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좌측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진=각사. 2024년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 기회', '성장', '수익성'을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물가 속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매해 반복되는 신년사지만, 올해는 유독 길어지는 경기침체와 소비패러다임 변화로 매서운 한파 직격탄을 맞고 있는 그룹별 먹그룹이 신년사 곳곳에 묻어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 기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위기 속 기회는 신 회장이 매년 강조해 온 단어다. 그러나 달라진 점은 '선제적'이란 명제다. 신 회장은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에 의한 위기로 위축되지 말 것을 강조하고 2022년엔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통한 혁신을, 지난해엔 혁신으로 틀을 깨 롯데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주문한 반면, 올해는 선제적인 기회 마련을 지시했다. 롯데가 지난해 소비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로 전방위적인 계열사별 희망퇴직 광풍이 거셌던 만큼, 올해는 재도약을 향한 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회장은 다가올 인구 변화와 기후 문제에 따른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인공지능) 일상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시대적 흐름을 미리 읽고 각자 위치에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과거에도 가장 빠르게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내부적 변화를 독려하곤 했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의 아마존'을 내세우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쇼핑 체계 '옴니 채널 쇼핑'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유통업계 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고 나왔었다. 하지만 '형제의 난' 등으로 인한 경영공백으로 내부적 변화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사이 경쟁자들보다 대응이 늦어지고 말았다. 이 때문인지 신 회장은 선제적 기회 마련을 위해선 사업 구조도 개편하겠단 의지도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은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돌입,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예년보다 더 절박해진 유통家, 배경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제시한 경영 화두는 '수익성'이다. 정 부회장은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우자"고 말했다. 그간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도전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실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대놓고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의 양대 축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지속적으로 실적이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 내 경영 위기감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놨고, 이를 염두한 듯 계열사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조기 단행했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전략실 회의를 주재하며 이례적으로 '질책', '무거운 책임', '강도높은 쇄신' 등의 강한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더욱이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단 한 클릭의 격차'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그룹내 새로운 사업을 주도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왔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만큼은 '쿠팡'에게 유통왕좌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실책으로 남으면서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견고한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한다"고 전했다. 맏형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그룹이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는 절박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손 회장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CJ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직면한 상태다. 주된 원인은 대외환경 악화에 있었으나 손 회장은 현실안주와 자만심이란 단어를 꺼내들며 내부적 문제에서 기인했음을 분명히했다. CJ그룹이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경식 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온리원 정신 재건을 통해 압도적 1등, 초격차 1등을 달성하고 목표 달성 시에도 '겸허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새롭게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는 기본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타 총수들과 달리 '성장'이란 단어를 화두로 제시했다. 특히 '성장'을 재차 당부했다. 정 회장은 2024년 신년사를 통해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Growth Mechanism)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완료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올해부터 지주사 전환체제에 따른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비하고 사업안정화와 효율성을 입증해야할 시험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룹은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완성하면서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까지 발표한 상태다. 다행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여타 유통그룹들과 달리 현재까지 상황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 현대서울은 2년 9개월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현대리바트는 올해 사무 가구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할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정지선 회장은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구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 계열사별로 처해있는 사업환경과 역량, 자원에 매몰된 통념을 버리고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비즈니스의 변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신년사로 본 유통 빅4 경고음…'기회'vs'수익성'vs'성장'

AI 일상화 시대 주목하는 신동빈 회장, '선제적 기회 마련' 당부
新사업에서 본업으로 눈돌린 정용진 부회장, '수익성' 강조
초유의 위기감 드러낸 손경식 회장, '겸허한 기본 자세' 주문
정지선 회장, '성장'으로 지주사체체 시험대 입증

전지현 기자 승인 2024.01.02 16:43 | 최종 수정 2024.01.02 17:53 의견 0
(사진 좌측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사진=각사.


