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KB가 리딩금웅그룹 됐다는 안도감을 느낌과 함께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 회장직을 맡아 9년간 그룹을 이끌고 마침표를 찍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퇴임 두달 여를 앞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150여명 기자 앞에서 윤 회장은 진솔한 견해를 드러내며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 "지배구조에는 답 없다...체질에 맞게 개발해야" 먼저 윤 회장은 처음 회장에 취임했던 2014년 12월 당시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주위에서도 축하보단 우려섞인 반응이 더 많았다”는 게 윤 회장의 기억이다. “역대 어느 은행도 2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간 사례가 없었기에 비관적으로 바라본 시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단단한 고객을 기반으로 한 저력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의 이같은 신뢰와 경영 성과로 인해 KB국민은행은 윤 회장 취임 3년이 안돼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그렇게 첫 임기에서 KB국민은행의 위상을 회복한 윤 회장의 두번째 임기 목표는 ‘리딩금융그룹’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기간동안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비은행 부분을 획기적으로 강화했고 마지막 임기를 통해 탄탄한 경영승계절차를 구축함으로써 윤 회장의 3가지 과제는 완성됐다.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경영승계절차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한 끝에 모범적 회장 추천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지배구조에는 답이 없습니다. 각 회사의 상황과 문화적 차이, 제약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체질에 맞는 고유의 것을 개발하고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KB금융도 그런 부분에서 과거 흑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회사보다 신경쓴 게 사실입니다. CEO의 주요 책무는 좋은 성과를 내고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것, 그리고 두번째가 좋은 후임 경영자가 나올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사회와 더 긴밀히 소통하며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 "금융의 삼성" 외쳤지만 씁쓸함 남아 물론 윤 회장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돼 버렸다. “우리가 리딩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세계 순위로는 60위권이라는 현실에 굉장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우리 경제규모가 10위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상당한 자괴감이 듭니다.” 이는 개별회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책당국의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은행업이 자본 비즈니스임을 감안했을 때 자본 규모가 20위권에 진입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2.5배는 늘려야 근접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개별 회사의 노력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금융의 삼성’이라는 말을 제가 가장 먼저 썼는데 그 말을 처음 썼던 20년 전과 지금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보면 씁쓸한 부분이 있습니다. 개별 은행과 그룹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한지, 정책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또한 KB국민은행의 ‘아픈 손가락’인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인수 당시 빠르게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기존 전산시스템을 선전 시스템으로 재정비해 기존 갖고 있던 연금 등의 강점을 살리며 더 강한 은행을 만든겠다는 목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부실채권은 오히려 확대되고 IT 작업도 대면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지연됐습니다. 부실채권 청산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IT 시스템 재투자는 내년 6월 완료될 것입니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함께 진출해 있는 만큼 ‘One KB’로서, 원스탑서비스 토탈솔루션을 제공해 현지 은행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 금융회사 직원들, 주인의식 갖고 일해야 아울러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융회사의 잇딴 금융사고와 관련해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윤 회장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가) 3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저희가 남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 금융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내부통제제도를 운영하는데 감독 기능과 견제 기능 등이 있는데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게 직원들의 정직과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내돈인 것처럼 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앞으로도 내부통제 제도를 정비 및 보완하고 직원들의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더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윤 회장은 회장직 진퇴를 결정한 시기에 대해 ”3연임 시작 당시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회장은 “주요 계열사가 단단한 운영체계를 준비시키는 것까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 당시 마음이 굳어져 있었다”면서 “진퇴는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므로 미리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끝으로 윤 회장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에 대해 당부의 말도 이어갔다. “양 내정자는 20년간 은행에 계시면서 은행 경험도 충분히 했고 모든 부분에서 경험을 갖고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잘할 것입니다. 특히 손해보험을 직접 경영하고 M&A를 주도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경험과 연륜이 있어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분입니다. 지금까지 9년간 KB와 저를 도와주셨듯이 앞으로도 KB와 양 내정자를 위해, 또 한국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노란넥타이’ 윤종규 KB금융회장, 마지막까지 ‘모범답안’ 보였다

'리딩뱅크', '리딩금융그룹', '경영승계절차' 3연임 목표 다 이뤘다
글로벌 경쟁력 부진은 아쉬움 남아...금융사고 발생에는 "부끄럽다"
"진퇴 결정, 3연임 시작때 이미 결정, 양종희 내정자 잘할 것"

박민선 기자 승인 2023.09.25 12:19 | 최종 수정 2023.09.25 14:03 의견 0

“돌아보면 KB가 리딩금웅그룹 됐다는 안도감을 느낌과 함께 가장 보람된 일로 생각한다”

회장직을 맡아 9년간 그룹을 이끌고 마침표를 찍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퇴임 두달 여를 앞둔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150여명 기자 앞에서 윤 회장은 진솔한 견해를 드러내며 마지막 소감을 전했다.


