사고들이 건설사의 장기간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비단 현장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본사 차원에서도 사명 변경, ESG경영을 위한 조직 구성 등에 힘쓰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 ESG경영 수준은 5점 만점에 평균 2.6점으로 '보통 이하'로 나타나기도 했다. 브랜드 고급화를 만드려는 건설사의 움직임과 별개로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제자리 걸음이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무시하고 허수아비 감리를 내세우거나 싸구려 자재를 사용해 적발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갈길이 멀다. 이미지 쇄신을 말하기 전에 신뢰 회복이 우선인 건설사도 점점 늘고 있다. 와우시민아파트 붕괴(1970년)와 성수대교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20세기에 있던 대형 사고가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잊을만 하면 대형사고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와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도 안전은 물론 품질 관련 문제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설계와 달리 철근이 빠지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장이다. 건설업계를 취재하면서 많이 듣던 말 중 하나는 아파트 시공에서 기술적인 차별점이 사실 크지 않다는 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시공 기술은 일부 층간소음이나 그런 측면을 제외하고는 차별점을 찾기 힘들고 대부분 자잿값 문제다"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고급 포장지를 챙기고 이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알맹이인 안전과 기본 품질을 지키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건설사, 명품 브랜드 전략 쓰는데...발목 잡는 이것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5.15 15:43 의견 0

최근 한 대형건설사 마케팅 담당 직원과 미팅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건설사를 상대로 한 장소 섭외 요청이 많다는 것. 또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자주 거절한다는 거다.

이 직원은 "섭외 요청이 들어오면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장소를 활용할지 얘기가 오가지 않더라도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진다"며 "건설사 전반에 퍼져있는 어떤 선입견과 편견 등으로 뻔하디 뻔한 모습이 연출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절 후 해당 드라마를 지켜보니 건설 현장에서 범죄가 벌어지거나 작당 모의 등이 이뤄지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에서 다루는 건설업계의 부정적인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개봉해서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영화 '부당거래'의 메인 악역 중 한명인 장석구(유해진 분)는 조폭 출신으로 '해동건설'이라는 가상의 건설회사 회장으로 나온다. 주양(류승범 분) 검사의 스폰서인 태경그룹 김양수(조영진 분) 회장도 부동산 '큰손'이다. 건설현장은 느와르 영화의 단골 소재로도 등장하며 비리와 범죄 등이 난무하는 장소로 그려진다.

이쯤 되면 마케팅 담당 직원이 건설현장 장소 섭외 요청을 거절하는 이유도 알만하다. 단순히 공기 지연 문제를 떠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게 눈에 훤한데 장소를 빌려줄 이유야 없다.

건설사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과거 '허물고 때리고 부수는' 과격한 이미지를 벗어나 사명 변경을 통해 친환경과 연관 짓는 '착한' 건설사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과 안전관리 및 현장 감리도 강화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는 더욱 더 고급스러움을 입는다. 주거의 고급화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산다는 자부심을 심어준다는 거다. 말하자면 명품 브랜드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나오는 단편적이지만 치명적인 사고들이 건설사의 장기간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비단 현장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본사 차원에서도 사명 변경, ESG경영을 위한 조직 구성 등에 힘쓰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건설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계 ESG경영 수준은 5점 만점에 평균 2.6점으로 '보통 이하'로 나타나기도 했다. 브랜드 고급화를 만드려는 건설사의 움직임과 별개로 건설사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제자리 걸음이 아닌가 싶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법을 무시하고 허수아비 감리를 내세우거나 싸구려 자재를 사용해 적발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갈길이 멀다. 이미지 쇄신을 말하기 전에 신뢰 회복이 우선인 건설사도 점점 늘고 있다.

와우시민아파트 붕괴(1970년)와 성수대교붕괴(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등 20세기에 있던 대형 사고가 21세기에도 여전하다. 잊을만 하면 대형사고가 쏟아지고 있다. 광주와 인천을 넘어 전국에서도 안전은 물론 품질 관련 문제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설계와 달리 철근이 빠지는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게 작금의 현장이다.

건설업계를 취재하면서 많이 듣던 말 중 하나는 아파트 시공에서 기술적인 차별점이 사실 크지 않다는 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시공 기술은 일부 층간소음이나 그런 측면을 제외하고는 차별점을 찾기 힘들고 대부분 자잿값 문제다"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위해 고급 포장지를 챙기고 이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기보다는 알맹이인 안전과 기본 품질을 지키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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