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진돗개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삼성)
시각장애인의 길잡이 역할을 한 삼성 안내견학교 사업이 30주년을 맞으면서 삼성가(家)의 ‘동말 사랑’이 연일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진돗개(진도개) 순종을 보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과거 1960년대 말 진도를 찾아 멸종 위기에 몰렸던 진돗개 30마리를 구입에 직접 나섰다.
진돗개는 당시 한국에선 천연기념물 53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지지 못했다. 또한 태생이 한국이라는 것도 인정받지 못했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세계 견종 협회에서 진돗개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증명해 주지 않았다”며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에서서다. 그 사실을 알고 곧바로 진도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장터에도 가고 순종이 있다는 이집 저집을 찾아 30마리를 사왔다”고 적었다. 순종 진돗개 보존에 직접 나선 것.
그는 “사육사와 하루 종일 같이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를 수소문해서 조언을 받아가며 순종을 만들어내려고 했다”며 “처음 들여온 30마리가 150마리로 늘어날 때쯤 순종 한 쌍이 탄생했다”고 썼다.
이 선대회장은 10여년의 노력으로 순종 1쌍을 만들어냈다. 진돗개 300마리를 키우며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놨다. 1975년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었다. 당시로선 파격이었던 대형 냉장고 경품을 내걸기도 했다.
진돗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활동도 직접 추진했다. 이 선대회장은 1979년 일본에서 열린 ‘세계견종종합전시대회’에 진돗개 암수 1쌍을 직접 가져가서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진돗개는 1982년 ‘세계견종협회’에 원산지를 등록할 수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05년 크러프츠 도그쇼에서 진돗개를 선보이는 모습 (사진=삼성)
이 선대회장은 한국이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인 해외의 시선을 해소하는 데에도 나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동물보호협회(WSPA)와 국제동물복지기금(IFAW)은 항의 시위를 계획하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 광고를 게재했다. 이를 통해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비판하려는 것이었다.
이에 이 선대회장은 IFAW 임원진을 서울로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견학시키며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선대회장은 그의 에세이에서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킴으로써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죄없는 동심들이 상처를 입지 않게 하고, 부수적으로 관련 사업을 활성화해 경제 성장에 일익을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의 노력은 애견 관련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영국 왕실은 이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과 애견 문화 확산에 대한 공로를 인정해 이 선대회장에게 개를 선물하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