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 지난해 10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계열사 직원의 '끼임 사망' 이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말이었다. 그로부터 1년. 허 회장의 '말의 무게'가 점점 빛을 바래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강조한 재발방지 약속에도 지난 23일 같은 공장에서 또 '끼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지현 생활경제 부장. 기시감마저 든다.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부터 지난 1년간 SPC에서 손가락 등 '끼임 사고'가 언론에 알려진 것만 총 5건. 사고는 지속됐고, 근로자들은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했던 다짐했던 재발 방지와 안전경영 시스템 강화란 '회장님의 약속'은 결국 말뿐이었던 셈이다. '국정감사 출석'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허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SPC그룹 계열사에서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 때문에 오는 26일 열리는 환노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지난 2017년과 2021년 각각 '제빵기사 불법파견' 이슈로 환노위로부터 국감에 호출됐지만 1차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최종명단에서 제외되길 반복해왔다. '끼임 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지난해에도 강동석 SPL 전 대표를 국감장에 대신 올렸다. 그간의 행보를 비춰볼때 올해도 이 같은 결정이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회사 경영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회장님'의 책임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황에도 '중대재해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왜 개선되지 않는지' 실상을 밝히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파리바게뜨의 사업 확장 길을 택한 그의 결정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물론 'K-푸드 세계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SPC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가 반복되는 현시점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잠재적 사고 피해자인 근로자들과 수천명의 국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본사측 계열사 문제로 인해 국민 원성이 빗발치고,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어려움을 겪음에도 "국민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말을 아꼈던 피해자들이기도 하다. 과연 앞으로도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허 회장의 진정어린 태도를 볼 기회가 오기는 할까. 통상 '회장'이란 직함에는 그룹 전반의 결정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책임과 무게가 실린다. 권한과 책임의 무게가 균형을 잡아야 가업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허 회장이 지난해 직접 보인 사과와 개선책이 '경영진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이란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올해만큼은 과감히 국감 증언대에 올라야 한다.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의와 질타를 받을지언정 반복되는 사고 원인을 밝혀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진정성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빵에 진심이었던 허 회장의 지난 30년 의지와 뚝심으로 이룩한 '글로벌 파리바게뜨' 신화마저 퇴색될 수 있다.

[데스크칼럼] 반복되는 안전사고 원인, 허영인 SPC 회장이 답해야한다

전지현 기자 승인 2023.10.24 17:57 | 최종 수정 2023.10.25 08:28 의견 0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

지난해 10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계열사 직원의 '끼임 사망' 이후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말이었다. 그로부터 1년. 허 회장의 '말의 무게'가 점점 빛을 바래고 있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서 강조한 재발방지 약속에도 지난 23일 같은 공장에서 또 '끼임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지현 생활경제 부장.

기시감마저 든다. 지난해 10월 SPL 평택공장 사망 사고가 발생한 후부터 지난 1년간 SPC에서 손가락 등 '끼임 사고'가 언론에 알려진 것만 총 5건. 사고는 지속됐고, 근로자들은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했던 다짐했던 재발 방지와 안전경영 시스템 강화란 '회장님의 약속'은 결국 말뿐이었던 셈이다.

'국정감사 출석'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허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SPC그룹 계열사에서 잇달아 발생한 중대재해 때문에 오는 26일 열리는 환노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지난 2017년과 2021년 각각 '제빵기사 불법파견' 이슈로 환노위로부터 국감에 호출됐지만 1차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최종명단에서 제외되길 반복해왔다. '끼임 사고'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지난해에도 강동석 SPL 전 대표를 국감장에 대신 올렸다.

그간의 행보를 비춰볼때 올해도 이 같은 결정이 예상되긴 했다. 하지만 그 어느때보다 회사 경영의 실질적 권한을 가진 '회장님'의 책임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황에도 '중대재해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왜 개선되지 않는지' 실상을 밝히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 파리바게뜨의 사업 확장 길을 택한 그의 결정은 실망스럽기만 하다.

물론 'K-푸드 세계화'도 중요하다. 그러나 SPC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문제가 반복되는 현시점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잠재적 사고 피해자인 근로자들과 수천명의 국내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이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지난해 본사측 계열사 문제로 인해 국민 원성이 빗발치고,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어려움을 겪음에도 "국민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말을 아꼈던 피해자들이기도 하다.

과연 앞으로도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허 회장의 진정어린 태도를 볼 기회가 오기는 할까. 통상 '회장'이란 직함에는 그룹 전반의 결정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책임과 무게가 실린다. 권한과 책임의 무게가 균형을 잡아야 가업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다.

허 회장이 지난해 직접 보인 사과와 개선책이 '경영진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이란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올해만큼은 과감히 국감 증언대에 올라야 한다. 의원들의 강도 높은 질의와 질타를 받을지언정 반복되는 사고 원인을 밝혀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진정성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빵에 진심이었던 허 회장의 지난 30년 의지와 뚝심으로 이룩한 '글로벌 파리바게뜨' 신화마저 퇴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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