■ "지배구조에는 답 없다...체질에 맞게 개발해야"

먼저 윤 회장은 처음 회장에 취임했던 2014년 12월 당시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주위에서도 축하보단 우려섞인 반응이 더 많았다”는 게 윤 회장의 기억이다.

“역대 어느 은행도 2위에서 다시 1위로 올라간 사례가 없었기에 비관적으로 바라본 시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단단한 고객을 기반으로 한 저력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의 이같은 신뢰와 경영 성과로 인해 KB국민은행은 윤 회장 취임 3년이 안돼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아왔다.

그렇게 첫 임기에서 KB국민은행의 위상을 회복한 윤 회장의 두번째 임기 목표는 ‘리딩금융그룹’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했다. 이 기간동안 KB금융은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함으로써 비은행 부분을 획기적으로 강화했고 마지막 임기를 통해 탄탄한 경영승계절차를 구축함으로써 윤 회장의 3가지 과제는 완성됐다.

“이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경영승계절차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한 끝에 모범적 회장 추천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지배구조에는 답이 없습니다. 각 회사의 상황과 문화적 차이, 제약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체질에 맞는 고유의 것을 개발하고 육성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KB금융도 그런 부분에서 과거 흑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회사보다 신경쓴 게 사실입니다. CEO의 주요 책무는 좋은 성과를 내고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의 토대를 만드는 것, 그리고 두번째가 좋은 후임 경영자가 나올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사회와 더 긴밀히 소통하며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습니다.”

■ "금융의 삼성" 외쳤지만 씁쓸함 남아

물론 윤 회장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순 없다. 특히 글로벌 무대에서의 경쟁력 강화는 끝내 이루지 못한 꿈이 돼 버렸다.

“우리가 리딩금융그룹이라고 하지만 세계 순위로는 60위권이라는 현실에 굉장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우리 경제규모가 10위권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비슷한 수준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상당한 자괴감이 듭니다.”

이는 개별회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책당국의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게 윤 회장의 생각이다. “은행업이 자본 비즈니스임을 감안했을 때 자본 규모가 20위권에 진입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2.5배는 늘려야 근접할 수 있는데 이것이 개별 회사의 노력으로 가능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

“‘금융의 삼성’이라는 말을 제가 가장 먼저 썼는데 그 말을 처음 썼던 20년 전과 지금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보면 씁쓸한 부분이 있습니다. 개별 은행과 그룹 차원에서 해결이 가능한지, 정책당국과 함께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또한 KB국민은행의 ‘아픈 손가락’인 부코핀 은행의 정상화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인수 당시 빠르게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취약한 기존 전산시스템을 선전 시스템으로 재정비해 기존 갖고 있던 연금 등의 강점을 살리며 더 강한 은행을 만든겠다는 목표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부실채권은 오히려 확대되고 IT 작업도 대면 작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지연됐습니다. 부실채권 청산은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IT 시스템 재투자는 내년 6월 완료될 것입니다. KB증권과 KB자산운용 등 계열사들이 함께 진출해 있는 만큼 ‘One KB’로서, 원스탑서비스 토탈솔루션을 제공해 현지 은행보다 뛰어난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 금융회사 직원들, 주인의식 갖고 일해야

아울러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금융회사의 잇딴 금융사고와 관련해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윤 회장은 “(경남은행 횡령 사고가) 3000억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저희가 남 얘기할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 금융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내부통제제도를 운영하는데 감독 기능과 견제 기능 등이 있는데 그 전에 가장 중요한 게 직원들의 정직과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내돈인 것처럼 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윤 회장은 “앞으로도 내부통제 제도를 정비 및 보완하고 직원들의 윤리의식에 대해서도 더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윤 회장은 회장직 진퇴를 결정한 시기에 대해 ”3연임 시작 당시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 회장은 “주요 계열사가 단단한 운영체계를 준비시키는 것까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 당시 마음이 굳어져 있었다”면서 “진퇴는 본인이 결정할 부분이므로 미리 결정하고 실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끝으로 윤 회장은 양종희 KB금융 회장 내정자에 대해 당부의 말도 이어갔다.

“양 내정자는 20년간 은행에 계시면서 은행 경험도 충분히 했고 모든 부분에서 경험을 갖고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잘할 것입니다. 특히 손해보험을 직접 경영하고 M&A를 주도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경험과 연륜이 있어 은행과 비은행이라는 양날개를 잘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한 분입니다. 지금까지 9년간 KB와 저를 도와주셨듯이 앞으로도 KB와 양 내정자를 위해, 또 한국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성원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