2024년 주요 유통 대기업 총수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 기회', '성장', '수익성'을 새해 경영 키워드로 내세웠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물가 속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매해 반복되는 신년사지만, 올해는 유독 길어지는 경기침체와 소비패러다임 변화로 매서운 한파 직격탄을 맞고 있는 그룹별 먹그룹이 신년사 곳곳에 묻어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 기회'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위기 속 기회는 신 회장이 매년 강조해 온 단어다. 그러나 달라진 점은 '선제적'이란 명제다. 신 회장은 2021년의 경우 코로나19에 의한 위기로 위축되지 말 것을 강조하고 2022년엔 실패하더라도 도전을 통한 혁신을, 지난해엔 혁신으로 틀을 깨 롯데만의 차별적 성공 방식을 주문한 반면, 올해는 선제적인 기회 마련을 지시했다.

롯데가 지난해 소비 위축에 따른 실적 악화로 전방위적인 계열사별 희망퇴직 광풍이 거셌던 만큼, 올해는 재도약을 향한 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회장은 다가올 인구 변화와 기후 문제에 따른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넘어 AI(인공지능) 일상화 시대가 도래하고 있으니 시대적 흐름을 미리 읽고 각자 위치에서 빠른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신 회장은 과거에도 가장 빠르게 시대적 변화를 감지하고 내부적 변화를 독려하곤 했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의 아마존'을 내세우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쇼핑 체계 '옴니 채널 쇼핑'을 강화한다는 구상을 유통업계 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고 나왔었다. 하지만 '형제의 난' 등으로 인한 경영공백으로 내부적 변화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사이 경쟁자들보다 대응이 늦어지고 말았다.

이 때문인지 신 회장은 선제적 기회 마련을 위해선 사업 구조도 개편하겠단 의지도 드러냈다. 신동빈 회장은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돌입,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는 압도적 우위의 핵심 역량을 가진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예년보다 더 절박해진 유통家, 배경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제시한 경영 화두는 '수익성'이다. 정 부회장은 "조직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존재하고 기업은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기본 명제를 다시 한번 바로 세우자"고 말했다. 그간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도전의식을 강조하면서도 실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대놓고 드러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의 양대 축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지속적으로 실적이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 내 경영 위기감이 커졌다는 평가를 내놨고, 이를 염두한 듯 계열사 대표이사 40%를 교체하는 역대급 물갈이 인사를 조기 단행했다. 이후에도 정 부회장은 전략실 회의를 주재하며 이례적으로 '질책', '무거운 책임', '강도높은 쇄신' 등의 강한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더욱이 정 부회장이 신년사에서 '단 한 클릭의 격차'를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그동안 정 부회장은 그룹내 새로운 사업을 주도하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왔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만큼은 '쿠팡'에게 유통왕좌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실책으로 남으면서 본업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 마련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기업 활동의 본질은 사업 성과를 통해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재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의 수익 기반이 견고한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미래 신사업 진출 역시 수익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한다"고 전했다.

맏형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그룹이 초유의 위기상황에 직면했다는 절박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손 회장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최고가 되겠다는 절실함,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실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CJ그룹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 직면한 상태다. 주된 원인은 대외환경 악화에 있었으나 손 회장은 현실안주와 자만심이란 단어를 꺼내들며 내부적 문제에서 기인했음을 분명히했다. CJ그룹이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손경식 회장은 "진정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온리원 정신 재건을 통해 압도적 1등, 초격차 1등을 달성하고 목표 달성 시에도 '겸허의 마음가짐'으로 항상 새롭게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는 기본자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타 총수들과 달리 '성장'이란 단어를 화두로 제시했다. 특히 '성장'을 재차 당부했다. 정 회장은 2024년 신년사를 통해 '기민하게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성장 메커니즘(Growth Mechanism)의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지난해 완료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올해부터 지주사 전환체제에 따른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비하고 사업안정화와 효율성을 입증해야할 시험대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미 그룹은 지난해 11월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완성하면서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까지 발표한 상태다. 다행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여타 유통그룹들과 달리 현재까지 상황이 나쁘지 않다. 코로나19가 극심했던 2021년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점한 더 현대서울은 2년 9개월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현대리바트는 올해 사무 가구 부문에서 역대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할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정지선 회장은 "다양한 시각으로 미래를 구상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 계열사별로 처해있는 사업환경과 역량, 자원에 매몰된 통념을 버리고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비즈니스의 변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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