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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수입차 리콜 비율이 높은 상황이 수입차에 대한 불안과 질책보다는 국산차의 리콜 장벽이 높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는 20일, 한국지엠과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등에서 제작 또는 수입 판매한 32개 차종 2만 1452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론 대다수는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10% 미만임에도 리콜 비율은 훨씬 많은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수입차만 유독 결함이 많아서라기보다는 수입차가 운전자들의 불편 사항을 적극 인지하고, 결함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수입 명품차 리콜 비율이 4대당 1대꼴이었던 지난 7월, 국산차 리콜 대수는 100대당 1대꼴인 점을 언급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번 리콜을 실시하는 수입차 차종들의 리콜 사유가 후방카메라 모니터 화면 화질 문제, 냉각수 펌프 공급용 배선 불량 등 문제들이라는 점,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리콜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들어 수입차들이 고객 안전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산차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같은 분위기는 왜 형성된 걸까.
이번 국토부를 통해 알려진 수입차 리콜 사유들은 다음과 같다. 한국지엠에서 제작 판매한 올뉴 말리부 차종 1만 5631대는 연료분사 관련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배열 순서가 바뀌어 주행 중 시동꺼짐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에 들어간다.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 캐딜락 135대는 보조브레이크 부스팅 기능이 제동시 정차 시점에서 적절히 작동하지 않아 페달이 무겁게 느껴지거나 제동거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에 나선다. 캐딜락 공식서비스센터에서 18일부터 무상으로 수리를 진행 중이다.
한국닛산에서 수입 판매한 QX60 등 6개 차종 1471대는 변속기를 후진으로 변경하더라도 후방카메라 모니터에 화면이 흐릿하게 표시돼 후진 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어 리콜에 들어가며 지난 14일부터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무상 수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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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수입 판매한 E200 등 16개 차종 4066대는 5가지 리콜을 시행한다. E 200 등 9개 차종 3462대는 조향기어 잠금 너트 불량으로, CLS 450 4MATIC 488대는 냉각수 펌프 전원 공급용 배선 설치 불량이다. AMG GT S 등 2개 차종 107대는 탄소 섬유 구동축과 엔진 또는 트랜스미션 연결부 접착 불량이며 AMG C 43 4MATI 등 3개 차종 6대는 우측 타이로드가 스티어링 너클에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결함으로 확인됐다. EQC 400 4MATIC 3대(판매전)는 운전석 에어백 모듈 잠금 너트 체결 불량으로 리콜한다. 전국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공식서비스센터는 오는 25일부터 무상 수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외에 다임러트럭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스프린터 중형화물 등 2개 차종 90대는 부품 공급 업체의 착오로 퓨즈 박스 내 에어서스펜션용 에어컴프레셔 연결 전기배선이 기준 용량 이하로 공급돼 과부하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발견돼서, 스프린터 중형승합 33대에서는 차량 후드 상단걸쇠의 나사체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행 중 전방 후드가 열리고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확인돼 리콜을 시행한다.
BMW코리아서 수입 판매한 X4 xDrive20i 등 5개 차종 26대는 스위블베어링의 강도 부족으로 베어링이 파손되고 이 때문에 차량의 조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리콜에 들어간다.
이같은 이유들로 리콜을 실시한다는 발표가 나온 후 여론 대다수는 이 차종들의 안정성에 대해 논하기보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시 외국계기업 빠른 대응 칭찬한다" "리콜이 나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는데 리콜을 안하면 그게 더 문제" "국산차 모 기종 스프링 부러지는데 리콜 안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팔기만 하면 끝"이라는 등 오히려 화살을 국내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8월,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 리콜 자료가 발표됐을 때에도 여론은 이번과 다르지 않은 반응을 내놨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송석준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산차와 수입차 각 5개 브랜드의 리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국산차의 리콜 비율은 수입차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일례로 럭셔리카로 통하는 포르쉐의 경우 지난 7월까지 판매한 2만 7000대 중 26%인 7000대를 리콜했다. 소프트웨어 결함, 변속 레버 관련 부품 내구성 문제, 변속 레버 관련 부품 문제 등이 이유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6%, 페라리 등을 파는 에프엠케이는 9%였는데 이에 비해 현대차·기아차·쌍용차·르노삼성 등은 모두 1% 이하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외제차를 산 소비자가 결함을 고치느라 불편을 겪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정반대였다. 당시에도 "똑같은 결함이라도 해주지 않을 것" "해외는 해당 부위 통째로 교환, 한국은 부품만 교환" "리콜을 안해주는 걸 왜 리콜할 게 없다는 정신승리 식으로 풀어내나"는 등 비아냥이 대수였다.
그 배경에는 국산차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차의 줄 잇는 리콜 사태에 오히려 국산차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른 것에 대해 "그간 국산차에 대한 신뢰도가 수입차에 비해 낮았던 인식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을 테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해진 차에 국산차 각 기종 커뮤니티 등에서 오가는 갖은 불편 사항 및 우려점들에 대해 국산차 업계의 피드백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 "현 시점에서 볼 때 국산차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문제제기에 무조건 반박하거나 제품 결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기보다 소비자들의 문제제기에 좀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자동차의 제작 결함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자동차리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상시로 해당 차량의 리콜대상 여부와 구체적인 제작결함 사항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