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를 기다리는 빈집.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인천 부평구로 이사한 뒤 1년 간 살며 놀란 일이 하나 있다. 도시의 얼굴이 이다지도 다를 수 있다는 거다. 단지 내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밤에는 곳곳에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그러나 단지에서 벗어나 횡단보도만 건너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곳곳에 빈집이 있고 사람을 잃은 집들이 밤마다 역청빛으로 물든다. 낮에 잠깐 볕이 들었다가 밤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인구 소멸 시대 속 부동산 격차의 단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1분기 중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며 16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는 41개월 연속이다. 숫자로 설명할 것 없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만 벗어나더라도 인구 소멸의 단면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수도권이라고 상황이 평탄하지는 않다. 신도시가 들어선다면 인근 지역 인구가 줄어든다. 신도시로 사람이 몰리면서 주변 지역 인구는 빠져나간다. 일종의 돌려막기다. 중심도시로 사람이 모이면 주변 도시는 빈집만 늘어간다. 인구 증가 전환까지는 장기적인 과제이고 실현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인구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다. 이정도의 인구 감소 속도라면 서울 외곽지역에도 인구 소멸에 따른 다양한 부동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서울도 입지에 따라 주거 비용이 천지 차이가 된 지는 오래다. 많은 이들이 인구 증가를 위해서는 집값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서울 지역 집값 안정화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요원하다. 집값 안정화로 인구 감소 최소화를 이끌어내더라도 인구가 급증하지 않는 이상 서울에 대한 주거 수요는 확실할 거다. 국내보다 이미 30~40년은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 도쿄만 보더라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집값 안정화을 위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주거 비용 문제는 자녀 출생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고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방에 인프라를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쾌적한 생활이 가능한 인프라와 시설을 만들어 내고 해당 지역에서의 인구 증가를 유도하는 데 조금 더 역량을 집중하는 거다.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는 이에 대응한 적절한 개발 정책을 짜는 것도 중요하겠다. 토지주택연구원에서도 지방중소도시 인구감소 및 도시축소시대에 대응 연구에 나섰다. 도시 내부 공동화 및 외곽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해 도시규모적정화 계획 수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간구조도 재편과 함께 어떻게하면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낼 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이 측이 제시한 도시규모적정화 계획에는 업무와 상업, 행정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도시기유도구역과 주거지역, 공장 및 주거 생활근린시설을 품은 생산유도구역 등 3가지로 나누는 거다. 이를 도시공간구조인 도심과 지역거점, 생활거점과 적절하게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국토교통부도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구분해 도시계획을 짠다는 계획이다. 생활인구 개념을 적용하고 이를 고려한 기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생활권 계획의 법정계획화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대규모 인프라 조성이나 SOC 예산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동산 정책이 집값에 초점을 맞추는 것 외에도 저출산 상황 극복과 맞물린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인구 소멸, 맞춤형 부동산 정책 필요한 때

정지수 기자 승인 2023.06.09 11:06 | 최종 수정 2023.06.09 11:14 의견 0
철거를 기다리는 빈집. (사진=연합뉴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인천 부평구로 이사한 뒤 1년 간 살며 놀란 일이 하나 있다. 도시의 얼굴이 이다지도 다를 수 있다는 거다. 단지 내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밤에는 곳곳에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그러나 단지에서 벗어나 횡단보도만 건너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곳곳에 빈집이 있고 사람을 잃은 집들이 밤마다 역청빛으로 물든다. 낮에 잠깐 볕이 들었다가 밤에는 아무도 찾지 않는 그런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인구 소멸 시대 속 부동산 격차의 단면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81명을 기록했다. 1분기 중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며 16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태어난 아이보다 사망자 수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는 41개월 연속이다.

숫자로 설명할 것 없이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만 벗어나더라도 인구 소멸의 단면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수도권이라고 상황이 평탄하지는 않다. 신도시가 들어선다면 인근 지역 인구가 줄어든다. 신도시로 사람이 몰리면서 주변 지역 인구는 빠져나간다. 일종의 돌려막기다. 중심도시로 사람이 모이면 주변 도시는 빈집만 늘어간다.

인구 증가 전환까지는 장기적인 과제이고 실현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인구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다. 이정도의 인구 감소 속도라면 서울 외곽지역에도 인구 소멸에 따른 다양한 부동산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서울도 입지에 따라 주거 비용이 천지 차이가 된 지는 오래다. 많은 이들이 인구 증가를 위해서는 집값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서울 지역 집값 안정화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요원하다. 집값 안정화로 인구 감소 최소화를 이끌어내더라도 인구가 급증하지 않는 이상 서울에 대한 주거 수요는 확실할 거다. 국내보다 이미 30~40년은 앞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 도쿄만 보더라도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 집값 안정화을 위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주거 비용 문제는 자녀 출생을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고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국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방에 인프라를 조성할 필요성이 있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쾌적한 생활이 가능한 인프라와 시설을 만들어 내고 해당 지역에서의 인구 증가를 유도하는 데 조금 더 역량을 집중하는 거다.

소멸 위기를 겪는 지방에는 이에 대응한 적절한 개발 정책을 짜는 것도 중요하겠다. 토지주택연구원에서도 지방중소도시 인구감소 및 도시축소시대에 대응 연구에 나섰다. 도시 내부 공동화 및 외곽지역 난개발 방지를 위해 도시규모적정화 계획 수립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간구조도 재편과 함께 어떻게하면 효율적인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낼 지에 대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연구원이 측이 제시한 도시규모적정화 계획에는 업무와 상업, 행정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도시기유도구역과 주거지역, 공장 및 주거 생활근린시설을 품은 생산유도구역 등 3가지로 나누는 거다. 이를 도시공간구조인 도심과 지역거점, 생활거점과 적절하게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국토교통부도 대도시와 중소도시를 구분해 도시계획을 짠다는 계획이다. 생활인구 개념을 적용하고 이를 고려한 기반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생활권 계획의 법정계획화 추진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대규모 인프라 조성이나 SOC 예산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라도 정부의 관련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동산 정책이 집값에 초점을 맞추는 것 외에도 저출산 상황 극복과 맞물린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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