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내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4’에 참가해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정기선 사장이 그룹 비전인 ‘바다 대전환’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최근 승진하면서 HD현대그룹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약 2년여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선박, 수소 등 미래 먹거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정주영 회장·정몽준 이사장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서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한 후 미국 유학을 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서 경험을 쌓고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해 그룹의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참여는 약 3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자, 해봤어!’라며 실행력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중동신화 등을 일으켰던 그의 조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끈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을 해왔다. 정 이사장은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했다. 이제 다시 정기선 부회장이 오너 일가로서 경영에 직접 나선 것이다. ■ MZ 감성 담아 HD현대 사명 변경…수소 가치사슬·제2의 중동신화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HD현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MZ세대인 그는 조선·건설기계 등 제조업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감성을 입히는 데 기여했다. 지주사 공식 명칭도 지난해 2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바꿨다. 계열사들도 모두 사명의 앞 글자에 이 명칭을 달아서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에도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수소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그룹 계열사들이 연계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과 저장, 활용까지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과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증진시켜 ‘제2의 중동신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유 부분에서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수소·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계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과 고압차단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건설로 관련 건설기계 등에서 지속적인 협력과 수주가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 정기선 회장, 조선분야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본격 경쟁 구도 정 부회장은 조선 분야에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본격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 부회장은 사장 직함으로 김 부회장과 비교 대상이 되곤 했는데, 이젠 직함까지 같아졌다. 조선 분야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하며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HD현대는 퓨처 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선 분야 등에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 기술들을 바탕으로 조선사에 그치지 않고 ‘미래 개척자(퓨처 빌더)’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내년 초에도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서서 지멘스나 나스닥, 월마트 등 글로벌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로봇과 디지털전환, 친환경 선박, 수소 등 그룹의 첨단 미래기술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내년엔 양사 모두 7조8000억원대로 예상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을 앞두고 경쟁 구도가 격화될 전망이다. ■ ‘일하고 싶은 회사’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써 정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를 통해 정 부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과 포토부스 제공,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 개최 등 다양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을 비롯해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열전] HD현대 정기선, 부회장 승진에 경영 승계 ‘속도’

정주영 회장·정몽준 이사장 이어 ‘책임경영’…수소 등 미래 전략에 제2의 중동신화까지

손기호 기자 승인 2023.11.14 15:39 의견 0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내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CES 2024’에 참가해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정기선 사장이 그룹 비전인 ‘바다 대전환’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HD현대)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최근 승진하면서 HD현대그룹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10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후 약 2년여 만에 부회장에 올랐다. 그는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선박, 수소 등 미래 먹거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정주영 회장·정몽준 이사장 이어 경영 전면에 나서

정 부회장은 1982년생으로,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한 후 미국 유학을 했다. 이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서 경험을 쌓고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해 그룹의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참여는 약 30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임자, 해봤어!’라며 실행력을 강조하며 대한민국 중동신화 등을 일으켰던 그의 조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끈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을 해왔다. 정 이사장은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했다. 이제 다시 정기선 부회장이 오너 일가로서 경영에 직접 나선 것이다.

■ MZ 감성 담아 HD현대 사명 변경…수소 가치사슬·제2의 중동신화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 2021년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HD현대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등판했다. MZ세대인 그는 조선·건설기계 등 제조업의 무겁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감성을 입히는 데 기여했다.

지주사 공식 명칭도 지난해 2월부터 현대중공업그룹에서 ‘HD현대’로 바꿨다. 계열사들도 모두 사명의 앞 글자에 이 명칭을 달아서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전략에도 나서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수소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그룹 계열사들이 연계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과 저장, 활용까지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과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를 증진시켜 ‘제2의 중동신화’를 일으키고 있다. 정유 부분에서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수소·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직접 만나 양자 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달 초엔 계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과 고압차단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우디의 네옴시티 건설로 관련 건설기계 등에서 지속적인 협력과 수주가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왼쪽)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각 사)

■ 정기선 회장, 조선분야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본격 경쟁 구도

정 부회장은 조선 분야에서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본격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 부회장은 사장 직함으로 김 부회장과 비교 대상이 되곤 했는데, 이젠 직함까지 같아졌다. 조선 분야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선언하며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HD현대는 퓨처 빌더로서 바다의 근본적 대전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인류 영역의 역사적 확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성장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조선 분야 등에서 친환경과 디지털 전환 기술들을 바탕으로 조선사에 그치지 않고 ‘미래 개척자(퓨처 빌더)’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셈이다.

내년 초에도 ‘CES 2024’ 기조연설자로 나서서 지멘스나 나스닥, 월마트 등 글로벌 CEO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예정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로봇과 디지털전환, 친환경 선박, 수소 등 그룹의 첨단 미래기술에 대해 소개할 계획이다.

특히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내년엔 양사 모두 7조8000억원대로 예상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전을 앞두고 경쟁 구도가 격화될 전망이다.

■ ‘일하고 싶은 회사’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써

정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50주년 기념 비전 선포식 행사를 통해 정 부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새로운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HD현대는 자녀 유치원비 지원, 직장 어린이집 개원, 유연근무제 도입, 임직원 패밀리 카드, 사내 결혼식장 무료 지원과 포토부스 제공,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문화 행사 개최 등 다양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을 비롯해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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