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슈퍼차저에서 테슬라 차량들이 충전을 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미국 내 전기차 충전 방식이 테슬라의 북미충전표준(NACS)으로 뭉치고 있다. GM과 포드 등 미국업체는 물론 벤츠 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 ‘슈퍼차저 동맹’에 합류했다.
현대차그룹은 고민에 빠졌다. NACS 충전 동맹에 참여하기도 안하기도 쉽지 않다. 참여하자니 테슬라의 충전인프라에 종속될 수 있고, 안하자니 소외될 수 있어서다.
10일 완성차와 전장부품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NACS 방식의 충전 인프라 동맹으로 인해 CCS(합동충전시스템) 방식을 쓰는 국내 업체들이 위기에 놓였다.
미국 내 전기차 1위가 테슬라인 상황에서 조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확대를 위해 테슬라의 NACS를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의 발판을 삼는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고속충전 시설인 슈퍼차저는 약 1만2000개 이상이다. 이는 북미 지역 전체 급속 충전 시설의 60%가량을 차지한다. 지난달 30일 미국 켄터키 주에선 충전기사업을 할 때 보조금을 받으려면 NACS를 도입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 전기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충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GM과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충전 방식을 NACS로 채택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충전 네트워크에 대한 직접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존 테슬라의 충전시설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 세단 ‘더 뉴 EQE’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유럽 완성차 기업들도 미국 내에서 NACS 방식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속속 밝히고 있다. 독일 기업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부터 NACS를 전면 채택하겠다고 발표했다. 리비안, 볼보, 폴스타도 여기에 동참을 선언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도 테슬라와 협상 중이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높다보니까 충전 인프라도 월등히 구축돼 있다”며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미국 내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테슬라의 충전 방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충전기 'E-pit'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문제는 현대차, LG전자 등 한국 완성차 기업과 충전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다. 현대차는 기존 CCS 방식을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삼고 충전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CCS 방식에서 충전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개발도 추진했다. 하지만 전 세계 표준이 NACS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충전 속도 부분에서 기존 방식(CCS)의 충전속도가 (테슬라의 충전기보다) 우월했다면 배터리 성능 기술 발달로 인해서 보강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테슬라 방식이 이용자들이 볼 때 사용하기 가볍고 유용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현대차가 당장에 CCS를 NACS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김 연구위원은 “현대차는 북미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를 하고 있어서 테슬라 충전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며 “유사한 다른 업체들과 연합을 한다든지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가 NACS 방식을 채택한다면 테슬라에 관련 서비스가 종속될 우려도 있다.
김흥수 현대차 GSO(세계전략부서) 담당 부사장은 지난달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를 이용하면 당장에는 많은 충전소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많은 데이터와 부가서비스 등이 테슬라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각 사가 가지고 있는 전기차 전략을 펼치는데 유리한지 등을 고객 입장에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시장 점유율 1위 SK시그넷의 충전 시설 (사진=SK시그넷)
국내 충전기 관련 기업들은 NACS를 병행 채택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SK시그넷은 NACS 커넥터를 적용한 제품을 올해 안에 제공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초급속 충전시장 점유율 1위다.
충전기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한 LG전자도 충전기 사업 초기인 가운데 NACS 도입 가능성이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업 초기라서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 시장을 놓고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