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의 거액자산가 전문 특화 서비스인 '클럽원'이 급작스럽게 수장을 교체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조단위 고객 자산을 유치하며 거액 자산가 시장에서 클럽원의 입지를 구축해온 책임자가 갑자기 중징계를 받고 직위해제되면서다. 증권가 안팎에선 내부통제 이슈와 관련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는다.

■ 클럽원 ‘총 지휘자’, 수익으로 고객 신뢰 쌓아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전병국 하나금융그룹 삼성동 클럽원 센터장(부사장)을 직위해제 조치하고 후임으로 강용수 상무를 발령했다.

전 전 부사장은 지난 2017년 당시 하나금융투자가 클럽원 본부를 신설하던 당시부터 조직 구축과 투자 네트워크 확대 등을 도맡아온 인물이다. 특히 새로운 투자 상품을 발굴하고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업계에선 ‘클럽원=전병국’으로 통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했다. 전 전 부사장은 최근 하나금융그룹이 강조하고 있는 VVIP 브랜드화를 위해 프라이빗뱅커(PB)들을 대상으로 직접 강연에 나서는 등 투자 노하우를 전수하는데도 주력했다.

그의 사내 입지도 상당했다는 전언이다. 당시 삼성동 랜드마크 빌딩을 리모델링해 오픈하는 데 투자한 금액만 500여억원. 스피커 장비에만 5억원이 넘는 금액을 쏟는 등 그야말로 초호화 복합금융점포로 출범했다. 이를 두고 하나은행을 비롯해 그룹 내부와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마찰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하나대투증권 사장 시절 전 전 부사장을 눈여겨 봤던 당시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등 안팎의 비호세력이 상당한 배경이 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전 전 부사장은 클럽원 본부장으로 PB영입부터 상품 개발, 고객 관리 등 클럽원의 모든 업무를 결정하고 진두지휘할 수 있었다는 것.

실제 삼성 클럽원은 출범 이후 거액자산가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세를 확장해갔다. 초기부터 차별화된 투자 상품과 성과를 내놓으면서 개점 1년 만에 고객 자산이 4조5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불어났고 이후 차별화된 투자 상품 하우스로 입소문이 나면서 거액자산가들이 줄지어 찾는 하우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비상장주식 투자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난 2021년 6월 상장한 크래프톤은 클럽원 고객들에게 상당한 수익을 안긴 빅딜로 꼽힌다. 당시 클럽원 고객들이 투자한 170억원은 7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회수, 역대급 성과로 회자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 이전의 크래프톤을 통해 투자자들이 몇배의 이익을 거뒀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고객 유입이 더욱 빨라졌었다”며 “당시 딜은 전 전 부사장이 주도했던 것으로, 고객들이 그에 대해 갖는 신뢰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 비상장투자 등 고객 자산관리 적정성 문제 발각

업계에선 전 전 부사장의 업력과 그간의 성과 등을 감안할 때 회사가 돌연 그를 직무해제한 자체가 심상치 않은 문제가 있었음을 내포하는게 아니냐는 시선을 내비친다.

클럽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거액자산가 시장 특성상 PB의 투자성과 이력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투자 결정에 상당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클럽원의 강점이자 약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전 전 부사장이 비상장투자를 비롯해 다양한 투자 상품을 발굴하고 팔았는데 이를 본사 시스템이 아닌 클럽원이 자체적으로 관리하면서 투자 자산들의 적정한 가치 산정과 고객 계좌관리 등에서 문제들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하나증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전 전 부사장이 고객을 유치해 계좌를 관리하고 인센티브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PB들과 잡음도 꽤 있었다. 이로 인해 내부 감사가 진행됐고 예기치 않은 문제들이 발견된 것으로 안다. 현재도 내부 감사가 진행 중이다”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